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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일본 강진과 북한 /서주석

백두산 이상징후 등 남북 상호협력 중요

어려울 때 도와야 적대감정 해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3-13 21:18:2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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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오후 일본 동북 연안에서 일어난 강진과 쓰나미로 세계의 관심이 일본에 쏠려 있다. 관측사상 최대 규모인 9.0의 지진파가 혼슈 북쪽을 뒤흔들고 10m가 넘는 해일이 해안을 덮쳐 인명과 재산 피해가 컸지만, 일본 특유의 철저한 방재(防災) 시스템은 손실을 크게 줄였다고 평가된다. 작년 1월 진도 7.0의 지진에 22만 명이 사망한 아이티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재작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운대'에는 일본의 대마도에 강진이 발생하면서 밀어닥친 초대형 해일로 부산이 초토화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당시 전문가들은 대마도의 지질 구조나 대한해협의 수심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최근 국내에서도 작은 지진이 빈발함에 따라 한반도에서 더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면서 대비체계의 전반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아마도 더 큰 재앙은 백두산의 재폭발이 될 것이다. 1903년 마지막 분화 이후 휴화산인 백두산이 재분출할지 모른다는 징후가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지진 활동이 빈발하고 지형이 부풀어오르고 있으며 화산가스도 감지되고 있다. 만약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주변에 큰 영향을 줄 것이 틀림없다. 10세기 초반엔 작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의 1000~1500배에 달하는 대폭발이 있었고, 화산재가 일본 동북지방을 두껍게 덮었다. 폭발 이듬해엔 북반구에 여름이 없었고, 그 여파로 발해가 멸망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백두산이 향후 몇 년 이내에 폭발할 것이라는 예측은 학문적으로 다소 과장된 것이며, 분화 규모 역시 사전에 알 수 없다. 그러나, 재분화시 적어도 백두산 인근지역에 상당한 피해를 줄 것은 분명하다. 대규모 쇄설류 유출까지 이르지 않는 비교적 적은 규모의 분출이라도 북한 북부에 냉해와 농작물 피해, 환경 파괴 등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 당국도 이를 의식해 관련 연구를 강화하고 양강도 인근 지역에서 주민대피 훈련까지 실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 정부는 3월초 백두산 등 한반도 주변 화산재해에 대비한 '선제적 화산대응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기상청은 백두산이 분화할 경우 화산재로 인해 정밀 제조업 결함, 호흡기 질환 증가, 항공기 결항 등 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주변국과의 협력, 화산감시 기술 확보 등의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고, 당시 관계자는 "백두산이 우리 영역 밖에 있기 때문에 중·일 등 주변국과 공동 관측, 자료 공유, 기술 교류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두산 분화 가능성과 우리 정부의 대책에 관한 일련의 보도를 보면서 아쉬운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정작 당사국인 북한과 대비책을 논의하지 않고 주변국들과만 협력한다면 한참 잘못된 정책이다. 백두산에서 이상 징후가 본격화할 경우 천지의 55%를 차지하고 있는 북한과 협력 없이 전체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백두산에서 화산재가 날아올 경우에도 북한을 경유할 수밖에 없다. 백두산 분출로 북한이 냉해를 입고 엄청난 농작물 피해를 입게 된다면 이 역시 '특수관계'에 있는 우리로서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이 '큰물'과 '왕가물'을 번갈아 겪었을 때 '북한고사론(枯死論)'을 확신하던 김영삼정부는 식량 지원을 거절했다. 당시 중국의 대규모 지원이 있었고 남북관계는 5년 뒤에야 회복됐다. 최근 북아프리카의 '재스민 혁명'이 북한에도 파급되어 체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과 관련 첩보들이 난무하는데 이 역시 비슷한 구도가 될 수 있다.

작년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 중국으로서 북한의 경제난을 외면하기 힘들다. 어려울 때 먹을거리로 협상하는 것은 감정 악화를 초래해 영향력 확대는커녕 적대관계 심화로 이어질지 모른다.

방재 시스템이 나름 완벽한 일본의 지진 피해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발벗고 나섰다고 한다. 미국, 영국, 중국, 한국 등 전 세계 45개국 이상이 인명 구조와 지진피해 복구를 위해 긴급구조대를 파견하거나 곧 파견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대규모 자연재해는 한 국가의 힘으로 대비하고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당연한 조치다. 불행에 처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외교적 담장을 허물고 상호 친선도 강화할 수 있다.

전 청와대 안보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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