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해운대의 아름다움과 비극 /송문석

초고층 잇단 허용에 천혜풍광 날로 황폐…마구잡이식 개발, 이쯤에서 멈춰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통계가 있는 게 아니어서 내기까지는 못하겠다. 해운대 백사장을 가득 메운 피서객 대부분이 부산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주위에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부산사람은 피서철에 해운대 해수욕장엘 안 간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걸 보면 사실인 듯하다.

부산시민들이 전국 각지의 동포들에게 여름 한철 이 나라 안에서 가장 크고 세계적으로 아름답다는 해수욕장을 통째로 선선히 내주고, 자신들은 먼 곳으로 피해 나가는 것은 마치 옆집 잔치 손님을 위해 집을 비워주는 것 만큼이나 아름답고 가상한 일이다. 이럴 때 집주인이라면 남우세스럽고 열없지 않게 집 청소를 해놓고 안방 열쇠를 내주는 게 마땅한 일이겠다. 하지만 우리가 해운대를 어떻게 시나브로 망가뜨려 가면서 외지인들을 불러들이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부끄럽고 화가 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해운대는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돼 가고 있다. 누가 먼저 크고, 높고, 빠르게 콘크리트를 반죽해 쌓아 올리는지 시합이라도 하는 것 같다. 백사장에서 바라보는 푸른 동백섬은 더는 상큼하지 않고, 눈매를 시원하게 해주지 못한다. 건너편에 성채처럼 솟아오른 뻔뻔하고 탐욕스러운 초고층 주거빌딩에 눌려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선택된 사람들만의 도시라도 되는 듯 마린시티라는 이름의 소수 거주자들에게 해운대는 저당잡히고 사유화돼 절대 다수 부산시민이 누려야 할 자연을 빼앗기고 말았다.

백사장을 따라 들어서고 있는 호텔과 리조트는 해운대를 소멸시키고 있다. 병풍처럼 둘러친 건물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길을 막아 백사장 유실을 부채질한다. 여기에 108층 초고층 관광리조트까지 건설 중이다. 관광객이 머물 숙소는 있어야겠지만 세계 유명 비치 중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백사장에 바짝 붙여 담벼락 둘러치듯 초고층 건물을 세운 곳을 보지 못했다. 천혜 자연을 죽여가며 인공 구조물을 세워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발상 자체가 자살행위이고, 그래서 미래에 황폐화된 해운대를 바라보며 한탄할 우리의 모습이 죽은 자식 뭐 만지작거릴 부모 같기만 하다.

동백섬의 맞은편 달맞이 언덕은 어떤가. 야금야금 갉아먹은 언덕의 정상에서는 고층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조만간 우리는 아름다운 해안선을 볼거라고 올라탄 유람선에서 오륙도 앞의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 이어 달맞이 언덕에 치솟은 콘크리트 덩어리에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돌리고 말 것이다.

프랑스 파리가 단지 오래된 문화유적이 많아서 세계적 관광명소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파리시는 1970년부터 40여년째 건물높이를 최고 13층, 37m로 제한하고 있다. 너비 6m, 2차로 길 옆은 3층이 최고높이다. 파리 건설업자들이 돈을 돌같이 보고, 문화수준이 특별히 높아서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업자들은 호시탐탐 고도완화를 노리지만 파리시민들은 단호하다. 몽마르트르는 경치로만 따진다면 달맞이 언덕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러나 이들은 파리 코뮌 당시 봉기자들의 최후 보루였던 이곳에 양초 모양의 사크레쾨르 성당을 세우고, 가난한 화가들의 창작공간을 재창조하고 의미를 부여해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었다. 그곳에 거대한 아파트단지, 리조트, 호텔은 없다.

부산시와 해운대의 행정관료와 개발업자들에게 해운대는 욕망의 덩어리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달맞이 언덕 한편에 소중하게 둥지를 틀고 있는 20여 개의 화랑과 김성종 추리문학관, 카페와 작은 이색 음식점들, 청사포의 예술인 창작공간들에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 그 휘황찬란한 호텔 프런트에 이곳의 문화지도 하나라도 만들어 비치해두고 외국인과 피서철 관광객들에게 화랑순례, 문화순례라도 하게끔 안내하고 있는가. 관광명소는 문화와 예술, 자연과 역사가 함께 어우러질 때 만들어진다. 리조트와 호텔만으로 관광객을 끌어올 수는 없다.

아프리카는 다이아몬드 때문에, 중동은 석유때문에 '천연자원의 저주'를 받고 있다. 해운대가 아름다운 자연 때문에 비극을 맞이할 순 없다. 해운대의 파괴는 여기에서 멈춰야 한다. 콘크리트 덩어리만 남아있고 인적은 사라진 최악의 해운대를 끝내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3. 3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4. 4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5. 5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6. 6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7. 7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10. 10“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5. 5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9. 9[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10. 10‘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5. 5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6. 6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7. 7“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8. 8[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9. 9주민번호 대량 유출 빈번, 최근 6년 505만 건 털려…‘온라인 번호’는 278만 건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3. 3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8. 8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논란의 AG
상표권 알박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중수청·공소청 혼란 땐 수정 보완 주저 말아야
북 미사일 위협 속 ‘빈총 경계’ 안보 불안 키워선 안 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드골 대통령과 군복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