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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덴만의 여명'에서 '개헌의 여명'으로? /신율

당·정·청 회동에서 개헌 논의에 대해 공통분모 확인했을 가능성 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26 21:12:5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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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입장에선,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 회춘을 위한 특효약이었던 모양이다. 작전 성공 이후 청와대가 다시 원기를 회복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의 입장에선, 당연히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하다.

이번 작전에서의 군의 용맹성과 대통령의 과단성은 칭찬 받을 만하다. 청와대는 이런 분위기를 놓칠세라, 정국 주도권 회복에 박차를 가하는 것 같은데, 그런 분위기는 지난 23일 저녁에 있었던 당·정·청 수뇌부 회동에서부터 감지됐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진사퇴 이후, 만나기조차 꺼려했던 당 지도부와 저녁을 같이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이런 의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24일 한나라당은 당초 설 전에 예정되어 있던 개헌의원총회를 설 이후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전날 저녁에 있었던 청와대 회동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즉, '아덴만의 여명'에서 힘을 얻은 청와대가 개헌 논의에 대한 입장을 당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고, 당은 청와대의 입장을 다음날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개헌에 대해 청와대는 어떤 입장을 개진했을까? 지금까지의 태도를 놓고 보면, 개헌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불투명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한나라당의 개헌의총 연기 발표 다음날, 신문에 보도된 이명박 대통령의 개헌에 대한 입장 표명을 두고, 개헌에 대한 입장 표명이냐, 아니냐 갑론을박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즉, 청와대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개헌 논의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인데,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의 의중을 알기 위해서는 추론만이 유일한 해법인 것 같다. 청와대의 개헌에 대한 입장을 추론해 보면 대략 두 가지로 좁혀진다. 먼저, 개헌의총의 연기 이유가, 개헌에 대한 당내 공감대를 넓히고, 의총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여권 주류의 계산에서 비롯됐다면, 개헌의총 연기 발표 시점으로 보아 청와대가 이에 공감했다고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적어도 청와대 역시, 내부적으로는 개헌 논의에 공감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박근혜 전 대표 측의 반발이 분명해도, 개헌 논의를 강행한다는 당 주류와 청와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으며, 결국 이는 대선구도에서 청와대를 비롯한 주류 측이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청와대가 개헌에 대해 그다지 탐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의총을 연기 시켰을 수도 있다는 추론 역시 가능하다. 이런 경우, 청와대가 오히려 한나라당내 주류, 즉 친이 쪽의 개헌 논의에 제동을 건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 만일 이렇다면 이재오 장관 등 친이 개헌 추진파는 당분간 개헌 관련 행보를 자제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재오 특임장관은 24일 "헌법은 시대정신의 반영이고 시대 흐름에 따라 법도 고쳐져야 한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런 걸 보면, 이런 추론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청와대와 친이계가 개헌 논의 자체가 가지는 정치적 의미에 비중을 두느냐, 아니면 진정으로 개헌의 성사 여부에 더 비중을 두느냐 하는 부분이다. 만일 개헌의 성사 여부에 관심을 둔다면, 당연히 의총을 설 연휴 전에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설과 추석은 여론 조성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대목이고, 따라서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설 이후로 미룬 것을 보면, 개헌에 대한 여론 조성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의미 쪽에 비중을 두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되면 개헌 성사보다는 개헌 논의 자체가 가지는 정치적 폭발력, 즉, 대선구도를 흔들고, 다른 이슈를 삼켜버릴 수 있는 정치적 블랙홀이라는, 수단적 의미의 개헌 논의에 비중을 둔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런 추론들을 종합하면, 청와대와 한나라당 주류가 지난 회동을 통해 얻은 것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 공통분모가 무엇인가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존을 위한 선택은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른다. 대선구도의 변화는, 그 중요성만큼이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야당의 유력 대선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의 여당내의 이런 변화는 그래서 더욱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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