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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리 젊은이의 저항력을 키워주자 /이영식

눈 가린 경주마 같은 좁은 시야 자살 불러

인문학과 예술 통해 인생 의미 가르쳐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5-08 20:27:4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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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들의 신체발육은 모든 기성세대가 부러워할 정도지만 정신적 성장에 있어서는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있는 KAIST 학생들의 자살 사태를 보고 극한경쟁의 방법과 모델 적용의 문제를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젊은이들의 여린 저항력의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수치도 무섭지만 하루 평균 10만 명 중 42.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는 통계는 참으로 믿기 어렵다. 그 중 대학생은 2006년 191명, 2007년 232명, 2008년 332명, 2009년 249명이 세상을 포기하고 있다. 이번 KAIST 사태 역시 고학력 젊은이들의 자살 증가라는 현상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TV프로그램에서 베테랑 가수 윤복희 씨가 어린 시절 자살하려 했었다는 고백이 있었는가 하면 몇 년 전에는 어떤 여학생이 새 안경을 사주지 않는다고 아파트에서 몸을 던진 일도 있었다. 가족을 잃고 외롭고 힘들었던 윤 씨는 자살하지 않았고, 작은 부족에 대한 불만을 이기지 못한 어린 소녀는 죽음을 택했다. 당시 윤 씨의 환경이 요즈음 젊은이들보다 나았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저항력이 있었던 것이고, 그 저항력이란 어쩌면 당장 눈앞의 닥친 일들을 헤쳐 나가느라 그럴 겨를이 없었던 것에서 생겨난 것일 수도 있다. 지금 눈앞에 닥친 문제가 자기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외골수적 시야와 환경이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까?

1980년대 일본 유학 시절 석사나 학부졸업 논문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리고 자살도 하던 일본의 젊은이들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나의 지도교수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한국 유학생들이라면 그럴 것 같지 않다고도 했다. 우리에게서 젊은 시절의 향수를 느낀다던 노년의 교수들은 패전 후 배급을 타거나 전차를 기다릴 때, 서로 밀치고 앞서려 했던 강한 생명력조차 느낀다고도 했다. 지난번 동일본 대지진의 참사 속에서 조용히 줄을 서던 일본인들을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패전 직후의 도쿄는 그랬다 한다. 그렇기에 요즈음 젊은이들의 약한 생존 경쟁력을 개인의 문제만으론 볼 수 없는 것이다.

극도로 세분화되어 가는 현대사회에서 야망을 품는 젊은이들은 허황된 것으로 치부되고, 개인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란 전공이라는 좁은 영역으로 국한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달리는 경주마처럼 자기 주로(走路) 이외는 눈가리개로 차단된 좁은 시야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좁디좁아진 시야에 시련이 닥쳤을 때 모든 가능성은 다 막힌 듯하고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절망에 빠짐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인생에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학교와 사회의 가르침이 필요하다. 우리 젊은이들이 건강하게 한눈 팔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많이 만들어 주자는 이야기다.

전공 이외의 관심을 가지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KAIST가 모델로 삼았던 MIT는 도시 속에 있지만 KAIST의 대덕연구단지는 사회와 격리돼 있다. 마을과 동떨어져 대학만 있었던 일본의 츠쿠바대학도 초기에는 대학원생들의 연이은 자살이 문제가 됐었다. 지리적으로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없다면 인문학과 예술의 교육과 소양개발을 통해 당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해도 충분히 살아 볼 만한 것이 인생이란 것을 가르칠 수도 있다.

들과 산에 핀 꽃과 열매의 이름도 알게 하고, 풀 이름이 궁금해 뒤져보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악기 하나쯤 연주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소설가가 있으며, 외우고 싶은 시가 있는 젊은이가 인생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어 수학을 조금 덜하더라도 수시로 인문학에 접하고 회화와 음악 등의 예술에 친할 수 있는 소양 기르기가 중요하다. 우리 주위의 사소한 꽃과 나무들의 이름을 알려는 궁금증이 있는 한 세상 포기하려는 생각은 그만치 멀어질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지금 앞에 놓인 어려움이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는 심호흡 한 번으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을 가르치는 데 더 열심인 학교와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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