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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현대차 노조를 위한 변명 /조준현

대접받지 못하는 우리사회 노동자…외교관·판검사처럼 '기득권 세력' 인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5-17 20:39:3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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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인가 외교통상부 장관이 자기 딸을 외통부 전문직에 특채로 취업시켰다가 옷을 벗은 사건이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있는 자들의 기득권이 어떤 식으로 대물림되는가를 보여 준 사건이다. 그런데 최근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하면서, 노조원의 자녀들이 취업을 원할 경우 우선적으로 배려한다는 조항을 넣었다가 호되게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노조의 말을 들어 보면 무조건 취업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조합원에 대한 복지랄까 사기진작이라고 할까 아무튼 그런 차원에서 약간의 가산점 정도를 요구한 것이고, 이런 정도의 배려는 국내외의 많은 대기업들에서 이미 하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비판받으니 조금은 억울하다는 항변이다. 그러나 이런 항변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들어 보면 평소에 노동조합 활동에 우호적이던 진보언론과 진보정당들조차도 하나같이 현대차 노조에 비판적이다. 심지어는 북한의 권력세습에 빗대어 비판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득 궁금한 일이 하나 있다. 우리 사회에서 현대자동차의 노동자가 된다는 것이 과연 외통부의 전문직이 되는 것만큼이나 기득권에 속하는가?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이야기할 때마다 자주 비교되는 것이 핀란드의 교육이다. 가령 핀란드에서는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이 경쟁에서 이기고 다른 이들보다 더 좋은 직장이나 더 많은 사회적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지만, 핀란드에서는 교육의 목적이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이 서로 도우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긴 자와 진 자가 극단적으로 나뉘고 이긴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사회에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교육이 결코 불가능하다. 핀란드에서 그런 교육이 가능한 이유는, 그 나라에서는 대학교수와 환경미화원이 똑같은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핀란드를 다녀온 어느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비오는 날 무심코 젖은 신발로 복도를 더럽힌 교수가 환경미화원에게 꾸지람 듣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어느 교수는 자신에게 인사하는 환경미화원에게 다시는 인사하지 말라고 화를 냈단다. 감히 청소부 따위가 아는 체하는 것조차도 불쾌하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여전히 양반과 상놈이 나뉘는 사회이다. 이런 사회에서 상놈을 두고 기득권 세력이라고 비난한다면 많이 억울하지 않은가 말이다.

물론 현대차 노조를 비판하는 이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솔직히 중소기업 노동자들과 비교해 본다면 현대차 정도 되는 대기업 노동자로서 받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복지 혜택은 대단한 특혜일 수도 있다. 임금이나 복지는 둘째 치고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현실에서 안정된 고용을 보장받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현대차 노조원들은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가 대학교수나 판검사와 비교될 만한 기득권인지는 모르겠다. 노동자들이 그런 정도의 사회적 대우와 존경을 받고 있는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당연히 권력이든 재벌이든 대학교수든 판검사든 단지 부모를 잘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기득권이 세습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 노동자가 기득권이 될 만큼 우리 사회에서 정당하게 대접받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실업과 비정규직, 고용 불안이 넘치다 보니 단지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안정된 일자리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기득권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의 부모들은 대부분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과거 우리 부모들의 소원은 무엇이었는가? 나는 비록 사회에서 천대받는 노동자일지라도 내 아들딸은 좋은 학교에서 마음껏 공부해서 더 좋은 직장과 안정된 소득과 사회의 존경을 받게 하고 싶다는 것이 이 땅의 평범한 노동자 부모들의 한결같은 소망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땅의 노동자 부모들은 자녀가 판검사도 아니고 대학교수도 아니고 그저 노동자가 되기만이라도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부모들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이런 사회를 바꾸어야 할 것 아닌가?

참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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