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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10·26' 의식을 담은 선거가 되려면 /이만열

反자주적·反민주 성향 후보 배척하고 민주인권·통일평화 일꾼 가려 투표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0-18 20:07:2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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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면 10·26 재·보선이 있다. 내년도의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성향을 예측할 수 있는 일종의 풍향계로 여겨지기도 하여 이 선거는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국 42개 선거구에서 광역단체장 1명, 기초단체장 11명, 광역의원 11명, 기초의원 19명을 선출하지만, 초미의 관심사는 서울시장과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 집중되어 있다. 여야 거물급 인사들이 차출되는 걸 보면 혈투가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날이다. 1909년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하얼빈 역두에서 포살한 날이고, 그 70년 후인 1979년 이날은 유신정권의 화신 박정희 대통령이 청와대 안가에서 '시해'된 날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재보선과 관련, 이날의 역사적 의미를 투영해 보려는 의견이 나타나고 있다. "안중근 10·26. 이등박문을 쏘다! 김재규 10·26. 박정희를 쏘다! 시민들 10·26. 부패권력의 심장부를 쏘다!"와 같은 내용이다. 이런 글귀를 보면서 시민들의 역사의식이 필자보다 훨씬 앞지르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1909년 이날, 안중근 의사의 의거는 대한제국의 존망이 백척간두에 처해 있을 때 이뤄졌다. 청일, 노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제는 1905년 한국의 외교권을 빼앗고자 이토를 파견, 11월 '을사늑약'을 강행했고, 그 이듬해 그를 초대통감으로 임명했다. 이토는 1907년 헤이그 밀사사건을 빌미로 고종을 황제 자리에서 내쫓고 한국군을 해산시켰으며, 정미 7조약을 강제하여 행정권을 박탈하는 등 한국의 식민지화에 가장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가 이날 9시30분께 하얼빈 역두에서 '한국의병 참모중장' 안중근에 의해 포살되었다.

1979년 이날 '시해'된 박 대통령은 1961년 '5·16 군사쿠테타'를 일으켜 '4·19 민주혁명'을 뒤엎어버렸고, 1969년 3선개헌을 거쳐 1972년 12월에는 '유신헌법'에 따라 영구집권의 길을 열었다. 그러나 그는 '부마사태'를 계기로 그의 부하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피살'되었다. 헌법을 고치자는 말만 해도 재판 없이 투옥시키는 등 국민의 자유와 권리, 인권과 민주화를 얼마나 제약했는가는 여기에 일일이 매거할 수 없다.

과거 두 차례에 걸친 '10·26'이 있었지만, 그 후 의도와는 달리 민족적·시민적 목표가 제대로 수행된 것은 아니다. 일제는 이토의 피살을 계기로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강점을 서둘러 그 이듬해 8월 한국의 주권을 빼앗았다. 유신정권이 무너졌다고 해서 곧 바로 인권 민주화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신군부의 등장은 '5·18'의 비극을 불러왔고, 철권통치로 수많은 희생자가 줄을 이었으며, 사회불안은 더 깊어갔다. 이렇게 민족독립과 유신철폐를 목표로 했던 '10·26'이 실패한 것 같이 보였지만, 두 '10·26'은 그 뒤 역사의 혼돈 속에서도 늘 한줄기 빛으로 되었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절망 속에서도 그 너머를 바라보게 하는 표상이 되었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역사적으로 이렇게 의미 있는 날에 선거를 치르게 된다. 그런 만큼 이 날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면서 투표에 임하는 것이 이 날에 보답하는 것이고, 역사의식을 생활화하는 길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한다면 역사의 미래가 없다고 했던가. 과거 두 '10·26'의 역사적 의미를 현재에 투영한다면, 결국 친일세력을 척결하고 반민주세력을 심판하는 것이 될 것이다. 투표권자는 이런 의식을 후보자 본인과 그를 공천한 정당에 투영시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제의 식민사관을 대변하는 듯한 역사인식으로 상대방 후보자를 검증하려다 도리어 자신의 친일적 성향만 드러낸 경우가 최근에도 있었다. 그런 역사의식은 안중근이 주장했던 자주독립론과 동양평화론에서도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올해 '10·26'은 기존의 '10·26'이 가졌던 반침략·반유신의 정신을 이어받으면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곧 민주인권·통일평화·환경생명의 가치다. 이런 가치들이 한동안 퇴행의 길을 걸었다. 이제 우리는 이런 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 일꾼들을 가려서 투표해야 하겠다. '10·26'이라는 의미를 살리려면 적어도 반자주적이고 반민주적인 후보는 용납될 수 없다. 그렇게 해야만 또 하나의 새로운 '10·26', 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숙명여대 명예교수·前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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