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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산지역 의원들의 '애향(愛鄕)' 의식 /이만열

'저축銀 개정안' 내년 총선 앞둔 포퓰리즘·쇼라는 말 듣지 않으려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5-04 22:49:52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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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엉뚱하지만 다음과 같은 보도에 접했을 때 국민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부산지역 의원들은 지난달 29일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 대표발의로 5000만 원 이상 예금도 전액 보상해주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먼저 부산 시민들은 이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의원들의 '고향 챙기기'에 환호하기만 할까, 아니면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 과민해 있다는 생각까지 곁들이고 있는 것일까. 의원들은 그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밑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유도하는 방편의 하나로 그런 법안을 제출하지는 않았을까.

'개정안'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계기로 발의되었지만 꼭 부산 시민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때문에 부산 지역만을 위한 개정안처럼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또 의원들은 지역의 대표성도 갖고 있어서 지역 현안에 동참하는 것을 부당하다고만 볼 수도 없다. 천재지변 같은 재난을 당했을 때, 의원들이 현장과 요로를 뛰어다니면서 재난 선포를 요청하는 등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본다. 그런 활동이 효과도 거두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부산저축은행 문제를 특정지역의 재난과 같은 차원에서 비교하는 것이 적절할까.

부산저축은행 부실과 관련, 냉정한 원인규명과 피해자구제 문제를 균형있게 처리해야 한다. 저축은행의 부실 원인, 언론에 알려진 바와 같은 경영자층의 '도덕적 해이', 영업정지 정보의 '사전유출'과 '불법인출', 책임자 처벌 및 불법인출의 환수, 서민구제와 사회정의 실현 등이다. 속속 드러나고 있는 '관치금융'의 폐단을 어물쩍 넘긴 채 구제방안부터 세운다면 그게 옳은 처방일 수 없다. 따질 것은 철저히 따지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대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보의 사전유출'과 '불법인출' 과정에서 의원들이 '관련되었다'는 보도와 관련, 환부를 도려내듯 자기검증에 철저해야 한다. 차제에 불의·불법한 사슬구조도 척결하지 않으면 구제책 자체가 임시방편적 단회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행여나 예금자 구제책이 부산 의원 자신들의 허물을 덮기 위한 '꼼수'로 고안된 기미가 있다면 그건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원인규명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부산괴담'은 끝내 자기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 여당의 '부적절한 통화' 이후, 의원들은 '법적대응'을 먼저 등장시켜 언론을 '협박'한다. 허물을 덮어버리려는 의도일까. 야당이 국정조사를 선언했지만, 여당은 그런 주장을 뭉개버리고 막대한 손실을 국고로 '전액 보상'하자고 밀고 나갈 심산인 듯하다. 평소 그렇게 많던 여당의 입들이 이 문제에 침묵을 지키는 걸 보면, 의혹을 파헤치기보다는 안고 가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검찰은 저축은행을 수사하면서 계속 의원들의 관련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종래 이런 정치적인 사건처리에서 신뢰성을 잃은 검찰이고 보니 국민들이 검찰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어주지 않는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이렇게 믿어주지 않으니 아무리 검찰과 언론이 '마사지'를 해도 의원들의 혐의는 좀처럼 털어지지 않는다.

'서민예금 구제'라는 대의에 충실하려면 철저한 개혁조치가 이행되고 동시에 특단의 조치가 강구되어야 한다. 그런 개혁조치를 외면한 채 제출된 '5000만 원 이상의 예금자에게도 전액 보상해 주자는 개정안'은 국민의 동의를 끌어내기도 힘들고 사회정의에도 반한다. '개정안' 제출에 앞서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예탁자들의 심정과 국민의 요구를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금자 구제책을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불법인출금액 환수와 인적 청산 같은 개혁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구제방안도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중앙의 지원을 받아 해결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 어떨까. 명분도 서고 부산 시민의 동의도 끌어낼 수 있다. 그게 예탁자들을 돕는 실질적인 방안일 수 있다. 사회 정의와 균형성을 고려하지 않은 구제안은 기대와는 달리 내년 총선을 의식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당연히 '포퓰리즘'이니 '쇼하고 있네'라는 말이 아예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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