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극일의 길은 멀다 /이영식

원숭이 골 세리머니, 일본문화 잘 모른 탓

제대로 된 지일 통해 극일의 길도 넓어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2-15 20:17:24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달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한국과 일본이 맞붙었다. 당일 한국에서 조간신문을 보고, 일본행 비행기에서 일본신문을 읽었다. 한국 정도는 아니지만, 일본 역시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었다. 조용한 온천여관에서 소리소리 질러가며 응원한 보람도 없이, 연장전 사투 끝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싸워준 태극전사는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우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아름다웠던' 게임에 옥에 티랄까, 눈에 거슬리는 장면도 있었다. 전반 22분 페널티 골을 성공시킨 한국팀 기성용 선수가 TV카메라 앞에서 원숭이얼굴을 흉내 낸 장면이었다. 득점선수들의 골 세리머니가 그 메시지 때문에 문제가 된 적도 많았던 만큼, 이 일은 양국의 인터넷과 트위터를 달구었고, 일반 언론에 거론되면서 선수징계 문제로까지 확대되었다. 서양인들이 동양인을 비웃거나, 한국인들이 일본인을 비하할 때 원숭이로 부르거나 그 특성에 빗대던 차별적 관습들이 도마에 오르게 된 것이다.

정작 기성용 선수 자신은 일본의 AFC담당관에게 "일본인에게 한 것이 아니라, 소속팀 셀틱에서 뛸 때 나를 원숭이로 불러 차별했던 이들에 대한 세리머니였다"고 해명했다지만, 하필 서양인관중도 거의 없는 아시안컵 한일전에서 그런 세리머니를 펼쳤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한 것 같다. 더구나 기 선수 자신이 트위터를 통해 "욱일승천기를 보는 내 가슴은 눈물만 났다" 또는 "나는 선수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라고 했다는 대목은 일본을 겨냥하고 일본인을 희화화했던 세리머니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그 진의를 가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보기 사나웠던 그림은 우리 골의 기쁨을 반감시켰고, 금방은 무슨 메시지인지 알 수 없어 한동안 어리둥절해야 했다.

경기 후에도 계속되는 논란을 지켜보다 문득 2002년 6월 한일월드컵 미국전에서 안정환 이천수 선수 등이 펼쳤던 쇼트트랙의 골 세리머니가 생각났다. 같은 해 2월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때 안톤 오노가 할리우드 액션으로 금메달을 강탈해 간 것을 흉내 내, 미국의 오심과 오노 선수의 비겁함을 통쾌하게 꼬집었던 것이다. 산뜻했던 '쇼트트랙'에 비해 '원숭이'가 칙칙하고 불편한 인상을 남겼던 이유는 여럿 있었을 것이다. 시각적 효과, 시의의 적절성, 개인기와 팀워크, 단순한 흉내와 독창적 퍼포먼스, 반칙에 대한 성토와 인종이나 민족적 차별 등 같은 차이가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쇼트트랙'은 모든 사람이 금방 이해할 수 있었지만, '원숭이'는 그렇지 못했다. 전자에 비해 후자에 담겼던 메시지와 꼬집겠다는 목표가 애매했던 것은 아닐까? 전자가 작지만 직접적 항의가 가능한 근일의 문제였던 데 반해, 후자는 합병 100년에 광복 65년 이상 오래되고 너무 큰 문제였기 때문은 아닐까? 원래 골 세리머니 정도로 전할 수 있는 메시지는 그런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이러한 전달의 실패는 현실감 없는 반일감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의 역사나 일본문화에 대한 별다른 교육과 이해도 없이 부모세대의 푸념 정도로 형성된 막연하고 감정적인 반일정서가 문제를 일으킨 듯하다.

사실 일본인들의 원숭이에 대한 인상은 우리와 전혀 다르다. 가까운 나라지만 식생의 차이가 있어 한국에는 없지만 일본에는 흔한 게 원숭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부모세대는 동물원에서조차 원숭이를 봐도 재수 없다고 침을 뱉었지만, 일본인에게 원숭이는 오히려 친근한 존재다. 일본의 건국신화에서 원숭이 이름을 가진 사루타히코(猿田彦)는 건국자 진무천황(神武天皇)의 길안내를 담당하던 신적인 존재였고, 조선침략의 장본인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지혜, 순발력, 적응력이 높이 평가되어 사루(猿), 곧 원숭이란 애칭으로 불렸던 일은 유명하다. 결국 골 세리머니를 통해 모욕 주려 했지만, 치수에 맞지 않은 앙갚음과 일본문화를 몰라 제대로 꼬집어보지도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억울하고, 그래서 국사를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사와 일본문화에 대한 교육이 더욱 필요할 것 같다. 그래야 지일을 통한 극일의 길도 넓어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5. 5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8. 8‘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가벗겨진 사우디
“난 짜장”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LCC 통합 때 약속한 부산 허브 구축, 정부가 이행하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무색, 제도적 미비점 보완 시급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