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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해운대의 아름다움과 비극 /송문석

초고층 잇단 허용에 천혜풍광 날로 황폐…마구잡이식 개발, 이쯤에서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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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가 있는 게 아니어서 내기까지는 못하겠다. 해운대 백사장을 가득 메운 피서객 대부분이 부산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주위에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부산사람은 피서철에 해운대 해수욕장엘 안 간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걸 보면 사실인 듯하다.

부산시민들이 전국 각지의 동포들에게 여름 한철 이 나라 안에서 가장 크고 세계적으로 아름답다는 해수욕장을 통째로 선선히 내주고, 자신들은 먼 곳으로 피해 나가는 것은 마치 옆집 잔치 손님을 위해 집을 비워주는 것 만큼이나 아름답고 가상한 일이다. 이럴 때 집주인이라면 남우세스럽고 열없지 않게 집 청소를 해놓고 안방 열쇠를 내주는 게 마땅한 일이겠다. 하지만 우리가 해운대를 어떻게 시나브로 망가뜨려 가면서 외지인들을 불러들이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부끄럽고 화가 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해운대는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돼 가고 있다. 누가 먼저 크고, 높고, 빠르게 콘크리트를 반죽해 쌓아 올리는지 시합이라도 하는 것 같다. 백사장에서 바라보는 푸른 동백섬은 더는 상큼하지 않고, 눈매를 시원하게 해주지 못한다. 건너편에 성채처럼 솟아오른 뻔뻔하고 탐욕스러운 초고층 주거빌딩에 눌려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선택된 사람들만의 도시라도 되는 듯 마린시티라는 이름의 소수 거주자들에게 해운대는 저당잡히고 사유화돼 절대 다수 부산시민이 누려야 할 자연을 빼앗기고 말았다.

백사장을 따라 들어서고 있는 호텔과 리조트는 해운대를 소멸시키고 있다. 병풍처럼 둘러친 건물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길을 막아 백사장 유실을 부채질한다. 여기에 108층 초고층 관광리조트까지 건설 중이다. 관광객이 머물 숙소는 있어야겠지만 세계 유명 비치 중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백사장에 바짝 붙여 담벼락 둘러치듯 초고층 건물을 세운 곳을 보지 못했다. 천혜 자연을 죽여가며 인공 구조물을 세워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발상 자체가 자살행위이고, 그래서 미래에 황폐화된 해운대를 바라보며 한탄할 우리의 모습이 죽은 자식 뭐 만지작거릴 부모 같기만 하다.

동백섬의 맞은편 달맞이 언덕은 어떤가. 야금야금 갉아먹은 언덕의 정상에서는 고층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조만간 우리는 아름다운 해안선을 볼거라고 올라탄 유람선에서 오륙도 앞의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 이어 달맞이 언덕에 치솟은 콘크리트 덩어리에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돌리고 말 것이다.

프랑스 파리가 단지 오래된 문화유적이 많아서 세계적 관광명소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파리시는 1970년부터 40여년째 건물높이를 최고 13층, 37m로 제한하고 있다. 너비 6m, 2차로 길 옆은 3층이 최고높이다. 파리 건설업자들이 돈을 돌같이 보고, 문화수준이 특별히 높아서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업자들은 호시탐탐 고도완화를 노리지만 파리시민들은 단호하다. 몽마르트르는 경치로만 따진다면 달맞이 언덕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러나 이들은 파리 코뮌 당시 봉기자들의 최후 보루였던 이곳에 양초 모양의 사크레쾨르 성당을 세우고, 가난한 화가들의 창작공간을 재창조하고 의미를 부여해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었다. 그곳에 거대한 아파트단지, 리조트, 호텔은 없다.

부산시와 해운대의 행정관료와 개발업자들에게 해운대는 욕망의 덩어리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달맞이 언덕 한편에 소중하게 둥지를 틀고 있는 20여 개의 화랑과 김성종 추리문학관, 카페와 작은 이색 음식점들, 청사포의 예술인 창작공간들에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 그 휘황찬란한 호텔 프런트에 이곳의 문화지도 하나라도 만들어 비치해두고 외국인과 피서철 관광객들에게 화랑순례, 문화순례라도 하게끔 안내하고 있는가. 관광명소는 문화와 예술, 자연과 역사가 함께 어우러질 때 만들어진다. 리조트와 호텔만으로 관광객을 끌어올 수는 없다.

아프리카는 다이아몬드 때문에, 중동은 석유때문에 '천연자원의 저주'를 받고 있다. 해운대가 아름다운 자연 때문에 비극을 맞이할 순 없다. 해운대의 파괴는 여기에서 멈춰야 한다. 콘크리트 덩어리만 남아있고 인적은 사라진 최악의 해운대를 끝내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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