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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손학규의 헌신, 유시민의 맹신 /송문석

대망을 위해선 희생이 필요하다…정치적 셈법보단 대의적 공감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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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토록 옳은 이야기를 저렇게 싸가지 없이 할까"라고 유시민에게 직격탄을 날린 이는 김영춘 현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2005년 열린우리당에서 한솥밥을 먹을 때 일이다. 지금 친노무현 진영에서조차도 '친유'와 '반유', '비유'로 험악하게 나뉘어 있지만 그때도 유시민의 언행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좋고 싫음으로 분명하게 갈렸다. 유시민을 노무현의 적통으로 추대하려는 '친유'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김영춘의 싸가지론은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참으로 절묘한 인물평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그의 빛나는 문장과 치밀한 논리, 명석한 두뇌와 시대적 치열함을 한껏 드러낸 '항소이유서'를 읽고 공감하고 분노했던 동시대 사람으로서, 비록 지하도에 돗자리 깔고 앉을 만큼의 내공은 없지만 정치인 유시민을 바라볼 때마다 '재승박덕' '독불장군'이란 단어가 머리에 맴도는 것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일까. 유시민이 정치 현장에서 좌충우돌할 때마다 나는 위태위태한 불안감을 느낀다. 그가 노무현의 참모나 보건복지부장관, 저자, 시사토론 사회자, 칼럼니스트였을 때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데, 정치현장에서는 비타협적인 태도에다 사냥개처럼 치열하고 집요한 태도로 우군조차 질리게 만들어 고개를 돌리게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이런 사냥꾼형 정치스타일과 싸움닭 같은 투지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 이번 선거에서 이봉수를 국민참여당 후보로 내세우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김태호에게 승리를 헌납한 것은 그의 정치력의 한계를 명백하게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김태호가 들으면 섭섭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김해을은 상식적으로 보면 야권이 질 수 없는 선거였다(그래서 김태호의 승리는 더욱 대단하다!). 국민적 공분을 산 노무현 서거 2주기를 한 달 앞두고 있었고, 현 야권에서 국회의원 재선을 내리 한 곳이며, 지금은 민주당출신 김해시장에다 시의회까지 야당이 과반을 차지한 지역이다. 이러한 김해의 상징성과 대표성을 고려해 문재인 이해찬 한명숙 등 친노 원로그룹이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을 후보로 내세웠지만 유시민은 무명의 이봉수를 고집해 결국 김경수를 주저앉혔다. 또 후보단일화과정에서 유시민은 지난해 경기도지사 야권단일후보 선출 때와 똑같이 특유의 버티기 전술로 일관함으로써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분열주의자' '알박기 정치인' 등의 비난을 자초했다. 결국 유시민은 이번에도 아군과의 전투에서는 이기고 적군과의 전쟁에서는 패배했다. 이는 김해을에서 교두보를 확보한 뒤 내년 총선에서 20석 이상을 차지해 대선에서 대망을 이루겠다는 유시민의 욕심과 맹신, 오만함이 빚은 자살골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유시민이 안방에서 벌어진, 질 수 없는 도박판에서 판돈과 집까지 날렸다면 손학규는 정치생명을 걸고 이길 수 없는 적의 심장부에 들어가 승리의 나팔을 불었다. 손학규는 비주류 측의 분당을 출마 강권에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며 단기필마로 사지에 뛰어들었다. 그는 민주당의 텃밭인 순천에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공천을 하지 않는 '순천 무공천안'을 관철시켜 호남에서 민노당이 국회의석을 처음으로 갖는 야권연대의 새 틀도 마련했다. 한나라당 탈당파라는 주홍글씨를 달고도 손학규가 대졸자 이상 비율이 전국 최고이고,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수료자만 2만명 수준이라는 대한민국 중산층과 보수층의 아성인 '천당 아래 분당(을)'에서 승리한 것은 이러한 그의 진정성과 헌신성, 중도주의적 성향이 '분당 우파'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하겠다. 손학규로서는 대선으로 가는 길목을 찾은 셈이다.

유시민은 노무현 정신을 들먹였지만 노무현은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대의를 위해서라면 가진 것을 포기할 줄 알았다. 노무현은 지는 길도 뚜벅뚜벅 걸어가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지만, 유시민은 범야권의 승리보다는 소속 정파의 작은 이익을 탐하다 실패했다. 사이버공간에서는 일부 '친유'들이 선거패배의 변명과 핑계를 대고 있지만 비겁하고 구차하다. 유시민과 지지자들은 패배 앞에 겸허해야 한다. 손학규의 합리성과 유연성, 헌신성을 배워야 한다. '정치판의 탈레반'으로 남는 걸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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