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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아직도 2년이나 남았다 /송문석

MB정권 일엔 의욕, 대란엔 수수방관

'우리식대로' 고집, 똑같은 잘못 반복… 국민노릇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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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그런 생각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주 일요일 취임 3주년을 맞아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북악산 산행을 마치고 나서다. 그러면서 "나는 대한민국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전임 대통령의 어법을 패러디해 노무현 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과시하려 한 것 같은데 듣는 사람이 열없다.

노인들만 오밀조밀 사는 농촌의 이장만 하더라도 이런저런 일로 머리가 복잡한데 세계경제규모 10위에다 국민 5000만 명 저마다 다른 의견과 이해관계가 혼재하고 분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거친 표현이긴 하지만 '대통령 해먹기 힘든 게' 오히려 정상 아닌가. 그날 어떤 기자가 개헌에 대한 생각을 묻자 대통령은 "밥 잘 먹고 등산 갔다 와서 그런 딱딱한 질문하는 것 자체가 분위기에 안 맞는다"고 타박을 주고는 달랑 질문 3개만 받고 "이제 그만 끝내자"며 일어섰다고 한다. 언론의 존재이유가 현안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데 있고, 대통령은 껄끄럽고 딱딱하지만 그런 질문에 국민앞에 성실하게 답변할 의무(절대로 권리가 아니다!)가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한쪽 귀를 닫은 채 나머지 귀로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남의 입은 틀어막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면 누구라도 속 편하지 않을리 없다. 그날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고 자신있게 말한 것은 설마 이런 '불통' 때문은 아니었을까?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게 그의 낙관적이고 낙천적인 성격탓이고 장점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은 힘들어 죽겠다는 게 시중의 민심이다. 이 정부에서 일을 벌이기만 할 뿐 수습할 줄은 모르고, 사고가 터졌다 하면 어찌할 줄 몰라 허둥대고, 말은 많은데 되는 것은 없는 걸 우리는 자주 봐왔다. 국민을 더욱 지치고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일을 저질러놓고도 자기들은 지치지도 않은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면서 '우리식대로'를 고집하는 버릇이다.

'10년 만의 정권교체' '500만 표차 압도적 대선 승리'라는 영광에 도취해 그러는지는 몰라도 정권초부터 시작한 '고소영' '강부자' 인사에다 회전문인사, 보은인사는 이 정권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아무리 낙마를 시켜도 위장전입자와 부동산투기꾼, 영혼없는 공무원들을 줄기차게 고위공직후보자에 밀어올리는 초지일관은 놀랍다. 이들은 한결같이 "아내가 노후를 대비해 쪽방촌 건물을 구입했다" "땅을 사랑한게 죄가 되는 건가요?" 운운 신파조 변명을 하면서 마치 누가 먼저 지쳐 떨어지는지 보자는 듯 국민들에게 들이대고 덤비는 데는 아주 질렸다.

이 정권에서 발생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4대강 사업논란, 세종시 수정안 찬반논쟁,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천안함 폭침·연평도 피격 등 남북관계 경색 어느 것 하나 깔끔하게 정리된 게 없다. 여기에다 친이 친박계의 끊임없는 파워게임과 친이계 내부의 소계파벌 권력투쟁,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의 '상왕정치' 공방 등은 '그들만의 리그'의 전형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물론 청와대 안에서도 안될 거라고들 말하는 개헌을 하겠다면서 국민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외치는 것은 또 무슨 속셈인가.

정부의 방역실패로 소와 돼지를 무려 330만 마리나 살처분해 땅속에 묻어놓고 이제는 침출수로 식수와 농업용수 대란이 일어날 판이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전세·월세는 날개를 달고 오르지만 무대책이다. 동남권신공항,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등은 관련 지역끼리 피터지게 싸우건 말건 정부는 시간이 가기만 기다리고 있다. 이러고도 대통령 해먹기 힘들지 않단다.

지난해 말 청와대에서 신년기자회견문을 준비하면서 일부 참모가 레임덕을 걱정하자 대통령은 "난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남은 2년에 의욕을 보였다고 한다. 지난주 취임 3주년 산행간담회에서도 대통령은 "앞으로 2년이 남았으며 아직도 몇년치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일 욕심을 부렸다. 그 말을 듣고 걱정이 앞선다. 아직도 2년이나 남았다. 국민노릇 해먹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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