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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우울해서 슬픈 사회 /염창현

팍팍한 현실 탓 '기분장애' 환자 증가…개인에 맡기면 악화, 사회적 요법 마련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13 21:27:1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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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학 강의를 하는 강사들의 말 중에는 공통적인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오늘은 좋은 날"이라고 큰 소리로 외쳐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상큼한 시작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기분좋은 아침이 좋은 하루를 만든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출근 전에 밝고 힘찬 노래를 부르라는 주문도 있다.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근데 항상 말과 달리 실천은 어렵다. 힘차게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좋은 기분을 싹 가시게 하는 일들이 줄줄이 다가온다. 기다리는 버스는 제때 오지 않고, 옆 사람이 무심코 뿜어내는 담배연기는 맑은 기분을 한순간에 흩어 놓는다. 도시철도 내에서 책이라도 읽을양이면 쩌렁쩌렁 울리는 잡상인의 목소리가 훼방을 놓는다. 자가용 출근길에서는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뒤 차량의 경적소리가 평온했던 마음을 흔들어 버린다.

신문과 TV 등에서는 연방 흉칙한 소식들을 쏟아낸다. 동료를 죽이는 군인, 자기 자식 만졌다고 노인을 때리는 아기 엄마, 교사를 폭행하는 제자, 선수 부모를 협박해 돈을 뜯은 축구팀 감독, 나랏돈을 주머니 돈으로 아는 공무원, 생선가게의 고양이 같은 금융기관 임직원, 난무하는 성범죄 등등 일일이 늘어놓기가 힘들 지경이다.

위정자는 또 어떤가. 아무리 임기 후반으로 접어들었다지만 지금의 이완된 사회분위기를 보면 막장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정부가 각 사안에 있어 제대로 조율을 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날만 새면 한방을 노리는 인기 위주의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정치권은 이에 세상 모르고 깨춤을 춘다.

사회가 우울하고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자연히 개인의 기분도 바닥을 치게 마련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분장애'란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수가 68만여 명에 달했다.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도 여성이 1905명, 남성이 874명에 달했다. 기분장애란 우울증, 조울증 등 감정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고통을 겪는 질환을 일컫는다.

더 심각한 것은 기분장애 진료 환자수가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2006년 60만 명을 조금 넘었던 환자는 2008년에 잠깐 하향세를 보인 뒤 2009년 다시 66만 명으로 늘어났다. 예년에 비해 이런저런 악재가 넘친 올해에는 아마 그 수가 더 많아질 게 분명하다.

기분장애에도 종류가 많다고 한다. 모든 일에 흥미가 없고 불안감, 죄책감이 전신을 짓누르는 '우울삽화'에서부터 과도한 자신감과 과대망상적 사고를 갖는 '조증삽화'도 있다.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기분장애의 한 증상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기분장애는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의료계에서는 기분장애 환자는 절대로 혼자 두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24시간 관찰을 해야 만약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생면부지의 남녀들이 만나 집단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행위 역시 감정통제의 상실에서 비롯됐을 공산이 크다.

물론 기분장애의 원인이 모두 사회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으로 장애인자를 갖고 있거나 생물학적, 성격적인 측면에서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사회적인 요인이 기분장애 발생에 아주 중요한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의료계의 정설이다.

한 사회에서 우울증이나 조울증 환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현실이 팍팍하다면 다른 데서 그것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허구한 날 우울하고 비위 상하는 일들만 일어나서야 건강한 공동체가 되기 어려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기분장애가 늘어나는 현상을 개인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돌려서는 곤란하다.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일부러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것을 선택의 문제라고 치부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회가 정신적 결함을 가진 채 돌아가서는 안 될 노릇이다.

생활과학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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