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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태초에 발이 있었다 /강영조

인간세상의 근본인 두 발로 걷기가 초고속 시대에 주목받는 이유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4-28 00:15:51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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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발이 있었다."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인간에게 걷기란 존재의 처음이자 원천이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유인원에서 진화해 다른 동물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은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기준이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로 나눈다. 물론 침팬지도 도구를 사용해 먹이를 잘게 부수기도 하지만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는 그런 것들과는 전혀 다르다.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짐승의 뼈다귀로 적을 때려눕힌 유인원이 그 뼈다귀를 하늘로 던져 올리는 장면이 있다. 그 다음 장면이 뼈다귀가 날아오른 그 하늘에 영화의 무대인 우주선이 떠 있다.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이 탄생한 순간이라는 의미다.

손으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두 발로 걷게 되면서다. 두 발로 일어설 수 있게 되자 비로소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 도구가 이 지구상에서 다른 동물에 비해 열등한 신체구조를 가진 인간을 지구생태계의 꼭대기에 설 수 있게 했다. 그러니 인류의 태초에 발이 있었다는 말이 성립되는 셈이다.

인간이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이다. 공통의 언어는 의사의 전달뿐 아니라 정보의 공유, 지식의 전수를 가능하게 한다. 인간이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두 발로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프로빈은 원시인들이 직립 보행 덕분에 호흡과 성대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코를 킁킁거리거나 숨을 헐떡거리기만 하는 유인원들에 비해 더 복잡하고 다양한 소리를 내게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쉽게 말해서 인류가 직립보행을 한 후에 비로소 말하기와 웃기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두 발로 걷게 되면서 사랑과 슬픔, 노여움과 기쁨이라고 하는 감정을 노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걷기, 말하기, 웃기. 이것이야말로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게 하는 행동이다. 거기에 춤추기도 있다. 춤은 걷기의 또 다른 표현이다. 원시인들에게 춤은 지금의 우리와는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신성한 걷기였던 셈이다.

걷는 행동은 신분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래서 우아하게 걷기는 귀족과 상류층의 고상함을 결정하는 첫 번째 조건들 중 하나였다. 프랑스 궁정과 영국 상류층은 에티켓, 몸짓, 예법 등을 기준으로 고상함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서구 패션을 주도한 프랑스와 영국은 중요한 인물들 또는 중요한 인물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훌륭하게 걷는 법을 가르쳤다. 팔자걸음 역시 조선시대 양반의 표상이다. 걷기는 몸의 이동을 넘어 신분의 표상이 돼 있었다.

인간이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되면서 가족이라는 사회를 가지게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조지 아마프는 '걷기, 인간과 세상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직립보행은 인간과 유인원을 구분해주는 해부학적 특징을 만들어냈으며 이 해부학적 특징이 또한 직립 보행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인간이 해부학적으로 수직 구조를 갖게 되고 두 발로 일어서게 되면서 골반과 팔다리의 구조가 바뀌었다. 골반의 두께가 달라지면서 인간 여자가 낳을 수 있는 아기의 크기 또한 달라졌고 이로 인해 아이를 낳은 후 돌봐주어야 하는 기간 또한 달라졌고, 아이를 낳은 후 돌봐주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가족이 발달했다."

가족의 발생은 이동하면서 생활하던 인간을 정착하도록 했다. 걸을 수 있게 되면서 부부와 자녀들이라고 하는 혈연관계, 또 그들을 부양하게 하는 자산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된다. 가족과 그들의 부양이라고 하는 관계가 성립하면서 집이라고 하는 사적인 장소가 필요하게 되고 결국 사유재산이라는 자본을 발견하게 된다. 직립보행은 국가의 성립과 자본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태초에 인간이 등뼈를 꼿꼿하게 세우고 두 손을 허공에 흔들면서 지면을 박차고 걷던 그 두 발이 초고속 시대인 지금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길 걷기 열풍이 그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신인류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동아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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