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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물갈이의 본질 /조송현

지금까지 물갈이는 사실 그 나물에 그 밥, 부실 의원 불익 주는 경선제도 도입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8-10 20:41:0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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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당인 한나라당의 공천 물갈이 논란이 뜨겁다. '현역 30%, 40%가 대상'이란 말이 나오는가 하면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떨어지는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 지지도가 비교적 높은 영남권 중진은 "우리들은 모두 죽으란 말이냐"며 발끈했다.

우리 현실에서 정치인에게 공천은 생명줄과 다름없다. '물갈이'란 한마디에 현역 의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 대한 부산시민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김칫국 마시고 있네'하는 표정이 엿보인다. "예전처럼 깃발(공천)만 꽂는다고 다 될 줄 아느냐"는 호통으로도 읽힌다. 시민의 물갈이 욕구는 수치를 넘어 더 본질적이라는 얘기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선술집에서 터져나오는 필부들의 '취중 정치토론'을 듣고 있노라면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시민의 정치성향 변화가 심상찮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애면글면 한나라당을 지지해온 50, 60대도 정부와 여당에 대해 "다 필요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현역 의원 얘기가 나올라치면 "확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같은 분위기의 근저에는 배신감이 흐르고 있다. 흡사 짝사랑에 지친 사람처럼 실망을 넘어 체념에 빠진 모습이다. 전임 정권이 경제를 망쳤다고 분개하며 탄생시킨 이명박 정권에서 삶은 더 팍팍해졌다. 신공항 백지화, 저축은행 사태는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이런 심정이고 보니 "부산의원들은 뭘 했냐"는 성토와 함께 "확 바꿔"란 말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이전에도 시민의 물갈이 요구는 흔히 있었고 또 이루어졌다. 지난 20여 년간 여당이 싹쓸이한 부산에서 총선 때마다 '절반 공천 물갈이'가 이루어졌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17대 한나라당 의원 17명 중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은 현역은 9명이었고, 그 이전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수치로 보면 '확 바꾼' 셈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들 경우 제왕적 총재 등 중앙당의 실력자에 의한 일방적인 물갈이였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든든한 텃밭에서 대폭 교체된 인물은 사실상 그 나물에 그 밥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요즘 부산시민의 '확 바꿔'의 뉘앙스는 예전과 많이 다르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임 대통령도 가고 없는데 한나라당 민주당이 다 뭐꼬, 꿩 잡는 게 매지" 하는 한 60대 남성의 말에서도 감지된다. 그동안 맹목적인 한나라당 지지에 큰 요소가 된 '반 김대중' '반 민주당' 정서가 옅어지고 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변화하는 시민 정서는 내년 총선에서 표출될 게 틀림없다. 유권자로서 보다 폭넓은 선택의 자유를 누리려 할 것이란 얘기다. 이는 한나라당에 대한 혁명적인 공천 개혁 주문이나 마찬가지다. 시민들은 더 이상 '무늬만 물갈이'를 용납하지 않을 태세다. 특히 "부산의원들은 뭐 했냐"고 분노하는 시민들은 현역 의원들에게 더욱 엄밀한 잣대를 들이댈 것은 분명하다.

부산시민들은 먼저 존재감 없는, 제 역할 못하는 중진 의원들에 대해 책임론을 묻고 있다. 국가의 이익 운운하며 신공항 백지화를 주장한 다선의원에게는 "그게 소신이라면 왜 진작 그런 주장을 펴지 않았느냐"고 추궁하고 있다. 4년간 시간을 줬는데도 국회의원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몇몇 초선들을 보며 참신한 인물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 특히 매일 지역구에서 얼굴 알리기에만 열심인 '구의원 같은 의원'을 시민이 내년 총선에서 또 보고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30, 40% 물갈이' 소리에 의원들이 펄쩍 뛸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유권자의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상향식 공천제인 국민경선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 역시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다. 국민경선제는 현역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뭘 했냐"고 추궁하는 터에 현역에게 유리한 국민경선제는 답이 아니다.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의원에게는 경선을 하더라도 페널티를 주는 게 오히려 합리적이란 생각이다. 정당은 여하튼 어떤 기준대로 공천을 하겠지만, '낙선자 선정법'은 유권자가 더 잘 알고 있는 법이다.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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