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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저축은행 사태 2·17→8·17 /정상도

영업정지 6개월간 피해자 아픔만 커져, 정부 구제대책 등 따뜻한 손 내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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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업계 자산순위 1위인 부산저축은행이 17일 금융당국으로부터 6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당함에 따라 20만 고객이 충격에 빠졌다. 계열사인 부산2저축은행은 물론 부산지역 다른 저축은행에서도 '뱅크런'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2월 17일 부산에서 이렇게 저축은행사태가 시작됐다. 이날 부산저측은행과 대전저축은행에 이어 이틀 뒤인 19일 부산2·중앙부산·전주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조치를 당하면서 부산저축은행계열 5개 저축은행이 모두 셔터를 내렸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번 영업정지 조치는 부실 때문에 아니라 대전저축은행의 유동성 위기에 따른 것이어서 3개월 내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오늘, 더욱 또렷해지는 것은 예금 피해자들의 아픔이고 희미해지는 것은 이를 감싸줄 따뜻한 손이다.

검찰 수사와 국회 청문회, 그리고 국정조사를 통해 저축은행의 부실을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 직원들이 오히려 뇌물을 받으며 부실을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오죽했으면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저축은행 부실의 근본 원인으로 금융당국의 정책·감독상의 문제를 꼽았겠는가.

물론 그 밑바탕에는 대주주들의 씻지못할 잘못이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임직원의 친인척·지인 등의 명의로 4조5000억 원대의 자금을 불법 대출해 모두 120개 특수목적법인을 운영하면서 아파트 골프장 등의 사업을 영위했으며, 그 과정에서 부실이 심화됐다. 특히 박연호 회장은 불법 대출을 비롯해 모두 8조3000억 원대의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한층 명확해지는 것은 또 있다.

먼저 예금 피해자들의 처지이다. 한 국회의원 조사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예금 피해자 71%가 월 소득 150만 원 이하의 서민이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3.6세이며 목욕탕 청소나 때밀이, 가사도우미, 일용직 노동자 등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이 45%에 달한다. 이들은 지금도 부산저축은행 본점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 다음은 저축은행 부실이 지난 10년간 국회 정기감사 때마다 도마 위에 올랐지만 제도적인 개선이 뒤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후순위채 남발, 대주주의 불법 대출에 대한 감독 부실,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왜곡은 물론 상호신용금고에서 저축은행으로 명칭을 변경한 문제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저축은행의 문제점을 거론했지만 금융당국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문제를 수수방관하면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 것이다.

더 아쉬운 것은 검찰의 정·관계 인사에 대한 로비 수사의 부진이다.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이 부실 수사 운운하며 로비스트 박모 씨를 거론했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를 마무리하면서 여당 특위 위원장도 "정·관계 로비 의혹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게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고 자탄했다.

이제 남은 것은 예금 피해자 문제 해결이다. 최근 끝난 국회 국정조사 특위가 포퓰리즘 논란을 일으키며 흐지부지된 것은 어쩌면 정해진 수순일지 모른다. 해답이 없는 일을 자초한 탓이다. 정부는 실정법 운운하며 '법대로'를 외치고 있는데, 없는 법을 만들어 구제하자니 답을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금융당국의 잘못을 규명한 만큼 소송을 통해 피해자를 구제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도 뜯어놓고 보면 또다시 예금 피해자들을 울리는 일이다. 왜냐하면 정부의 잘못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과연 대주주, 예금자, 그리고 정부의 잘못을 두부 자르듯이 나눌 수 있느냐는 숙제가 남기 때문이다.

그럼 답은 무엇인가.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이다. 부산저축은행 본점의 차가운 바닥에서 한여름을 보내며 쇠잔해지고 있는 예금 피해자들이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은 이제 정부의 몫이다. 이들이 무슨 변고라고 당해야 움직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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