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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스마트폰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이택광

정치적 주체 복제…만인이 교감하고 만인이 확인하는 새로운 환경의 매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20 20:29:23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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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휴대전화 문화의 경향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그냥 별스럽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오지랖 넓은 인문학에게 이 현상도 중요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고 할 수 있다. 알고 보면 스마트폰은 중요한 인문학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인문학적 문제를 주체의 범주에 대한 질문으로 본다면 말이다. 실제로 인문학의 출현은 오랜 연원을 갖는다. 앎을 도구적으로 파악했던 소피스트들을 비판하면서 소크라테스가 '다른 앎'을 주장하는 순간, 인문학은 탄생했다. 디오게네스가 넝마를 걸치고 통 속에서 살았던 까닭도, '최선의 상태'만을 학문의 덕목으로 여겼던 소피스테스에 대한 반발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스마트폰과 인문학의 문제의식을 선뜻 연결해서 고민하는 것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철학을 시와 동일시했던 하이데거의 영향이 여전히 인문학적 사유에 도저하게 작용하고 있는 한국의 분위기에서 기술 자체를 인문학적 탐구 영역에 놓는 것이 그렇게 썩 인문학자에게 어울리는 일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문학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인간 주체에 대한 해명에 있다고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소크라테스가 메논에게 '너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이 앎을 사랑하는 출발점이라고 했을 때, 이때 무지의 인지는 궁극적으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전제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미디어의 조건은 주체에 대한 인문학의 관점에 중대한 도전을 제공한다. 프랑스 철학자 데리다는 인터넷과 주체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논의를 전개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주체화의 과정과 연동하는 매체환경의 문제이다. 이런 상황은 일찍이 독일의 문예학자 벤야민이 복제와 본래성에 대한 관계를 사유할 때 이미 예견됐다.

최근 미국의 이론가 주디스 버틀러는 인터넷과 같은 미디어 컨버전스 환경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차원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복제가 되는 순간 그 대상은 본래적인 맥락에서 떨어져 나와 전혀 다른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이다. 이런 논의를 확대해서 스마트폰 환경에 적용해보면 만인이 만인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 '부드러운 공간'은 벤야민과 버틀러가 주장하는 '복제성'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주체화의 문제는 '거울단계'를 전제한다. 그 거울이 언어이든, 문화적 규범이든, 우리는 사회적 구조에 우리를 '비추어 봄'으로써 주체를 정립한다.

이 주체는 '정립'되긴 하지만 우리의 의지로 인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 조건에 의해 이루어진다. 주체는 언어 속으로 '떨어짐'으로써 나타난다. 따라서 주체는 공간적이지만 초시간적이다. 한번 나타난 주체는 끊임없이 반복 복제된다. 말하자면,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게 된다. 말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사회화된다는 것이고 용인되는 것과 용인될 수 없는 것을 인지한다는 뜻이다. 이것을 정신분석학은 상징적 거세라고 부르는데, 이를 통해 만들어진 주체는 최초의 원본 주체를 복제하면서 자기 자신을 반복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 복제의 과정을 통해 주체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맥락에서 주체와 환경 사이를 부유하며 '정치화'한다.

스마트폰의 환경은 이 복제의 과정들에 직접성을 부여한다. 나의 과거는 삭제되지 않고, 또 다시 복제돼 귀환한다. 연예인의 과거사들이 영원히 반복해서 돌아오는 것을 우리는 매일 목격하지 않는가? 이 복제의 과정을 통한 주체화야말로 정치적 내용 없는 형식의 정치성을 극대화하는 메커니즘인 것이다. 스마트폰과 트위터라는 새로운 인터넷 통신수단의 만남은 이런 복제의 정치화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블로그에 비해 트위터는 즉흥적이면서 동시에 직접적이다. 실시간 대화를 통해 원격화되어 있는 상대방과 교감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여러 가지로 해석 가능하겠지만 '보는 동시에 보여주는 존재'로서 나를 정립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마트폰은 이런 나의 형성을 촉진하는 매체인 셈이다.

경희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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