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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보화의 그늘 /조현

쏟아지는 정보바다 무작정 항해하다 개성은 압류당하고 정체성 상실할수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1-07 21:17:1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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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기들이 통신과 미디어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으며 생활방식과 사회구조까지 변화시킨다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전철에서, 버스에서, 심지어는 걸으면서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열심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혼자서 싱글거리기도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소수층에 의한 정보의 독점을 막고 누구나 쉽게 필요로 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따라서 삶이 풍요해질 수 있다고 한다. 곧 디지털 통신기술은 현재 우리 사회의 아이콘인 대중사회, 소비사회를 촉진해 온 주요 추진체이다. 또한 소위 앱이라는 것이 폭발적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지금은 커다란 시장으로 형성되고 있다.

가을의 정취를 흠뻑 즐길 수 있는 관광지를 물색하고 그곳으로 가는 교통 및 도로상황과 근처의 맛집들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입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회사에서 상사 몰래 인터넷으로 주식을 거래할 수도 있으며 골방에 틀어박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친구들'을 만나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게임을 겨루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가끔은 지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내가 접한 정보들 중 정말 나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될까. 인터넷에서는 정보의 검색을 '내비게이션'이라 한다. 재미있는 말이다. 항해를 하다가 익사하는 것처럼 가치 없는 정보에 빠져 익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작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는 여전히 감추어져 있으며 거대한 쓰레기 더미와 같은 정보들에 의하여 주요 정보에 접근하고자 하는 우리의 동기와 노력마저 잃게 될 우려가 있다.

얼마 전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다. 세계적으로 추모식이 열렸고 그의 자서전은 출간 전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그의 개인사는 곧 정보기술의 발달사 및 정보화 역사와 동격으로 취급되고 있다. 1970년대 차고에서 제작된 8비트의 개인 컴퓨터에서 시작하여 지금 전 세계의 애플매장을 휩쓸고 있는 아이폰4S까지의 역사는 지난 40년간의 정보화 과정의 투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개인사는 훌륭하다. 불우한 환경, 역경 속에서도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열정과 노력, 그리고 그가 이룩한 업적 등 인생에서 굵은 획을 그어 온 그는 칭송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우리에게 끼친 영향, 즉 정보화의 촉진은 긍정적인 요소가 있는 반면 부정적인 요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의 기술에 의해 관광지와 맛집을 쉽게 알 수 있게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숫자의 ID와 비밀번호를 기억하고 살아야 한다.

반세기 전 캐나다의 문명비평가인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을 통해 매체형식과 메시지의 관계를 설명한 바 있다. 여기에서 그는 메시지에 대한 미디어 형식의 영향을 분석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미디어를 '뜨거운 미디어'와 '차가운 미디어'로 구분하였다. 뜨거운 미디어는 고급기술을 사용하여 많은 양의 정보량을 제공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이는 쪽은 수동적이며 참여성이 낮다. 반면 차가운 미디어는 비교적 낮은 수준의 기술을 사용하며 정보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정보에 대해 보다 비판적이고 따라서 참여도가 높다.

아울러 맥루한은 특정 미디어의 독점적 위치를 막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인쇄매체와 같은 미디어 해독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도 이러한 주장은 유효하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최우선 명제인 현재의 정보 미디어 환경에서는 어떠한 해독제도 무용지물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정보화 환경은 맥루한식 표현을 빌리자면 뜨겁다 못해 펄펄 끓는 미디어로 비유될 수도 있겠다. 자칫하면 폭포처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조차 모를 우려가 있다. 개성이 압류당하고 정체성이 상실되며 개인의 의지가 무용화 되는 이상한 신세계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한 가지 희망을 품어본다. 인간의 역사는 발산해 버린 적이 없으며 순환되어 왔다. 정보화도 마찬가지이다. 편리하지만 숨 막히는 이 정보화도 언젠가는 인간 속으로 수렴해 올 것이다. 기대해 본다. 정보화에 인간성을 불어 넣어줄 제2의 스티브 잡스를.

인제대 보건과학정보硏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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