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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측인(測人)과 선인(選人) /신명호

타고난 잠재력과 노력해 얻은 성취, 됨됨이 잘 분별해 지도자 골라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0-05 20:18:20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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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임금과 순임금은 전설적인 성군(聖君)이었다. 그 요임금이 널리 후계자를 구했다. 많은 사람들이 순을 추천했다. 요임금은 두 딸을 순에게 시집보내 그의 사람됨을 시험했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라 할 색욕으로 순을 시험한 것이었다. 시험에 통과한 순은 요임금을 뒤이어 제왕이 되었다. 긴 세월이 흐른 후 순임금 역시 널리 후계자를 구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를 추천했다. 순임금은 맛난 술로 우를 시험했다. 술의 맛과 향에 빠져들던 우는 문득 술을 끊으며 '후세에 분명 술로 나라를 망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고 하였다. 시험에 통과한 우 역시 순임금을 뒤이어 제왕이 되었다. 요임금과 순임금이 후계자를 시험한 이유는 그들의 본모습을 알기가 어려워서였다.

제왕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보통 사람들 역시 사람들의 본모습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할수록 본모습을 알기가 더 어려워진다. 사람들은 문명의 이기를 동원해 본모습을 꾸미고 가린다. 우리 사회에 유행하는 혈액형 인간학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사람의 본모습이 궁금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아무리 문명의 이기가 발달해도 혈액형은 바꿀 수 없다. 그래서 혈액형 인간학에는 인간의 본모습이 혈액형에 온전히 녹아있다는 소박한 믿음이 들어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관상학이나 점성학 또는 독심술도 사람의 본모습을 알고자 하는 욕망에서 나왔다. 근대 학문으로 등장한 심리학 역시도 그렇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은 유효하다. 오늘날 보통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생활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국가대사를 위해서도 사람의 본모습을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보통사람들이 제대로 된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야 나라가 제대로 된다. 그러려면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의 본모습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19세기의 대학자 혜강 최한기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이 바로 사람을 알아보고 제대로 쓰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서 혜강은 '인정(人政)'이라는 대작을 남겼다. '인정'은 지도자가 사람을 알아보고 제대로 쓰게 하기 위한 지침서였다. 혜강은 사람을 알아보고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최소한 '측인(測人)' '교인(敎人)' '선인(選人)' '용인(用人)'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용인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선인해야 하고, 제대로 선인하려면 제대로 측인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교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특히 선인과 관련해 혜강은 반드시 피해야 할 것 다섯 가지를 들었는데, 은원(恩怨)에 의한 선인, 청탁에 의한 선인, 뇌물에 의한 선인, 문호(門戶)에 의한 선인, 색목(色目)에 의한 선인이었다. 은원에 의한 선인은 재능 여부보다는 은인인가 원수인가를 따져서 하는 선인, 즉 지극히 개인적이며 감정적으로 하는 선인이다. 청탁과 뇌물에 의한 선인은 말 그대로 청탁과 뇌물에 의한 선인이다. 문호(門戶)에 의한 선인은 자신의 친인척만을 선발하는 것이며, 색목(色目)에 의한 선인은 자신과 같은 당파의 사람만 선발하는 것이었다.

혜강이 살던 19세기 조선의 인사행정이 바로 이 다섯 가지에 의해 좌우되고 있었다. 그렇게 이루어지는 인사행정에서 훌륭한 인재가 발탁되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혜강은 훌륭한 선인이란 '나라의 태평성대와 백성의 평안'을 기준으로 하는 선인이라고 했다. 이 기준을 놓고 각각의 인재들을 '기품(氣稟), 심덕(心德), 체용(體容), 문견(聞見), 처지(處地)'의 다섯 가지를 고려해 골라내야 한다고 했다. 기품은 타고난 잠재력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취한 능력이다. 심덕은 도덕적 심성, 체용은 풍채와 얼굴, 문견은 보고 들어 아는 것, 처지는 각자의 배경이었다. 이 다섯 가지의 중요도는 각각 기품 4, 심덕 3, 체용 2, 문견 1, 처지 0.5라고 하였다. 혜강은 자신이 제시한 방법대로 한다면 사람을 알아보고 제대로 쓰는 데 큰 착오는 없을 것이라 자신했다. 바야흐로 재선이 코앞이고 총선, 대선이 머지 않다. 혜강 최한기가 제시한 방법으로 후보자들을 측인하고 선인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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