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고]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박종호

중국 쓰촨성이나 일본 동북부 대지진, 인간의 나약함 증명…우리라고 안전할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3-22 19:58:12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열도가 일순간에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참혹한 현장으로 변했다. 일본의 참변을 보면서 2008년 5월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 지진현장에서 응급구호를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그 당시의 참혹한 상황이 생각나 일본현장과 오버랩 되면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당시 쓰촨성 지진피해 현장은 희생자 수조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참혹했다.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무너진 건물잔해에 깔려 척추나 사지가 손상된 많은 환자를 방송으로 보니 정형외과나 외과의 손길이 절실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긴급 의료팀을 구성했다. 의료봉사단 17명이 김해공항에서 20만 달러 상당의 의약품과 수술기구, 70여t의 구호물자 등을 싣고 출발했다. 상해, 청두, 호시, 베이징 등에서 온 그린닥터스 의료진과 지원인력 26명이 합류했다.

청두에 내리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여진의 공포로 청두시내를 빠져나가는 엄청난 차량행렬, 여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 위험 때문에 집과 건물 내에 들어가지 못하고 도로변 천막과 광장, 임시대피소로 피난 온 이재민들, 폭격을 맞은 듯 무너져버린 건물들…. 우리 역시 호텔에 들어갈 수조차 없어 공원에서 노숙하고 식사도 라면으로 겨우 때워야 했다. 많은 인원을 책임진 단장으로서 귀국해야 할지 계획대로 응급구호를 해야할지 정말 막막한 상황이었다. 수차례의 회의 끝에 계속 진행하기로 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사고로 돌아오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마지막 기념촬영이라니 기분이 착잡하고 인솔자로서 심한 압박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해외의료봉사단체로서는 유일하게 지진현장에 들어간다는 두려움을 안고 청두에서 2시간30분을 달려 최대 피해지역인 베이촨현에 인접한 멘주의 샤오바전에 있는 5000여 명이 몰려있는 이재민촌으로 갔다. 가는 길은 여전히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아비규환의 모습들로 가득했다. 특히 가난한 농부들의 토담집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렸고, 그나마 신흥도시의 탄탄하게 지어진 건물들만 남아 있었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어 이토록 피해가 큰 것일까? 정말 안타까웠다.

이재민촌 바로 옆 논바닥에 텐트 야영을 하며, 곧바로 800여 명의 부상자와 일반환자를 진료하고 간단한 처치와 수술 등을 시행하였다. 이재민촌의 아이를 찾는 부모, 아내를 잃은 남편 등 수많은 사연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원 요청이 들어와 수술팀을 이끌고 급히 인근 광한지역의 광한의원으로 향했다. 부상자들이 여진위험 때문에 야외천막 가입원실에 방치되어 있었다. 척추손상, 골절, 감염, 신경마비환자 등을 우선 응급처치하고 응급수술이 필요한 3명을 직접 집도하여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수술기구나 장비는 한국에서 가져가지 않았으면 수술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하였다. 수술 후 양호한 경과를 보인 환자 보호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숙여 고마워했다. 돌아오기 전, 수천만 원 상당의 의약품, 치료재료 및 수술장비 등은 구호활동에 쓰라며 병원에 기증하였다.

2년 뒤 현장을 재방문했을 때 엄청나게 큰 대규모의 이재민 아파트 단지, 새로 지은 학교, 병원 등이 들어선 신도시를 만들어 지진 재난 이재민들이 거주하며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중국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난민촌에 새로 지어진 학교에 한국에서 가져간 학용품 등을 전달했다.

계속된 전 세계의 대형지진과 이웃 일본의 참상을 보면서 재앙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깨달았다. 그리고 이러한 재난은 한국이라고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1978년 이후 네 차례나 규모 5.0 이상 지진이 발생해 인명 피해와 건물 파손이 있었으며,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진 41건이 발생했고 그 빈도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여기에 매년 태풍과 홍수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도 반복되고 있다. 결국 재난을 방지하고 최소화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했을 때 응급구호 등을 통해 피해를 줄이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조 및 매뉴얼 작성과 함께 시민들의 안전의식 함양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부산센텀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모델은…고속·수소전동차, 하이퍼루프 3파전
  2. 2‘짓고도 못쓰는’ 자갈치아지매 시장 내후년 문 열까
  3. 3부산대병원장 임명 미루는 교육부, 배경엔 대통령실?
  4. 4기다려! 유럽 빅리그…내가 접수하러 간다
  5. 5연 10% 적금에 1277억 몰려…남해축협 해지 읍소(종합)
  6. 6유치원 찾아 삼만리…대단지 아파트 입주민 발동동
  7. 7‘한 명의 아이도 포기않겠다’…공교육 표준 마련에 헌신
  8. 8여당몫 상임위원장 5명 교체…PK 3명
  9. 9화물연대 파업 부산은 해산 결정, 갑자기 왜?
  10. 10대우조선도 에어부산도…산업은행장 손에 달린 PK 현안
  1. 1여당몫 상임위원장 5명 교체…PK 3명
  2. 2김건희 여사 부산 방문해 깜짝 자원봉사
  3. 3김건희 여사 부산 금정구 몽실커피 깜짝 방문, 직원들 격려
  4. 4부산 온 안철수 "당 대표 되면 총선 170석 획득해 승리 견인"
  5. 5세 과시한 친윤…공부모임 ‘국민공감’ 의원 71명 참석
  6. 6윤석열 지지율 5개월만에 40%대, 정당은 국힘이 역전
  7. 7비명계 “이재명 100일, 방탄 빼고 뭐 했나”
  8. 8여야 예산안 협상 '벼랑끝 싸움'..."초당적 협조"VS"부자 감세"
  9. 9도 넘은 北 '이태원' 흔들기...미사일에 악성코드 보고서까지
  10. 1015일 윤 대통령'국정과제 점검회의' 100분 생중계, 지방시대 전략도 논의
  1. 1‘짓고도 못쓰는’ 자갈치아지매 시장 내후년 문 열까
  2. 2대우조선도 에어부산도…산업은행장 손에 달린 PK 현안
  3. 3野 ‘안전운임 3년 연장’ 수용에도…정부 “타협없다, 복귀하라”
  4. 4창업기업 지원 ‘BIGS’ 매출·고용 목표치 껑충
  5. 5수산식품산업 현재와 미래, 부산서 찾는다
  6. 6따뜻했던 11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늘었다
  7. 7원재료 값 뛰면 단가에 반영…‘납품단가 연동제’ 국회 통과
  8. 8정부 "내년 경제정책방향 이달 발표…'재도약 과제' 포함"
  9. 9한빛 4호기 5년 만에 재가동 확정…시민단체 반발 예고
  10. 10연금 복권 720 제 136회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모델은…고속·수소전동차, 하이퍼루프 3파전
  2. 2부산대병원장 임명 미루는 교육부, 배경엔 대통령실?
  3. 3연 10% 적금에 1277억 몰려…남해축협 해지 읍소(종합)
  4. 4유치원 찾아 삼만리…대단지 아파트 입주민 발동동
  5. 5‘한 명의 아이도 포기않겠다’…공교육 표준 마련에 헌신
  6. 6화물연대 파업 부산은 해산 결정, 갑자기 왜?
  7. 7올 수능, 수학 어렵고 국어 쉬웠다…이과생 ‘문과침공’ 거셀 듯
  8. 8수능 성적표 받아든 고3 희비 교차
  9. 9울산 곰 탈출, 60대 부부 숨진채 발견돼
  10. 10우리 탈출한 곰 3마리 주인 부부 습격...2명 숨져(종합)
  1. 1기다려! 유럽 빅리그…내가 접수하러 간다
  2. 2토트넘 한솥밥 케인-요리스 ‘맞짱’
  3. 3PK의 저주…키커 탓인가, 골키퍼 덕인가
  4. 4벤치 수모 호날두, 실내훈련 나왔다
  5. 5슈퍼컴은 “네이마르의 브라질 우승”
  6. 6[카드뉴스]월드컵 상금 얼마일까?
  7. 7무적함대도 못 뚫었다…다 막은 ‘야신’
  8. 8거를 경기 없다…8강 10일 킥오프
  9. 9축협 저격? 손흥민 트레이너 폭로 파장
  10. 10프랑스 또 부상 악재…음바페 훈련 불참
우리은행
한국마사회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시민의 힘으로 위트컴 장군을 기립니다
함께하는 나눔, 지속가능한 부산
기명칼럼 [전체보기]
출구전략이 아니라 전력투구가 필요하다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울경 합동추진단 예산 삭감 논란을 보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도청도설 [전체보기]
우크라이나의 투혼
코리안 에이지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부산형 급행철도 구체성 높여 시민 설득하라
건강보험 누수 막고 합리적인 재조정 나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빨라야 위태롭지 않다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이태원 연가
와인 한잔할래요?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