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배추벌레의 교훈 /정상도

올해도 어김없이 김장배추 파동 조짐…물량 공급·가격 안정, 근본적 대책 강구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9월 초였다. 여름까지 상추며 고추를 키워 먹던 사과상자 3개에 배추 모종 10포기를 심었다. 사과상자는 빌라 1층 손바닥만한 마당에 있었다. 베란다 유리문 너머로 모종을 살펴볼 수 있는 위치였다. 매일 일삼아 물을 주었다.

그런데, 모종이 하나 둘씩 말라가더니 1주일가량 만에 전멸했다. 2차로 모종 10포기를 더 심었다. 이전보다 더 열심히 물을 주었지만 사정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겨우 모종 2포기만 상추 크기만큼 자랐다. 옆집 할머니의 배추가 시퍼렇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 더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난 주말 그 배추 두 포기에 변고가 생겼다. 생육 상태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한 포기가 배추벌레에 초토화된 것이다. 배추벌레는 잎맥만 남기고 잎사귀를 모두 먹어치웠다. 나머지 한 포기는 그나마 배추 형상을 하고 있었다. 나무젓가락을 가지고 마당으로 나갔다. 큰 것은 우동 굵기만 하고 길이가 3~4㎝, 작은 것은 국수 면발보다 가늘고 1㎝가 채 안 되는 초록색 배추벌레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뿌리 쪽에는 좁쌀만한 크기의 검은 배추벌레 배설물이 쌓여있었다. 초토화된 쪽과 형편이 나은 쪽에서 잡은 배추벌레가 모두 24마리였다. "배추가 갈비가 됐네요"라는 집사람의 말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우리나라처럼 배추를 매일 소비하는 국민이 있을까. 배추는 김치의 주재료로 무·고추·마늘과 함께 우리나라 4대 채소로 꼽힌다. 봄배추 고랭지배추(여름배추) 가을배추 월동배추(겨울배추) 등으로 나눠 한 해 생산되는 배추는 200만t이 넘는다. 입동이 지났으니 지금 유통되는 배추는 가을배추이다. 제주도에서부터 강원도까지 전국 어디서든 수확할 수 있는 김장용 배추이다. 우리 선조들은 배추 특유의 매운 맛을 없애기 위해 고추와 젓갈을 이용해 발효시킨 김치를 개발했다. 처음 우리나라에서 약용으로 사용될 만큼 건강식인 배추를 많이 소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문제는 이 배추 가격이 종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배추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기후와 생산량, 유통구조 등이다. 사계절로 나눠 3~4개월마다 배추가 출하되는 시점의 생산량에 따라 가격이 춤을 춘다. 지난해 배추 파동은 고랭지배추가 폭염으로 대부분 녹아버린 데다 태풍과 폭우로 파농하는 바람에 빚어졌다. 반면 올 초 배추가 과잉 생산돼 가격이 폭락한 것은 지난해 배추 가격이 오르니 재배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유통구조도 심하게 왜곡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파동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심한 농정이 따로 없다. 게다가 올 김장철에는 배추 가격 폭락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배추 재배면적은 1만7326㏊로 지난해보다 28.0% 늘었다. 특히 배추의 재배면적은 1993년(2만874㏊) 이후 18년 만에 가장 넓었다. 올해 배추 생산량은 260만t으로 추산된다. 평년 생산량 244만t보다 많다. 인건비 운송비 등이 판매가보다 높아지면 산지에서는 배추밭을 갈아엎는 사태가 빚어진다. 거름을 주고 벌레를 막고 날씨에 노심초사하며 애써 키운 배추밭을 갈아엎는 농민들의 마음은 나무젓가락으로 배추벌레를 집어내는 도시의 소비자보다 천 배 만 배 더 무거울 것이다.

정부는 배추 파동이 빚어질 때마다 산지 재배면적 감축, 김치 가공물량 증대 등 대책을 쏟아낸다. 그러면서도 생산량의 예측이 가능한 면밀한 재배 상황 모니터링, 수출 등 잉여물량의 선순환 시스템 구축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농민들 가슴에 피멍이 들고 소비자들은 소비자들대로 어떤 때는 포기당 1만 원을 웃도는 '금추'를, 어떤 때는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헐값 배추를 사면서 분통을 터트린다.

배추의 학명에는 치료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한다. 농민들에게 정당한 수확의 대가를 얻게 하고, 소비자들은 사계절 안정적인 가격에 배추를 사먹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당국의 책임이다. 배추벌레는 농민들의 수고로움을, 농정 당국의 책임의 엄중함을 깨우치게 했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벽화 명소 돌산마을(부산 문현동 판자촌) 재개발에…둥지서 내몰린 원주민
  2. 2김해 도심에 NHN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선다
  3. 3수행비서 없애고 셀프 커피…초선들 ‘탈권위’ 앞장
  4. 4이진복·유재중 먼저 시동 건 통합당 부산시장 후보 경쟁
  5. 5마린시티 국내 첫 ‘기립식 차수벽’ 가닥
  6. 6전통산업 쇠퇴, 첨단산업 소외…PK ‘러스트 벨트화(공장지대의 몰락)’ 가속
  7. 7카타르 프로젝트 수주, 조선업 부활 마중물 되나
  8. 8부산지검 부장검사, 성추행 현행범으로 체포
  9. 9사생활 침해 논란에…해운대구 ‘CCTV앱’ 운영 중단
  10. 10“보이스피싱 당한 뒤 실종된 아버지 찾습니다”
  1. 1北 김여정, 남북군사합의 파기 언급 “대북전단 조치 안하면 파기 각오해야”
  2. 2통일부 “대북전단 살포 접경지역 국민생명 위험 초래…중단돼야”
  3. 3‘기본소득’ 논쟁 격화에 한 발 뺀 김종인
  4. 4지역경제 악화 시 정부 선제적 지원 등 ‘활성화 특별법’ 국회 발의
  5. 5김여정 “대북전단 방치땐 군사합의 파기” 정부 “백해무익 행위…방지책 마련 검토”
  6. 6동구, 부산YMCA 시민회와 북항막개발 간담회 개최外
  7. 7위기산업 선제적 정부지원 규정
  8. 8여당 “하늘 두쪽 나도 5일 개원” 야당 “독재 선전 포고하나”
  9. 9수행비서 없애고 셀프 커피…초선들 ‘탈권위’ 앞장
  10. 10이진복·유재중 먼저 시동 건 통합당 부산시장 후보 경쟁
  1. 1연금복권 720 제5회
  2. 2주가지수- 2020년 6월 4일
  3. 3금융·증시 동향
  4. 45년 뒤 도심 하늘에 ‘드론 택시’ 띄운다
  5. 5'이재용 사과' 후속조치..삼성계열사 이사회 아래에 노사자문위 설치
  6. 6부산 감천항 서쪽 해역 오염퇴적물 정화사업 본격화
  7. 7LS 구자홍 등 총수일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8. 8전국 양돈농가 방역태세 미비
  9. 9현대차 싼타페 11만1609대 시정조치(리콜)
  10. 10우리 나라 교량·터널 연장 5744㎞…10년 만에 60% 늘었다
  1. 1부산지검 현직 부장검사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2. 2윤산터널내 3중 추돌 사고
  3. 3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혔던 9살 초등생 끝내 숨져
  4. 4국민 절반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찬성”
  5. 5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39명…수도권에 36명
  6. 6검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7. 7주촌면 의료폐기처리시설 사실상 논란 매듭
  8. 8오거돈 성추행 피해자 “사과 받은 적 없다…합의 시도할 시 가만있지 않을 것”
  9. 9북한 황해북도 송림 동북동쪽서 규모 2.5 지진 발생
  10. 10부산지역 여성단체 “오거돈 당장 구속하고 처벌하라” 규탄 목소리
  1. 1독일축구협회, 인종차별 반대 세리머니 지지
  2. 2손흥민 “팀 동료 그리웠다…3주 군사훈련 특별한 경험”
  3. 3‘황희찬 83분’ 잘츠부르크, 리그 재개 첫 경기서 빈 2-0 승
  4. 4KBO, 8월부터 2군에 로봇심판 도입
  5. 5하위 타선도 안 도와주네…식어버린 롯데 방망이
  6. 6ESPN “NC 구창모 주목…5월 활약 미국서도 드문 기록”
  7. 7MLB 구단-노조 연봉 갈등 점입가경
  8. 8메시, 바르셀로나서 1년 더 뛴다
  9. 9세계 1위 고진영, 국내파 독무대 KLPGA 우승컵 들까
  10. 10NBA, 8월 1일 시즌 재개 추진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포구예찬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기고 [전체보기]
국산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 유지하라 /김치용
폭염과의 현명한 동행 /김종석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고대사는 가야사? 신라사? /권용휘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방탄소년단 슈가와 대취타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칼 끝 무뎌진 공정위 /이석주
장관 출신에게 관심을 /정옥재
도청도설 [전체보기]
2차 재난지원금
민주집중제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치의 딜레마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사설 [전체보기]
낙동강수계법 개정안 21대 국회선 반드시 처리하라
생활 속 거리두기 한 달…산발적 집단 감염 안심 못한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경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또 밥만 먹는 협치?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체인저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