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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영혼 없는 공무원을 위한 변명 /강재호

검찰 중립성 외면, 비리 연루도 잇따라…관료제 원리 일탈 바로잡는 건 정치 몫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2-11 20:23:1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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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바뀌면 그때까지 추진되어 왔던 굵직굵직한 정책에 대해 넓고 깊게 메스가 가해지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행정의 묵은 관행이다. 이는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널리 약속한 것이라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 정부의 지시를 받거나 의중을 헤아려 그 대리인으로서 여러 정책의 입안이나 결정에 관여하고 법령·예산·정원의 행정자원을 동원해 이를 앞장서 집행해 온 고관대작들이 밀려나고 손에 새 부대를 든 낯선 얼굴들이 행정 각부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그런데 물러난 정부의 정책을 얼마 전까지 사방에 알리거나 힘껏 뒷받침해 왔던 관료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새 정부에서 지난 정부의 정책을 사실상 거두어들이는 정책과정에도 얼굴을 내미는 모습에 우리는 '영혼도 없는 공무원'이라며 쏘아붙이곤 한다. 우리나라의 법령은 정부가 정부 정책에 따르는 사람들을 장·차관 등의 정무직이나 별정직 공무원으로 데려다 쓰는 데는 관대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정치적으로 임용할 수 있는 직위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인색하다. 더욱이 시·군·자치구의 장은 국·과장 한 사람도 바깥에서 정치적으로 데려올 수 없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에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행정학자인 랠프 험멜(Ralph Hummel)이 1977년에 펴낸 '관료제의 경험'이라는 저서에서 공무원은 생김새가 인간과 비슷해도 머리와 영혼이 없는 존재라고 비판한 데서 이런 표현이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행정부뿐만 아니라 19세기 후반 이후 사회의 대규모 조직에도 거의 예외 없이 일반화해 있는 것으로서 상명하복의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관료제에 대한 비판이나 그 병폐는 이밖에도 특히 미국에서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이 쏟아지고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이들 비판과 병폐는 대개 관료제 조직의 건전한 작동에 필요불가결한 원리로서 채택된 여러 원칙, 즉 업무는 객관적으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계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원칙, 업무는 규칙에 정해진 명확한 권한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원칙, 그리고 조직 내에서는 상하 지휘명령 계통이 일원적으로 확립되어 있다는 원칙 등을 관료가 자기 속에 내면화해 습관이 된 때에 거기에 형성되는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때, 곳, 경우를 적절히 가리지 않고 무심코 표출되는 데서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비판 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날 관료제 조직을 어느 나라에서나 행정부는 물론 회사, 정당, 노동조합, 그리고 심지어 종교기관에서도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가 1911년 지적한 대로 관료제는 순수 기술적으로 탁월해 있으며 합리적인 성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인 관료를 정밀기계의 부품처럼 언제 어디서나 다른 관료로 대체·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관료제는 앞에서 말한 여러 원칙에 의해 작동함으로써 조직과 고객에게 행정의 중립성, 계속성, 안정성, 예측가능성 등을 보장한다.

이런 뜻에서 공무원의 영혼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달에 사직한 어느 여검사의 글에 따르면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아 한나라당에서도 이런 검찰을 정치검찰이라고 야유하고 있다. 이런 사태는 누구보다 법에 따라 중립적으로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할 검찰총장이 올해 8월 취임사에서 법에도 없는 종북 좌익세력의 뿌리를 뽑겠다고 주장한 데서 이미 예고되었다. 이는 국민 전체가 아니라 보수 정치세력에 충성하는 영혼으로 비쳤다. 그리고 변호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그가 맡은 사건을 알선했다는 이른바 벤츠 여검사는 공무에 흑심과 사심의 영혼을 불어넣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행정에는 전통적인 관료제 원리에서 일탈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정치의 계절을 코앞에 둔 지금 여러 정당이 겪고 있는 내홍과 진통이 새 정치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길 기대한다. 부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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