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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해운대와 꼬트다쥐르 /박형섭

지중해 쪽빛해안 못지않은 해운대…자연·예술 어우러진 명소들을 꿈꾼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6-17 21:35:5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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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느 누구도 해운대 없는 부산을 상상할 수 없다. 해운대는 관광자원으로서의 경제성은 물론 동북아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상징적 존재다. 그 해운대가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개발지상주의라는 악질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수영만 일대에 새로운 시티들이 들어서면서 바다도 산도 시멘트 장벽으로 둘러싸이게 되었다. 광안대로에서 해운대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곧 주차장으로 변할 태세다. 백사장에 접근하는데 장산터널로 우회해야 할 지경이다. 곧 착공될 미포의 해운대관광리조트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미 달맞이언덕 정상에 고층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제 해운대에 남은 것은 달맞이 고개의 산책로, 청사포의 송림, 장산뿐이다. 지구촌 어느 관광명소에도 리조트시설 그 자체가 방문객을 유인하지 않는다.

니스를 여러 차례 방문해온 필자는, 니스 공항에 내려 중심 해안가인 영국인 산책로에 있는 숙소로 갈 때면 야자수 나무 즐비한 해안도로를 감상하면서 줄곧 '우리의 해운대'를 생각하곤 한다. 해운대와 지리적 조건이 유사한 프랑스 꼬트다쥐르는 어떻게 세계적 명소가 되었을까. 자연, 역사적 장소, 사람이 얼마나 고귀한 항구적 가치를 지니는지 니스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쪽빛해안이란 뜻의 꼬트다쥐르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관광지이지만 해운대의 자연경관보다 결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파트든 호텔이든 고층건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스카이라인을 훼손하는 건물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방문객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다양한 문화적 장소와 예술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해운대에 해당하는 니스에서 오른쪽으로 앙티브, 칸, 생트로페 등의 작지만 세계적인 해안 명소들이 즐비하고, 왼쪽으로 모나코, 에즈, 망통이 이어진다. 모두 해안도로에 인접해 있어서 접근성이 뛰어나다. 방문객은 푸른빛의 지중해를 감상하며 지나갈 수 있다. 니스는 무엇보다도 해수욕장과 고고학적 유적들, 마티스미술관, 샤갈미술관 등으로 유명하다. 이 미술관들은 화가들의 집을 개조한 것으로 그들의 삶과 작품이 시간의 흔적과 더불어 조화를 이룬다. 해안가에는 시간 속에 축적된 맛과 멋을 전하는 카페들이 요란하지 않게 이방인을 맞이한다. 아주 작은 곶과 만으로 형성된 앙티브는 말년에 피카소가 살았던 마을로 피카소미술관이 문을 열고 있다. 그곳은 위대한 미술가의 족적을 탐구하는 마니아들의 성지와 다름없다.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국제영화제의 칸 해변의 레드카펫을 지나면 곧 16세기 중세의 도시 생폴드방스가 나온다. 그곳의 마그재단 미술관에서는 샤갈, 마티스, 미로, 콜더를 만날 수 있다. 이 지역은 세계적인 화가들의 순례지라고 할만하다.
여행의 장소는 동경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병이 죽음에 이르는 절망적인 상태라고 해서 그대로 삶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해운대는 여름철의 해수욕장도, 콘크리트의 서식처도 아니다. 순간의 경제학에 팔아버린 부끄러운 영혼을 되찾고, 후세를 위해 저마다 고요하게 빛나는 명소들을 꿈꾸어야 한다. 달맞이 언덕 위에 서서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상상해본다. 해안선을 따라 동해남부선을 타고 동해안을 유람한다. 바닷가의 모래톱, 크고 작은 바위들, 해벽에 부딪치는 파도, 파란 하늘 아래 빛나는 태양. 광안리에서 청사포, 송정, 해동용궁사, 대변항, 일광 어름을 예술가촌으로 조성한다. 광안리 해변에는 청소년음악캠프, 해운대백사장에는 무용이나 재즈, 클래식 음악, 청사포에는 시인, 소설가의 창작마을, 달맞이고개에는 화랑가와 골동품 가게들, 송정에는 연극인의 마을, 센텀시티에서 광안리, 요트경기장 일대에는 시네마 콤플렉스, 대변·기장에는 도예, 어촌마을…. 꿈을 가지고 뜻을 모으면 실현은 어렵지 않다. 예술가들에게 이곳은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며, 그들의 삶 자체가 이야기가 될 것이다. 개발과 관광을 주도하는 기관과 유관단체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관광이 외지인을 끌어들여 돈과 시간만을 소비하게 하는 일회용 이벤트가 아니라 행복한 기억과 미학적 감동을 창출하는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이라는 점이다.

부산대 불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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