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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시 무상(無償)을 생각하다 /조준현

무상급식 지원관련 주민투표 결과에도 버티고 있는 서울시, 민심 제대로 읽어야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9-14 20:05:5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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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 지면을 빌려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말을 인용한 적이 있다. 다 아시다시피 한마디로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서 무엇답다는 이야기는 임금과 신하의 지위가 서로 높고 낮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임금에게는 임금이 해야 할 도리가 있고, 신하에게는 신하가 해야 할 역할이 있으니, 누구든 자기 자리에서 제 할 도리를 똑바로 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요즘 아무나 성현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 바람에 공자님 말씀이 땅에 떨어진 지 오래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성현의 말씀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도리라고 믿는다. 그래서 오늘 다시 임금의 도리와 신하의 도리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공자는 평생동안 세상을 주유하면서 자신의 뜻을 받아줄 군주를 찾고자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권력과 영토만을 바라던 세속의 왕후들에게는 군주의 덕을 찾는 공자의 가르침이 말 그대로 '공자님 말씀'에 불과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공자는 세상을 주유하며 도덕을 설파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왜인가? 그것이 바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무상급식을 생각하는 이유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다들 짐작하시리라 싶지만 바로 곽노현 서울교육감의 구속 때문이다. 서울시 초등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 확대의 시기와 방법을 놓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발의한 주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무효가 된 것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서울교육청에 대해 오 전 시장이 자기가 해서는 안 될 일에 나섰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투표 무효는 서울시민들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 주는 결과이다. 그런데 오 시장이 사퇴까지 한 마당에도 서울시가 여전히 무상급식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은, 민심이 어디 있는가를 읽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부끄러운 짓이다. 아무튼 선거가 끝나자마자 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검찰이 곽노현 교육감으로부터 단일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후보를 구속하고 곽 교육감을 소환조사하더니 결국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새벽에 구속하고 말았다.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의 시점을 두고 주민투표 무효에 대한 보복수사가 아니냐는 항변도 있지만, 검찰은 오히려 투표에 영향을 미칠까 봐 발표를 늦췄다고 주장한다. 검찰의 발표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긍정도 부정도 할 마음이 없다. 그저 검찰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하니 지켜 볼 뿐이다. 다만 검찰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결코 곱지만은 않은 이유가, 지금까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려고 했던 적이 많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함으로써 검찰의 손을 들어 준 데 대해서도 역시 사법부가 자기 할 일을 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하고자 한다. 다만 왜 과거 한 때 사법부가 통법부니 권력의 시녀니 하는 비난을 국민들로부터 받았었는지 그 이유를 겸허하게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공자님 말씀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다시 공자님 이야기로 끝을 맺도록 하자. 공자의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자로(子路)는 현실 정치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느 날 그가 스승에게 정치의 가장 중요한 도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공자가 답하기를 "항상 백성의 선두에 서고 백성에 대한 위로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로가 선뜻 마음에 차지 않아 반문하였다. "그렇게 간단합니까?" 아마 자로가 기대한 것은 대단히 어렵고 심오한 철학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가장 단순하지만 중요한 도리를 한마디로 말하였으니, 자로의 마음에는 부족하게 들렸던 것이다. 성격이 지나치게 곧고 과격한 면이 없지 않았던 자로는 높은 지위에 올랐으나 왕족들 간의 권력다툼에 휘말려 목숨을 버리고 만다. 왕은 자로의 살로 젓갈을 담가 여러 공경대부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 처참한 모습을 본 공자는 평생 다시 젓갈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시장이든 교육감이든, 검찰이든 사법부든 간에 참마음으로 백성의 선두에 서고 뼈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심으로 백성을 위로하고자 한다면, 기꺼이 제 살로 젓갈을 담가도 좋다는 각오 정도는 있어야 할 것이다.

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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