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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리가 남이가! /정지창

이웃의 고통과 아픔 보듬고 크레인 오른 김진숙 씨 위한 응원, 인지상정이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25 20:45:0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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꼽아보니 두 달 새 벌써 3번이나 부산엘 다녀왔다. 그런데 나를 부산으로 부른 것은 공교롭게도 쉰두 살의 부산 갈매기들이었다. 한 사람은 지난 현충일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극단 '자갈치'의 광대 최정완이고, 다른 한 사람은 한진중공업의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여성노동자 김진숙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이웃의 고통과 아픔을 내 것처럼 여기면서 늘 뒷전에서 남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하지만, 정작 자신의 몸은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우리 시대에 거의 멸종위기에 몰린 '따뜻한 이웃'이라는 사실이다. 최정완은 오래 전부터 잘 아는 후배이고, 김진숙 씨는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는 여성 노동자다.

지난 2009년 여름 '전국민족극한마당'을 부마항쟁 30주년에 맞추어 부산에서 개최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부산시에서 책정된 예산을 내주지 않자 문자메시지를 보내 하소연하던 최정완의 대머리와 턱수염이 무성한 선량한 얼굴이 떠오른다. 아마 후배들을 이끌고 봉하 마을 입구에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수많은 만장을 만들어 세웠던 그의 행적이 당국의 비위를 거스른 모양이었다. 그후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부산시에서 예산을 내놓아 행사는 무사히 마쳤다. 행사가 끝난 후 최정완은 무료 공연을 해준 경기도 안산의 마당극패 후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은 형편이 어려워 힘들지만 반드시 출연료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후 몇 차례 전화를 걸어 지금 돈이 얼마 모아졌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중간보고를 했고, 마침내 몇 달 후에 약속한 출연료를 보내주었다. 심지어 그는 내가 보낸 몇 푼의 후원금도 한참 후에 돌려보내왔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김진숙 씨와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정 많고 속 깊은 부산 아지매로 내 마음에 새겨져 있다. "열다섯 시내버스 여공으로 시작해/ 스물다섯 최초의 여성용접공으로 시작해/ 대공분실 세 번 다녀오고 징역생활 두 번 하고/ 수배생활 오년 하고 나니/ 머리 희끗한 쉰두 살이 되어 있더라는/ 저 아픈 여인"이라고 '희망 버스'의 배후주동자로 지목된 송경동 시인은 그녀를 소개한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저 문을 열어라/ 전깃불 하나 없는 깜깜한 쇠기둥 위에서/ 내려오는 법을 까먹을까봐/ 날마다 어둠속 되짚으며/ 한 계단씩 내려오는 연습을 한다는/ 저 서러운 철문을 열어라".

지난 7월 9일 나는 전국 각지에서 '희망 버스'를 타고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이 부산역 광장에서 장대비를 맞으며 춤추고 노래하며 그녀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노동자들과 그들을 위해 농성 중인 김진숙 씨의 고통과 외로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내고 시간을 내어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경찰과 검찰은 한 사람의 시인이 전국 각지에서 1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대규모의 불법 집회를 열었다고 보는 모양인데, 굳이 따지자면 나를 부산역으로 오게 한 것은 송경동 시인이 아니라 김진숙 씨였다. 그리고 직장에서 쫓겨난 우리 이웃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 때문이었다.

한진중공업에서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은 부산 시민이자 우리의 이웃이 아닌가. 김진숙 씨 또한 그런 이웃들의 딱한 사정을 호소하기 위해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까마득한 허공에서 몇 달째 내려오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남이가'라는 구호는 정작 이럴 때 써먹으라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역겨운 포퓰리즘에 오염된 이 말을 이제는 본래의 의미로 되돌려 놓아야 할 때다.

송경동 시인의 말을 들어보자. "한진중공업은 지난 60여 년 동안 부산지역 노동자들과 시민의 혈세를 받고 자란 기업이다. 수십 년 동안 일했던 노동자들도 부산 시민의 이웃인데 사측이 지난 3년 새 3000여 명을 잘랐다. 공공기관의 장들은 시민의 이름으로 희망버스를 제3자 개입이라고 반대한다. 철저히 회사 편에 서 있는 이들은 외부세력 아닌가? 우리는 노동자와 서민, 소외받는 사람들 편에 서 있다. 사람이 사람인 이유는 누군가가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는 모습을 봤을 때 자연스럽게 연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힘겨운 세상을 살아갈 힘과 희망을 주는 것은 바로 '우리가 남이가!' 라는 한 마디다.

영남대 독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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