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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로운 시대, 새로운 학문 /박성조

계속되는 자연재해, 땜질식 처방은 한계…위기 대비한 방재학 한국 전문가 키워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8-08 20:32:0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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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시간 동안의 폭우는 한국산업화의 상징인 서울의 강남을 휩쓸었다. IT, 조선, 철강, 자동차 강국인 한국은 자연의 '재앙'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은 두말할 것 없이 땅에 떨어졌다. 성장, 기술만능주의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 한계를 말해주었다. 지금 세상에는 사고, 재해, 천재지변이 거의 매일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대응책을 찾는다. 그러나 우리가 찾은 대응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최근 재해의 대부분 원인은 인간의 비이성적인 생각과 행위에서 출발한다. 한스 요나스는 명저 '원칙: 책임'에서 인간의 이기주의적인 탐욕, 경쟁에 의한 과학, 기술의 남용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묻는다. 그래서 그는 과학과 기술발전의 윤리를 촉구한다. 그리고 정책을 입안하는 정치인과 전문가들에게 이러한 책임을 맡겨둘 수 없으며, 그들은 '오늘'과 '그곳'을 위해 행동하는 인간들이기 때문에 정말 '미래'는 불쌍하다고 말한다.

사실 지구온난화 문제가 제기된 지가 거의 40년이 흘렀다. 1972년 로마 클럽이 제기한 '성장의 한계'는 해를 거듭하면서 유사한 국제회의에서 수차례 강조돼 왔으나 정부, 기업, 개인의 성장을 향한 의존과 행위는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

오래 전부터 우리는 "오존층이 파괴되었다"고 말하고 있으나, 탄소감소를 위해 무슨 노력을 해왔는가!

한국은 급속한 성장을 자랑하는 한편 기후온난화 심화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보면 한국은 세계상위권에 들어간다. 중국과 일본을 합하면 동북아 3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 고도성장은 왜, 언제까지 자연파괴, 지구온난화를 바탕으로 가야 하는가. 한국은 이것 외에도 전국 곳곳에 수많은 골프장을 만들고, 과도한 SOC투자로 자연파괴가 일상화되고 있다. 산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은 당연하다고도 할 만하다.

이번 산사태를 체험하며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있다. 왜 한국에는 방재학이라는 것이 없는가? 수년 전 태안만에 기름이 유출됐을 때 세계여론은 한국인들의 '임기응변술'에 의한 위기관리를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이제는 임기응변의 단계를 지나고 사전에 예방하며, 유사시에 모든 지식을 집결해서 동원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전문가 양성이 절실하다. 즉 방재학의 절실함을 느낀다. 오늘날 우리는 세계화 속에서 불가피한 많은 현상을 경험한다. 그래서 다문화 화합, 후진국 개발, 국제기술 이전, 국제환경 전문, 지적소유권 등의 통섭학문들이 필요함을 통감한다.

구태의연한 한국 대학의 전공과목들은 16, 17세기의 서양의 학문분류에 의한 학과를 위주로 하고 있다. 학교마다 꼭 같은 학과와 교과 내용이다. 중복에 중복을 거듭한다. 대학의 특성화를 촉구하지만 쇠귀에 경읽기다.

이번 서울의 우면산 산사태의 해결점을 또 다시 한국이 선호하는 임기응변술에서 찾아서는 결코 안 된다. 즉 사태의 원인 분석을 하기 전에 몇몇의 엔지니어와 행정가들의 논리로 '빨리빨리' 처리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마무리는 또 다시 더욱 혹심한 사태를 유발할 것이 당연하다. KTX의 잦은 사고와 부산-김해 경전철의 개통 지연의 해결방안 찾기도 마찬가지다.

빠른 시간 내에 결과만을 이끌어내는 것은 한국 산업사회의 악덕이다. 선진국이 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과 위주가 아니고 과정위주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사고, 행위, 결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고, 행위, 결단의 소용돌이 속에서 최후의 결정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산업사회의 생각은 권위적이고 독재적이었던 반면, 선진사회는 소통적이고 더욱 민주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 산업사회의 학문의 논리와 철학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폐쇄적이고, 자기학문 만능의 자가당착에서 자만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개인, 집단 이기주의 간의 갈등을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불가사의한 시간에 대한 착오가 내재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미래를 위한 시각"이 없다는 것이다. 즉 글로벌 경쟁 속에서 선진 민주주의에로 가기 위한 새로운 지식탐구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이것은 미래지향적이고 통섭적인 지식이다.

베를린자유대 종신정교수, 동아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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