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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여권 잠룡과 개헌 함수 /고기화

순수성 없는 개헌 줄세우기, 차기대권 레이스 '판 흔들기'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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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온 모양이다. 아니, 이미 시작됐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정치부에 오래 근무하면서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지난 연말께부터 연락해오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그들의 관심은 온통 내년 대선과 총선에 쏠려 있다. 흔히 듣는 질문은 누가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느냐이다. 과문한 탓에 하늘이 점지한다는 '용꿈'을 꾼 인물을 도통 알 도리는 없지만, 관심이 가는 것만은 사실이다.

어쨌거나 신묘년의 화두는 제18대 대통령선거임이 틀림없는 듯하다. 잠룡들이 봄보다 빨리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부산을 비롯한 전국에서 물밑 경쟁이 벌써 치열하다. 차기 대권을 향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세 확보가 목적이다. 아마도 이번 설 민심이 잠룡들과 이들을 따르는 무리의 첫 싸움터가 될 터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 현재로선 여야를 통틀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권 주자 가운데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미래권력'으로 불리며 대세론을 굳힐 태세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生物)이다.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선거일까지 어떤 요동이 칠지 모른다. '절대 강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견제구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친이계 일부에선 "대세론이라는 것은 허망한 것"이라는 말을 할 정도다. 결국, 여권 내 대선구도는 '친이 대 친박'이 아닌 '친박 대 반박'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친이계의 핵심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개헌 전도사'로 나서고, 그의 절친 안상수 대표가 '개헌 의총'을 밀어붙이는 등 개헌 정국의 도래 가능성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개헌 찬성론자조차 "18대 국회에서의 개헌은 이미 물 건너 갔다"라고 하는 마당이 아닌가. 기회가 영 없었던 것도 아닌데, 그 좋은 타이밍을 다 놓치고 총선을 1년 앞둔 현 시점에서, 여야 협의도 없이 여론의 호응도 받지 못하는 개헌을 들고 나온 속내가 자못 궁금하다. 대통령의 '안가 만찬' 후 개헌 시동이 다시 켜진 이유는 뭘까.

개헌의 당위성을 인정하더라도,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개헌에 대한 순수한 의지로 보기는 어렵다. 친이계 집안단속이니, 레임덕 방지 차원이니 하는 말들도 있지만, 일종의 '판 흔들기'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대선구도가 특정인 중심으로 고착화하는 걸 막고, 폭발력이 큰 개헌 논쟁에 박 전 대표를 끌어들여 여러 가능성을 타진해 보려는 의도로 읽힌다. 친박계에서 드러내놓고 말하진 않지만, 개헌 총공세는 '박근혜 끌어내리기'가 숨은 목적이라며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에게 대적할 만한 뚜렷한 대항마가 아직 없는 친이계로선 개헌 정국을 통해 예전의 '친이 대 친박' 구도를 회복하고 싶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친이계의 '월박' 러시가 일어나지 말란 보장이 없다는 생각도 함 직하다. 개헌 불 지피기가 '계파 줄 세우기'란 지적이 있듯, 상황에 따라선 이 특임장관이 직접 대선주자로 나설 수도 있을 게고, 잠룡 중 한 명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와의 연합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 등이 본격적인 경쟁에 가세한다면 본선보다 더 어렵다는 예선의 결과를 예측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친이계의 의도대로 굴러갈지는 의문이다. 역전을 당한 경험이 있는 박 전 대표가 굳이 개헌 논쟁에 발을 담글 필요성을 못 느낄 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변수는 남는다. 대선에 앞서 치러지는 총선이다. 공천을 둘러싼 친이-친박 간 사활을 건 치열한 한판 승부가 벌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이 승패가 대권 가도의 희비를 가를 수 있다. 만약, 극적으로 친이와 친박이 '정권 재창출'을 외치며 힘을 합친다면? 법정 스님은 "원한을 버릴 때만이 화해의 길이 열린다"라고 말했지만, 서로 간 불신의 골이 쌓여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사정이야 어떻든 낼모레가 설인 만큼 모두 '용꿈' 꾸시길…. 다만, 세상을 너무 시끄럽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분열과 적대의 일상화는 백성을 피곤케 한다. 가뜩이나 세상살이가 고달픈 국민을 진심으로 먼저 보듬지 않으면 용꿈은 '개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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