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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이제 박연호 회장이 말할 차례다 /정상도

7조 원대 비리 전말, 법정서 털어놔야 서민 피해자들에게 그나마 속죄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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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 및 임직원 등 21명에 대한 재판이 26일 시작된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수사를 담당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2일 ▷4조5942억 원 상당의 대주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 ▷5060억 원 상당의 부당대출 배임 ▷2조4533억 원 규모의 회계 분식 ▷1000억 원의 사기적 부정 거래 ▷44억5000만 원의 횡령 등 불법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주도한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연호 회장·김양 부회장, 부산·부산2저축은행 김민영 대표 등 10명을 구속 기소하는 한편 관련 임원 및 공인회계사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무미건조한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사건 기소 관련 설명자료'에는 서로 다른 울림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첫 번째는 "억장이 무너진다"는 예금 피해자들의 절규다. 지난 2월 17일 금융위원회가 부산·대전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앞선 서울의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사태에도 설마설마하던 서민들이 굳게 닫힌 영업점 앞에서 피울음을 토했다. 이틀 뒤인 같은 달 19일 부산2·중앙부산·전주저축은행과 보해저축은행에 대해 추가로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망연자실하던 예금 피해자들은 자구책을 찾아나섰다.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이런저런 조건을 달아 '추가 영업정지는 없다'던 김석동 금융위원장에 대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런 과정을 거쳐 꾸려졌다. 이 모임의 김옥주 위원장은 "금융당국이 정책 실패를 인정했고, 그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났다. 특혜 인출은 더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이른바 '특혜 인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변명이다. 금융당국이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영업정지 방침을 정한 지난 1월 25일 이후 영업정지 전날까지 원금보장 한도인 5000만 원 이상을 찾아간 고액 인출자가 4338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이 적어도 장삼이사는 아닐 것이라는 입방아 속에 아니나 다를까, 장·차관의 실명이 거론했고 이들은 '적어도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미리 돈을 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들의 설명이 옳을 수도 있고, 억울하게 오해를 산지도 모른다. 하지만 듣고 있는 사람이 짜증나는 목소리임은 분명했다.

세 번째는 지난달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원인을 따지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빚어진 공허한 '네 탓 공방'이다. 18대 국회가 특정 현안을 놓고 처음 연 청문회인 데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헌재·진념 전 경제부총리,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8명의 경제금융수장이 증언대에 서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누구 한 사람 "내 탓이오"라고 반성하는 모습은 없었다. 윽박지르는 국회의원, 발뺌하기 바쁜 증인들의 목소리는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했다.

네 번째는 지난해 감사원장으로 저축은행 등에 대한 감사를 지휘했던 김황식 총리가 언급했던 '압력설'이다. 그는 지난 2월 "(감사원장 재직 시절인) 지난해 감사 과정에서 '이것을 완화해 줬으면 좋겠다'는 일종의 청탁 또는 로비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감사원장으로 있을 때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감사에 들어갔더니 오만군데서 압력이 들어오더라"고 했다.

검찰이 법정에 나서는 21명에게 적용한 죄목은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 등이다. 이런 온갖 불법 행위가 이들만의 힘으로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제 박연호 회장 등이 말할 차례다. 7조 원 대 금융 비리의 전말을 소상하게 털어놓아야 한다. 이 속시원한 사죄야 말로 절규하는 예금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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