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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민혁명을 계기로 보는 '중동' /이만열

유가 불안정, 세계경제 주름살…민주화 열풍에 인내와 결단 필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3-28 20:55:2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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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앗아간 지진과 쓰나미(津波)에 망연자실하면서도 먼저 일본이 그런 상처를 딛고 하루 속히 회복되기를 빈다. 일본의 쓰나미가 쓸어간 것은 생명과 재산 뿐만이 아니다. 국내외의 중요한 이슈들마저 거대한 블랙홀로 빨아들였다. 서민생활을 위협하는 물가고 문제를 비롯하여 '상하이 스캔들', 저축은행 지급정지 사태, '의혹투성이'의 한상률과 에리카 김에 대한 검찰수사, 중요대학의 청소노동자 860명의 2차 파업 돌입, 사법개혁 갈등 문제 등 국내문제는 물론이고, 중동의 '시민혁명' 뉴스도 한동안 실종되었다.

중동의 '시민혁명'은 전대미문의 쓰나미를 이유로 방치해서는 안될 세계사적 변혁이다. 튀니지의 과일 노점상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자살에서 촉발된 혁명은 이집트를 거쳐 팔레스타인, 수단, 이라크, 예멘, 모로코, 바레인, 이란, 리비아, 사우디, 오만, 지부티, 쿠웨이트, UAE까지 들불처럼 차례로 번져 나갔다. 카타르를 제외한 전 아랍권에서 시위가 점철되자 사우디와 UAE는 급기야 바레인의 동요를 막기 위해 파병했고, GCC(걸프협력회의)의 다른 국가들도 동조키로 했다. 리비아 사태가 아직 유동적이어서 추이를 전망하는 것도 성급한 듯하지만, 그 동안 이 지역을 석유관련 사항 외에는 거의 간과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새로운 인식이 요청된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을 '중동'이라는 말로 통칭하는 것 자체를 제국주의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하고 '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이해한다. 이 광활한 지역은 동서로는 이란에서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북아프리카의 서쪽 모로코와 모리타니에 이르고, 남북으로는 수단에서 이집트를 거쳐 터키에 이르는, 총 23개국 4억 인구를 포괄하고 있다. 이 지역의 주민은 아랍민족이 주를 이루고, 종교는 이스라엘 외에는 이슬람이 대세다.

'중동'의 현실을 이해하는 것은 '시민혁명'의 원인을 살피는 것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왕정체제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공화정을 표방하면서도 장기적인 독재정권에 세습까지 시도했다. 알제리 12년, 튀니지 21년, 예멘 32년, 이집트 30년, 리비아 42년, 시리아 부자세습으로 48년, 공화정 하의 이런 장기집권은 부패가 필연적이었다. 카다피는 혁명을 통해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스스로를 혁명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은 그의 장기집권이었다. 왕족과 군부의 기득권은 이 사회의 신분변동의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 전통·문화와 결부되어 있는 이슬람은, 예언자 무함마드 사후 후계자 논쟁에서 혈통계승을 용납하지 않고 민주적으로 후계자를 뽑아 한때 이슬람식 대의민주주의를 꽃피웠지만, 남성주도의 가부장적 전통을 옹호하는 데다 이 지역에 만연한 비민주적 체제로 인해 그 관련성이 의심받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중동지역'의 이미지가 미국에 의해 관리되어 왔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이 지역 국가들을 이스라엘과의 관계 및 석유이익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포장한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민주화 도미노'를 선언했지만, 겨냥한 것은 시리아나 이란 같은 반미·반이스라엘 국가였다. 사우디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제체제이지만 미국의 석유이익 때문에, 이집트는 친이스라엘 국가이기에 미국의 '민주화 도미노' 목표에서 빗겨갔다. 알카에다를 숨겼다는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을 저렇게 초토화시키고 있지만, 알카에다 중요인물 19명 중 16명을 배출한 사우디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쓰지 않는 것이 미국이다. 미국의 중동정책은 이렇게 철저히 이중적이다.

'중동의 시민혁명'은 세계를 향해 이제 인내와 결단을 동시에 요구한다. 시민혁명이 불러올 유가(油價) 불안정은 세계경제에 주름살을 줄 것이 뻔하지만, 민주화를 통해 산업화를 이룩했다고 확신하기에 인내하면서 '시민혁명'의 성공을 기원한다. 다국적군이 인도주의라는 명분으로 리비아에 비인도적 행위를 감행한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한국의 민주화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다국적군의 개입이 '시민혁명'의 자생력을 떨어뜨리고 한 국가의 주권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우려할 수 없을까. 이런 의문들 또한 세계인의 결단을 재촉하는 이유다.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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