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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안현태 씨의 국립묘지 안장을 지켜보며 /유창선

쿠데타·5공비리 핵심, 편법 동원 기습 안장…'죽은 권력 살리기' 국민 자존심에 상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8-07 20:23:2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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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화국 시절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냈던 고 안현태 씨가 지난 토요일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그런데 이날 안장은 국가보훈처가 국립묘지 안장대상 심의위원회를 통해 의결한 지 하루 만에 기습적으로 이루어져 논란을 낳고 있다. 안 씨의 국립묘지 안장 결정에 반발하는 5·18 관련 시민사회단체 등이 저지를 공언하자 이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안장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안 씨의 국립묘지 안장은 단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앞으로 예고되는 상황과 맞물려있다는 점에서 여러 생각할 바를 던져주고 있다. 안 씨의 경우는 역사적·사법적 단죄를 받았던 5공 인사들의 국립묘지 안장을 둘러싼 논란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군부세력의 12·12 쿠데타에 가담하여 기소되었던 유학성 전 중앙정보부장이 국립묘지에 안장된 사례가 있지만, 그의 경우는 형이 확정되지 않고 재판이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사망하여 논란의 양상은 다소 다른 편이었다. 반면에 안 씨의 경우는 5공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던 혐의로 복역했던 인물이 사면복권되었다는 이유로 국립묘지 안장이 결정된 첫 사례여서 결코 단순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장차 전두환·노태우 씨를 비롯한 다른 5공 인사들의 국립묘지 안장을 가능하게 하는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씨는 군생활과 공직생활 내내 전두환 씨와 함께 했던 '전두환 사람'이었다. 육사 17기 출신인 그는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의 핵심멤버, 그 가운데서도 전두환계로 알려졌던 인물이었다. 전두환 씨가 권력을 찬탈한 이후 그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수도경비사령부 30경비단장과 공수여단장 등 군요직을 거친 그는 육군소장으로 예편하여 전두환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로 들어간다. 경호실 차장직을 맡았던 그는 장세동 씨의 뒤를 이어 경호실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수천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관여했고 이러한 사실이 인정되어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다. 한마디로 전두환 씨와 공생하며 5공 비리를 주도했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아무리 사면복권을 받아 이제는 법적으로 국립묘지 안장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국립묘지라는 장소의 성격을 감안하면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국립묘지란 곳이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국가에 공을 세우거나 나라를 지키다 가신 이들을 기리는, 우리의 역사를 담는 곳이 아니겠는가. 그런 곳에 쿠데타에 가담하여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권력비리를 자행한 인물들이 묻힌다면 국립묘지의 영예성도 크게 훼손당하고 국민의 자존심이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현행 국립묘지법에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거나 국립묘지 영예성을 훼손한 경우에 안장 비대상으로 심의, 의결할 수 있다'라는 규정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렇게 자격논란이 따르는 인물들의 안장은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고 그래야 갈등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안 씨의 안장 과정에서 국가보훈처는 사회적 합의는 고사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추려고 쫒기듯이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안 씨 국립묘지 안장에 반대하는 민간위원들이 심의를 거부하자 개별 서면심의라는 편법까지 써가며 어떻게든 그의 국립묘지 안장을 결정하려 했다. 서면심의에는 위원 15명 가운데 9명이 참여해 8명이 찬성했고, 심의에 참가한 정부 쪽 위원 6명은 모두 찬성했다고 한다. 결국 정부기관과 정부측 위원들이 밀어붙여 그의 안장을 성사시킨 결과가 되었다. 더구나 결정 하루만에 군사작전하듯이 기습적으로 안장했으니 국가보훈처가 눈총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 여러 5공 인사들의 국립묘지 안장문제가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이는 특정 개개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역사의 정기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다. 적어도 국립묘지라는 장소는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산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장소로서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하극상의 군사 쿠데타에 가담하여 권력을 찬탈하고 비리를 자행했던 인사들에게 과연 국립묘지를 내주는 것이 옳은 일인지. 사회적 동의없이 계속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다가는 '죽은 권력' 살리려다 '살아있는 권력'이 죽게 될 수 있음을 생각하기 바란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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