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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안철수 현상의 본질 /이택광

안철수 호감 뒷면 기성정치혐오 강화…타인 의존 대신에 자유 갈망 있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9-21 20:33:48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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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현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난 몇 주간 한국 사회는 '한 성공한 개인'에게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안철수라는 특정인에 집중된 관심과 지지를 거론하면서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호명되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말하자면 안철수에 대한 호감은 기성 정치인에 대한 반감을 동반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주장은 얼핏 들으면 안철수 현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 가로 놓여 있는 것은 정치 혐오를 강화하는 악순환이다.

안철수 현상은 자유에 대한 부정이라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을 드러내는 것이다. 근대국가의 모양새만 갖추었을 뿐, 그 내용을 채울 시민이 없다는 것이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다. 시민단체가 있지만 시민사회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시민은 자기 주권을 주장하는 존재이다. 물론 이 주권의 주장이 곧 자유의 실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근대 시민은 자신의 주권을 주장하고 민주주의의 몫을 요구하면서 탄생한다.

그런데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주권의 개념은 민족 또는 국가라는 훨씬 큰 범주에 포섭되어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추상적인 차원에 묶여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를 구체적인 '나'의 문제로 내려 앉힐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인문학의 필요성을 고민해볼 수 있다. 철학이라는 것이 궁극적으로 '앎에 대한 사랑'이라고 한다면, 이 사랑의 행위는 앎을 위해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모든 사랑이 몰입을 의미하듯, '앎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철학적 사고라는 근대 인문학의 핵심은 '앎에 대한 사랑'에 개인을 몰입시킴으로써, 주권과 다른 차원에 놓여 있는 '나'를 발견하게 만든다. 이 존재야말로 '자유로운 주체'일 것이다. 근대 자유주의 철학은 이런 측면에서 국가, 사회, 시장 같은 평준화와 획일화의 조건들을 자유로운 개인에 대한 적으로 간주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개인의 행복 추구를 절대 가치로 내세우는 최근 인문학 열풍의 기저에 자유주의가 깔려 있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낭만주의를 거쳐서 자유주의는 '나'를 사고의 중심에 놓는 근대적 시민주체의 탄생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일지도 모른다.

자유주의는 그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헤겔과 마르크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시민사회를 설명하기 위한 '욕구의 체계'로서 시장을 끌고 들어오는 헤겔의 주장은 자유주의에서 누락되어 있는 국가의 이중성을 부각시키는 입장이었다. 시장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욕구 충족을 전제하는 것인데, 다분히 이런 충족의 과정이 우연적인 것이기 때문에 공평하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 하루아침에 누구는 갑부가 되고 누구는 알거지가 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국가의 통치이고, 이를 통해서 개인은 구체적인 자유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헤겔의 주장이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마르크스는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이다"는 공식을 제시한다. 자본주의의 비밀을 밝히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은 마르크스에게 국가와 시장을 분리시킨 헤겔의 주장은 관념적인 것에 불과하다. 헤겔을 거꾸로 세워야한다고 주장한 마르크스는 근대 사회의 문제점을 국가와 시장의 결합에서 찾았다. 국가를 주어진 실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그에게 국가는 곧 시장의 재현일 뿐이고, 국가가 시장을 통제하는 것이라기보다 시장이 국가를 지배하는 것이 옳았다. 이런 까닭에 마르크스가 염두에 둔 것은 시장과 국가의 결합을 해체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임무를 담당해야하는 정치적 주체들은 누구일까? 자유로운 발전을 추구하는 개인이고, 이런 개인의 발전을 추구하는 어소시에이션이다. 어소시에이션이라는 것은 최초로 자유의 보장을 위해서 시장을 비판한 루소를 통해 제기된 것이다. 자유로운 개인의 연대라고 할 어소시에이션에 대한 전망이 '타인에 대한 의존'을 통해 나타난 것이 안철수 현상의 본질이다.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을 극복할 '새로운' 자기 발전의 전망은 이런 의존 현상을 구체적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전환시켰을 때 가능하지 않을까.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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