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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격에 맞는 지원을! /조준현

국제사회 일원으로 능력과 위치에 맞는 의무와 책임 다할 때 국격 절로 높아질 것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2-05 20:05:3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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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열린 세계개발원조총회가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1일 폐막했다. 이번 총회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등 160여개 국의 정부 대표와 70여개 국제기구 대표, 학계와 시민단체 대표 등 모두 2500여 명이 참석하였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하여 개최국 정상으로서 환영사를 하였다. 부산에서 열린 국제행사로는 노무현 정부 때의 APEC 정상회의 이후 가장 큰 행사라고 할 만하다. 그 와중에 이번 행사의 생산유발효과가 5000억 원이라는 모 지역연구기관의 효과는 좀 생뚱맞다. 언젠가 이런 식의 터무니 없는 분석을 내놓지 말라는 이야기를 이 지면에서도 했지만, 국제행사가 우리나라 또 우리 부산에서 열리는 일은 돈 때문이 아니라 그 뜻이 좋으니 반가운 것이다. 굳이 무슨 효과니 하고 뻥튀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번 총회가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우리나라가 원조―'원조(Aid)'라는 표현이 상호협력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주고받는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으므로 요즘은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라는 말로 부른다. 공적개발원조- 공적개발지원이 더 적절한 번역어이다―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발전한 거의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경제학자들 가운데는 원조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이들이 많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 원조는 국민경제의 발전과 국민생활의 개선을 위해 사용되는 대신, 부정부패를 만연케 하고 독점이나 불평등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 이유가 공여국 때문인지 수원국 때문인지를 따지는 것은 다른 자리에서 하기로 하자. 분명한 사실은 국제개발지원의 방식도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 채택된 '효과적인 개발협력을 위한 부산 파트너십(약칭 '부산선언')'도 개발도상국들의 주인의식, 결과 중심, 포용적인 파트너십, 투명성과 상호책임성 등을 개발협력의 원칙으로 제시하였다. 한마디로 "더 많은 원조에서 더 좋은 원조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개발원조총회의 개최국 국민으로서 마음 한구석에는 불편한 점도 없지 않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번 대회가 특히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전했기 때문이며, 그런 이유로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원조의 규모가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막상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우리나라의 대외원조는 얼마나 되는지가 궁금하다. UN은 선진국들이 국민소득의 0.7% 이상을 원조로 제공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지원 규모는 국민소득의 0.12%에 불과하다. 정부는 2015년까지 이 비율을 0.25%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과연 제대로 지켜질지 모르는 일이고, 설사 계획대로 된다 하더라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산하 개발지원위원회(DAC)의 회원국 평균인 0.32%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돈보다 원조를 경제개발에 성공적으로 이용한 우리나라의 경험이 개도국들에게는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력에 맞는 규모의 원조를 제공하면서 경험도 전수해 준다면 더 좋지 않겠는가?

지난해 G20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아프리카 정상들이 자기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의장국으로서 한국정부가 개발도상국들을 위하여 진심으로 노력하는 모습에 감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화자찬이 지나치면 염치 모르는 사람 취급을 받게 된다. 성의 있는 지원 없는 자화자찬은 혹시라도 다른 개도국들에게 대한민국을 조금 잘 살게 되었다고 옛 친구들을 모르는 체하고 거들먹거리는 거만한 이웃으로 비치게 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좋아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국격(國格)이다. 그러나 국제회의를 많이 연다고 국격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며, 의장국입네 하고 대단한 완장이라도 하나 찬 듯이 거들먹거린다고 국격이 높아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능력과 위치에 맞는 의무와 책임을 다할 때 국격이 높아지고 다른 나라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것이다.

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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