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박완서와 동화 /남차우

할머니가 이야기하듯 글 써…이번 설엔 자녀들과 동화책 읽어보자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났다. 그제 선생의 바람대로 조촐한 장례절차에 따라 경기도 용인의 천주교 묘지에 묻혔다. 어찌보면 갑작스럽다고 할 그의 부재 앞에 선생의 빈자리가 더욱 또렷해보인다. 동료 후배 문인들이 기리는 추도사가 굳이 아니더라도 선생이 남긴 작품 하나 하나가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거울이었다.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을 받아온 '국민작가'란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리라.

병상에서도 마지막까지 그는 문학의 끈을 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더욱 진한 여운을 남긴다. 문학잡지의 청년작가상 심사를 위해 작품을 읽고 거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숨지기 전날 이메일로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한다. 병의 위중함을 모르고 잡지사가 심사위원으로 모셨을리 없기에 선생의 병환이 주위의 생각과는 달리 며칠 사이에 급속히 악화됐음을 짐작하게 되면서 문단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게 돼 숙연해진다.

'마흔의 늦깎이 주부등단'이 늘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였다. 지금이야 쉰, 예순의 나이를 넘긴 여성들도 등단하는 게 흔한 일이지만 선생이 문단에 발을 들여놓은 1970년에만 해도 여성의 사회 활동은 극히 드물었다. 선생은 그런 면에서도 독보적 존재였다. 이후 우리 문단에 그의 활동에 자극받아 늦깎이 여성 문인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크게 보면 우리 사회 산업화 추세에 따른 현상이지만 문학계에서만큼은 선생의 존재가 향도자 역할을 수행했다고 하겠다.

선생은 분단이 안긴 상처와 여성억압 구조 등을 쉽고 편안한 문체로 우리에게 소곤소곤 들여줘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한 작가였다. '엄마의 말뚝'을 비롯한 숱한 화제작들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의 시각을 견지했다. 이런 인간애가 1990년대 들어 동심의 세계로 관심을 확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오늘 우리들이 잊고 있는 '할머니 이야기꾼'을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어느 여성 소설가보다 동화를 많이 지은 작가였다.

1999년 발표한 '자전거도둑'은 기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우리 사회 기성세대의 부도덕성과 물질만능을 16세 수남이란 아이를 통해 그렸다. 시대배경은 1970년대로 농촌 출신의 수남이가 서울의 전기용품도매상에 점원으로 일하며 진학의 꿈을 키워간다. 어느날 수남이가 자전거를 타고 수금을 가다 승용차에 부딪히면서 문제가 일어난다. 차주는 수리비를 내라며 자전거 바퀴에 체인을 감아버리고 수남이는 몰래 자전거를 들고 상점으로 달아난다. 상점 주인 할아범은 수금한 돈이 축나지 않은 것만 생각하고 잘했다고 두둔한다. 어린 수남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꿈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만다.

우리의 옛날 생활상을 생생하게 복원해 마치 외할머니가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동화집 '나 어릴 적에'도 있다. 또 우리 사회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는 다문화가정을 다룬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도 인기를 끈 작품이다. 엄마를 여의고 미국으로 이민간 아버지, 필리핀인 새엄마와 이복동생들과의 사이에서 복동이란 아이가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쳐가는 과정을 그려 지금 우리 사회 문제를 동심의 눈높이에서 살폈다.

노작가가 말년에 동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그만큼 우리 어린이들이 놓인 현실에 대한 염려 때문이지 않을까. 불과 20~30년 전과 달리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하고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할머니의 따스한 정을 모르고 자라는 게 우리 아이들이다. 박완서 선생의 원려를 읽게 된다. 그가 우리나라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20년간 펼친 활동 이력만 봐도 짐작이 가는 일이다.

며칠 후면 우리의 최대 명절 설이다. '까치 설날' '우리 설날'을 손꼽던 설렌 동심도 언제부터가 사라져버렸다. 선생이 돌아가신 시점이 우리에게 동화의 가치를 새로 인식시키고 있다. 문학인들은 앞으로 그들 나름대로 선생을 기리는 일을 할 것이다. 선생에 글빚이 있는 우리네는 자녀들과 함께 동화책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보자. 그게 선생이 바라는 따뜻한 세상을 앞당기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3. 3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4. 4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5. 5[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6. 6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7. 7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8. 8[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9. 9[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10. 10트럼프 “韓 알래스카 안 해도 괜찮다…더 청구하면 돼”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3. 3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4. 4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5. 5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3. 3[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4. 4"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5. 5예가람저축은행 해킹 피해로 고객 4만명 정보 유출
  6. 6현대캐피탈도 해킹 피해…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개인정보 유출
  7. 7당국, '해킹사고' 확산에 내일 금융업권 긴급소집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10. 10"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3. 3[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4. 4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5. 5[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6. 6“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7. 7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8. 8“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9. 9“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10. 10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1. 1[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2. 2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3. 3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4. 4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5. 5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6. 6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7. 7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8. 8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9. 9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10. 10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