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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집트 시민혁명과 소셜네트워크 민주주의 /유창선

SNS의 위력에 한국 정치권도 소통과 개방정신 잊지 말아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3-06 20:40:1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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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무바라크가 권좌에서 내려와 카이로를 떠나던 날 새벽, 필자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알자지라 방송을 시청하며 카이로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무바라크의 사퇴거부 연설에 격앙된 시민들은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대통령궁으로 향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무바라크가 카이로를 떠났고 그것이 퇴진을 의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광장에 모인 인파는 환호를 하며 축제 분위기 속에 빠져들었다. 우리는 이 역사적 순간을 안방에서 카이로의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세상이 달라진다는 말은 더 이상 예고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이집트 시민혁명의 과정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집트 시민혁명의 영웅으로 떠오른 구글 임원 와엘 고님은 미 CBS방송에 출연해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혁명은 결코 촉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님은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고, 이 페이지는 이집트 반정부 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든 이집트 국민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시위상황을 공유하며 결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황한 무바라크 정권은 급기야 인터넷을 끊어버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접속마저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시민들은 새로운 기술을 동원하여 이 차단의 벽마저 뚫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무바라크는 항복을 하게 되었고 이집트의 SNS는 며칠 만에 복구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무바라크의 퇴진 직후 가진 조지 워싱턴대 연설에서 "세계는 TV, 노트북, 휴대전화, 스마트폰으로 시위의 모든 과정을 함께 따라갔다. 이집트로부터의 사진과 동영상들이 웹에 넘쳐났다. 이를 통해 모든 시민들은 이집트 역사의 중대한 순간에 대한 희망과 공포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클린턴의 말대로 수백만 세계인들은 SNS를 통해 이집트 시민혁명의 과정을 지켜보며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당신들과 함께 한다"고 답을 한 것이었다.

이러한 장면들은 이제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손에 든 시민들이 SNS를 통해 어떻게 연계되고 결집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것을 막으려는 권력의 통제가 무력할 수밖에 없음도 보여주고 있다. 권위적이고 집중적이며 종종 강압적이었던 기존의 제도권력은 소셜네트워크에 의해 분산되고 협력적인 권력으로 변화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SNS 시대의 본격적인 진행은 이제 소셜네트워크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단계를 낳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한국은 세계에서도 SNS가 급성장하고 있는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블로그 수가 이미 1500만을 넘은 데 이어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구도 각기 200만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모바일 인구의 급증에 따라 올 한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구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는 총선과 대통령선거가 연이어 치러지게 된다. 2012년의 선거들은 SNS의 영향력이 극대화되는 '소셜 선거'가 되리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물론 기존의 선거운동 방식이나 전통적 미디어의 영향력을 여전히 과소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SNS라는 새로운 병기가 선거전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정치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험을 2012년에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점을 의식한 정당과 정치인들도 블로그도 운영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개설하는 등 SNS에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소셜 선거'를 대비하려는 정치권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SNS의 기본 전제라 할 수 있는 소통과 개방의 정신이다. SNS의 성장에서 우리가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이다. 국민과의 관계에서 개방적이고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정당과 정치인들만이 새로운 소셜 선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소셜네트워크 민주주의의 핵심은 우리가 전혀 모르는 곳에 있지 않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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