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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육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 /이영식

장관 바뀔 때마다 대입 등 제도 변화… 시류영합 벗어나 긴 안목 갖추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3-27 20:44:5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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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의 캠퍼스는 의욕에 가득 찬 새 얼굴들로 넘쳐나고 있다. 한참 희망에 부풀어 있는 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는 저들을 제대로 가르쳐 왔는가 하는 의문과 걱정이 연중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언제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얼마나 확고한 교육철학을 세워 왔고, 얼마나 일관된 교육과정으로 가르쳐 왔던가를 돌이켜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가슴이 서늘해지는 기억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장관이 교체될 때마다 바뀌어 왔던 대학 입시제도는 말할 것도 없고, 교과부 공무원들의 아이디어가 반짝일 때마다 개칠되었던 교육과정은 더욱 그렇다. 더구나 거기에 휘둘려지며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함께 춤춰왔던 교육 현장은 일회용 반창고만을 양산했다.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 자체가 시대나 전공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아닐 텐데, 국제화시대라고, 또는 각 학문의 특수성을 관철한다는 이유 등으로 교육의 원점에서 벗어나는 것도 항다반사였고, 그럴 때마다 수단이 목적을 좌우하고 다시 그것에 대한 합리화를 용인해야 했던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4년제 대학의 교과과정이건만 하나의 교과과정으로 일관되게 4년을 가르쳐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최근 20년도 안 되는 사이에 학과제에서 시작해 학과군제, 학부제를 거쳐 다시 학과제로 돌아 왔다. 그때마다 교과목과 시수는 달라졌고, 배우는 그룹이 달라졌으며, 전공명이나 과명의 변경도 서슴지 않았고, 소속감을 가지기 어렵다는 학생들의 불만 또한 적지 않았다. 교육과정의 내용과 비중이 달라졌기 때문에, 같은 전공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신뢰할 만한 일정 수준의 졸업생을 공급하기도 어려웠다. 입학년도에 따라 전혀 다른 졸업생을 배출했던 느낌마저 있지만 그러한 차이가 반드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왔고, 학생의 발전적 수준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왔던가에 대해서는 별로 자신이 없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시대의 변화와 교육의 본질을 뒤섞어 혼동한다든지, 교육의 목적 보다는 교과부 등의 지원방향에 영합하려는 노력이 교육목표와 교과과정을 좌우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향을 대표하는 것에 시대와 사회, 그리고 학생들을 단순 수요자로 보고, 그에 맞추어 가려는 '수요자를 위한 교육' 이란 캐치프레이즈의 성행이 있다. 얼핏 보면 참 친절하고 끊임없이 변하려는 교단의 노력으로 간주될 수도 있지만, 시대와 사회의 변화나 학생들은 일반 수요자와 다르다. 구할 수(需), 바랄 요(要), 사람 자(者)니 '구하고 바라는 사람'이라 배움을 구하는 학생 역시 수요자가 아니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현장의 수요자와 교육현장의 학생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경제현장의 수요자는 무엇을 사야할지, 어디 가면 가장 싼지, 구매 후 활용효과 등에 대해 구매 이전에도 이미 잘 알고 있지만,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어디서 누구에게 배우는 게 가장 효율적일지, 졸업 후의 전망 등을 미리 파악하고 입학하는 학생은 별로 없다. 그래서 학생은 수요자가 아니라 피교육자인 것이다. 인성과 전문성을 가진 교육자에게 이끌려지고 가르쳐져야 할 피교육자인 것이다. 학생을 수요자로 설정하고, 수요자를 위한 교육을 내걸면서 인기에 영합하는 교육이 되어 왔다.

시대와 사회를 수요자로만 설정하는 것도 문제다. 시류에 따라 좌우되는 교육이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시대라고 전 국민의 영어 학습에 모든 국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권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교육내용이 바뀌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진보라고 국사교육을 세계화 방해의 국수주의적 잔재로 치부한다든지, 보수라고 충효와 윤리교육을 강조하려 했던 과거가 바로 그런 예들이다. 사립대학 예산의 60% 이상을 지원하면서도 입시제도와 교육과정을 간섭하지 않는 일본 문부성에 비해, 지원은 10%도 못하면서 수요자를 위한 교육이라며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것이나, 그에 따라 춤추는 대학교육, 교단의 일거수일투족까지 통제하고 간섭하려는 행정적 마인드는 지양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무엇이 변했던가. 변한 건 없다.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 본연의 노력만이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음을 기억하자. 정말로 긴 안목과 긴 호흡으로 고민하는 교육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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