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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품격 있는 사회와 민주주의 /전진성

상식의 회복을 위한 문제제기·소통 통해 다양한 의견 농축이 진정한 민주적 대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1-21 19:34:3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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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7대 자연경관에 제주도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KBS 9시 뉴스를 비롯한 전국의 언론방송 매체가 들썩인 지 단 며칠 만에 선정 주체인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공신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최상의 자연경관을 인기투표로 정하는 방법이 참으로 희한하지만, 선정 방식의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이런 식의 이벤트에 온 국가가 들썩였다는 자체가 참으로 볼썽사납다. 과연 어떠한 곳이 매력 있는 여행지일까? 모든 것이 관광객 위주로 완벽히 '세팅'된 곳일까? 아니면 꾸밈없는 자연과 삶의 향기가 남아있는 곳일까? 평범한 진실을 깨닫기 위해서는 거창한 철학적 성찰이 필요치 않다. 손쉬운 푸닥거리로 한 장만해보자는 '탐욕'만 버려도 상식의 눈이 열린다.

우리 사회가 상식을 지키며 일정한 품격을 유지하기위해 필요한 덕목은 과연 무엇일까? 일례로 FTA 문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을 살펴보자. 얼마 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 앞에서의 언쟁과 몸싸움을 두고 KBS 9시 뉴스는 몇몇 시민들의 반응을 전했는데, 하나같이 우리 정치인들의 몰상식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정작 몰상식한 쪽은 방송국이 아니었을까? FTA는 정말 신중히 결정을 내려야 할 국가 백년대계의 사안으로, 언론방송의 임무는 국민들이 올바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충실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이번 것도 아닌 예전의 격렬했던 국회 몸싸움 장면을 오버랩시키며 시청자가 국회의 상황에 대해 피상적인 인상만을 갖도록 유도했다. 안 그래도 이 중대한 사안을 정부가 미국 정부의 일정에 맞추어 급하게 결론지으려는 데 대해 광범위한 국민적 불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의 때 아닌 '품위'를 요구하는 국영방송의 행태는 그 자체가 품위는커녕 권력에 추파를 던지는 탐욕으로 비쳐질 뿐이다.

우리 사회의 품격을 크게 저해하고 있는 몰상식을 극복하려면 상식의 회복을 위한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소통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오래도록 소위 '국론분열'에 대한 히스테리적 반감을 지녀왔는데, 이는 '혼란'만을 가중시키는 '민주주의'에 대한 의구심과 결을 같이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 8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고시한 2011 역사교육과정 및 중학역사 집필기준에는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로 수정되어있으며, 또한 민주화 운동의 의의를 부인하는 내용적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소위 '뉴라이트' 계열의 신생 학술단체로서 역사학계에서는 전혀 인정 못 받는 '한국현대사학회'의 건의를 무작정 수용한 절차상의 문제도 문제이거니와 그 기본적 발상이 심히 의심스럽다.

대체 민주화 운동을 무시하고 독재의 폐해를 묵인하는 자유민주주의란 어떠한 민주주의인가? 반공만을 앞세우며 국민의 자유는 억누르는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라면, 이런 이념이야말로 전형적인 몰상식의 발로가 아닌가?

우리 사회 일각에는 민주주의 개념은 평등을 강조하는 공산주의 냄새가 배어있어 자칫 사회 혼란을 자극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그처럼 '혼란'을 겁내는 사회는 결코 민주주의 사회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란 본래 '국론분열'이 가능한 사회,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회 구성원들 간의 의견의 차이가 그 자체로 인정받아, 가능한 한 다양한 의견들이 '대의'될 수 있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타인의 의견과 권리에 대한 동등한 인정과 배려, 그리고 공감과 같은 덕목들이 우선적으로 요청된다.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란 단순히 선거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들을 조정하며, 때로는 타협하고, 때로는 상황을 돌파해나가는 행위이다. 과연 나와는 다른 의견도 기꺼이 인정하며 소통하는 '민주주의'와 위정자가 정해놓은 질서만을 준수하는 소위 '자유 민주주의' 중 어느 편이 더 품격 있는 사회를 보장할까?

통일 전에는 국론분열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면, 해운대 구경 가시길 권한다. 곧 108층 리조트가 세워질 해변과 준공검사도 안 받아 빗물이 새는 영화의전당을 보시며 진정한 혼란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탐욕과 몰상식에서 온다는 점을 체감하시길 바란다.

부산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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