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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고물가 시대에 대한 단상 /오창호

인플레의 되풀이 벗어나기 위해선 화폐경제 의존벗고 공동체 복원 나서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3-14 21:19:4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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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인플레 경고등이 켜졌다. 가계부채가 900조 원을 육박한 가운데 지난해 전셋값이 11%나 급등하더니 최근에는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2월 물가는 전달에 이어 4.5% 상승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기준치인 3%는 물론 상한치 4%도 훌쩍 넘긴 수치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6% 올라 2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인플레를 우려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 인상함으로써 저금리시대의 종막을 알렸다.

지금까지 물가상승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유가 등 공급 측면의 압력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재정부는 과도하게 많이 풀린 돈이 경기상승세와 맞물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을 바꾸었다. 이에 따라 '3% 물가와 5% 성장'이라는 올해 거시정책 목표를 설정해 왔던 정부는 현실에 맞게 물가를 안정시키는 쪽으로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물가가 상승하면 금리를 올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면 막대한 가계부채를 지고 있는 서민과 중산층이 문제다. 정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5%대이던 기준금리를 2%로 낮춰 경기침체에 대응해왔다. 이에 따라 2002년 497조 원이던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 896조 원으로 불어났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총 900조 원에 달하고 CD금리가 3.30%까지 오른 상황에서 또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가계부실을 부채질할 위험성이 있다. 이미 서민층으로부터 물가상승과 대출금리 상승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원성이 일고 있는 것이다.

서민들은 날마다 오르는 물가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그렇다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당장 대출을 받은 많은 서민들의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 이래저래 중산층과 서민은 물가와 금리의 협공에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진다고 느끼고 있다. 정부 또한 운용할 수 있는 정책적 선택의 폭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높은 물가에 대한 걱정은 일반적으로 미개발국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심각해진다. 물가에 대해 걱정한다는 것은 그만큼 지출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모두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 될수록 우리들의 삶은 모두 상품이 된다. 그래서 예전에는 공짜로 얻을 수 있었던 것들도 이제는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 예컨대 예전에는 아이들이 그냥 놀면서 배웠던 수영이나 축구도 이제는 돈을 주고 배워야 한다. 그만큼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간다.

이렇게 모든 것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교환경제의 사슬에서 요즘처럼 원유나 곡물 같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게 되면 연쇄적으로 모든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소득이 늘고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그만큼 모든 것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여전히 비싼 물가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는 끝이 없는 경쟁체제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삶을 모두 상품화시키고 끝없는 경쟁을 통해 사람들을 몰아세우는 자본주의의 성격에 대해 인도의 사상가이며 실천가인 사카르(P.R. Sarkar)는 자본주의가 그 근본에 있어 착취적 성질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인플레는 왜 일어나는가? 그것은 근본적으로 화폐경제의 소산이다. 극단적으로 자급자족의 경제나 물물교환의 경제에서는 가난과 불편은 있지만 인플레는 있을 수 없다. 인플레를 잡자고 자급자족 경제나 물물교환의 원시 경제로 돌아가자는 것은 물론 현실성도 설득력도 없다. 그러나 과도한 인플레와 물가에 대한 불안감을 덜기 위해서는 자급자족의 경제나 물물교환의 경제의 잇점을 오늘날 되살릴 필요가 있다.

그것은 사회의 비상품적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이며, 비금전적인 인간관계를 확대해가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민족 고유의 두레나 품앗이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살리는 것이고, 전체적으로 근대 산업화 과정에서 파괴된 우리들의 삶의 공동체성을 되살리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소득은 좀 줄더라도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경제학의 탄생이 절실히 요구된다.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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