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당신의 사랑이 필요하다 /박남준

흉흉한 연말연시, 작은 손길이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이웃들과 나누길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2-16 19:57:51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리산 자락에 이사를 왔을 때는 가을 무렵이었다. 나지막한 작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집집마다 감나무에 달린 굵고 붉은 감들이 그려내는 풍경이라니. 그런데 이사를 온 집은 동네마다 그 흔한 감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서 감 몇 접 샀다. 마을 대밭에 가서 대나무를 베어다 처마 끝에 걸고 감을 깎았다. 곶감을 만들기 위해서다. 혼자 먹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팔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리하여 조금은 힘들었으나 그리운 얼굴들 떠올라 대나무에 한 줄 한 줄 걸려가는 감들을 깎고 거는 그 밤 내내 즐겁고 행복했다.

올해도 나는 문밖에 꽃단장을 했다. 감을 깎아 꽃등처럼 내걸은 것이다. 이를테면 늦가을에서부터 겨울 사이에 걸친 우리 집의 계절 인테리어인 셈이다. 처마 끝에 붉은 주렴처럼 내걸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이 볼 만하다.

이만한 장식이 또 어디 있겠는가. 작년에도 다 된 곶감을 걷어 넉넉한 양은 아니지만 작은 상자에 담아 이런저런 내가 살아오며 마음의 빚을 졌던 지인들에게 편지를 썼다.

'지리산의 햇빛과 바람, 새소리와 처마 끝 풍경소리와 작은 개울물 소리를 엮어서 곶감을 만들었습니다. 양도 많지 않고 때깔도 그리 곱지는 않지만 맛보시기 바랍니다. 깨끗이 말리기는 했으나 땀내 나는 제 손길이 꼼지락꼼지락 간을 더하여 심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처마 끝에 풍경이 뎅그랑거린다. 곶감이 잘 말라가고 있다. 작년에 미처 보내드리지 못한 분이 누가 있을까. 누군가를 위하여 나눌 일이 있다는 것, 나누어줄 누군가가 아직 내 곁에 남아있다는 것,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그런데 문밖의 세상은 참 흉흉하다. FTA(자유무역협정)뿐만이겠는가. 연말연시를 앞두고 미담덕담은커녕 쏟아지는 악취들로 마음이 불편하기가 짝이 없다.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개발지상주의자, 머릿속에 온통 포크레인이나 불도저와 같은 생각만 들어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았으니 어찌 나라가 순리를 따라 물 흐르듯 풀려가겠는가. 국민들 스스로 발등을 찍은 꼴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기도착에 빠져 4대강을 청계천처럼 만들어놓고 나중에 잘했다고 할 것이라니, 정상적인 초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도 환경과 생태문제에 그렇게 몰상식하고 무지몽매하기도 힘들 것이다.

하긴 강가에 쌓여있는 아름다운 은모래밭을 '저렇게 자원을 방치하면 안 된다, 저게 다 돈이다'라고만 생각하는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겠는가.

제주도 강정마을도 마찬가지다. 용암이 흘러내려 모두 한 바위덩어리로 이루어져 아름다운 절경을 이룬 구럼비 지대에 해군기지를 짓겠다고 벌써 4년째 마을 사람들을 충동질하여 대립하게 만들고 생계마저 고통스럽게 몰아가고 있다.

글을 쓰다가 화가 난다. 마당에 나가 나무만 해다가 쌓아놓고 아직 장작을 패지 않은 통나무들 몇 개 내려놓고 도끼질을 했다. 퍽퍽 도끼질을 해댈 때마다 쩍쩍거리며 장작이 쪼개진다. 일종의 스트레스 풀기다.

작은 땀이 흐르고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간 몸이 좋지 않아서 그날그날 분량만 장작을 패서 불을 땠는데 오늘은 한 10여 일분의 장작을 팼다. 며칠 장작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얼마 전 산골 작은 마을에서 조그만 행사를 했다. 나눔행사의 한 일환으로 강정마을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4년 동안 열어온 동네밴드 행사였는데 올해는 특별히 감동후불제라는 봉투를 만들어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손님들께 나누어 주었다.

공연이 끝나고 들어온 후원금 200여만 원 가운데 100만 원을 강정마을에 보내고 나머지는 지역장학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작년에는 남북어린이어깨동무재단과 지역장학금으로 수익금이 쓰였다.

아직 세상에는 따뜻한 손길을 가진 이들이 많다. 추운 겨울 이처럼 고마운 마음이 꼭 필요한 이웃들이 많다. 어느 누구가 아닌 바로 당신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시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서·금사 5구역(부산 금정구 정비사업) 4394세대 수주전 점화…메이저 4社 빅매치
  2. 2박형준 핵심 측근 성희엽, 부산시 정무직 고사한 까닭
  3. 3현역 5명 포함된 미래혁신위, 박형준 재선 ‘양날의 검’ 되나
  4. 4부동산 비리 특위, 결국 선거용?
  5. 5센텀2지구 ‘로봇단지’ 조성땐 8200명 고용유발 효과
  6. 6부산 신학기 교육현장(유치원, 초중고) 확진자 81명…‘살얼음판’ 등교수업
  7. 7새 주인 찾는 신라젠, 우선협상자에 엠투엔
  8. 8근교산&그너머 <1223> 양산 법기 치유둘레길
  9. 9“김민수 검사인데…” 20대 죽음 내몬 목소리 ‘그 놈’ 잡았다
  10. 10롯데 김진욱-KIA 이의리 ‘슈퍼루키’ 맞대결
  1. 1박형준 핵심 측근 성희엽, 부산시 정무직 고사한 까닭
  2. 2현역 5명 포함된 미래혁신위, 박형준 재선 ‘양날의 검’ 되나
  3. 3부동산 비리 특위, 결국 선거용?
  4. 4이해충돌방지법 첫 관문 넘었다…공직자 190만 명 대상
  5. 5문재인 대통령 “일본 오염수 해양재판소 제소 검토"
  6. 6부산 달래기 나선 여당 지도부 “시민 마음 풀릴 때까지 소통”
  7. 7민주당 윤재갑 의원, ‘5촌 조카’ 보좌진 채용
  8. 8보선 승리로 고무된 야당 부산 현역들, 시선은 지방선거로
  9. 9“미래혁신위 협치 깰까 걱정” 견제나선 신상해 부산시의장
  10. 10조국 탓이냐 아니냐…보선 참패 두고 여당 원내대표 후보 2인 충돌
  1. 1서·금사 5구역(부산 금정구 정비사업) 4394세대 수주전 점화…메이저 4社 빅매치
  2. 2센텀2지구 ‘로봇단지’ 조성땐 8200명 고용유발 효과
  3. 3새 주인 찾는 신라젠, 우선협상자에 엠투엔
  4. 4빵집표 짜장면, 편의점 치킨배달…코로나 불황이 허문 업종별 경계
  5. 59개 공공기관, 사회적기업 지원 확대
  6. 6르노삼성 SM6, 스테디셀링카 비결은 ‘우아함’
  7. 7“원전오염수 방류, 인류에 대한 핵공격…수산물 누가 먹겠나”
  8. 8금양이노베이션 장석영 대표이사 선임
  9. 93월 취업자, 전국 늘었지만 부울경은 감소
  10. 10국내 첫 석유생산시설, 친환경 ESG현장으로
  1. 1부산 신학기 교육현장(유치원, 초중고) 확진자 81명…‘살얼음판’ 등교수업
  2. 2“김민수 검사인데…” 20대 죽음 내몬 목소리 ‘그 놈’ 잡았다
  3. 3양산 웅상, 주거·공공시설 갖춘 자족도시 급성장
  4. 4“부산도시철 청소용역 종료 몰랐다” 업무대행 장애인단체 뒤늦은 반발
  5. 5백신절벽 앞 ‘K-방역’
  6. 6“우수교원 양성” - “학내의견 뒷전” 부산교대·부산대 통합 찬반 팽팽
  7. 7러시아 “스푸트니크 V 접종 후 혈전증 사례 없다” 발표
  8. 8통영·남해, 한국섬진흥원 유치 고배
  9. 9“제2 왜란” 기장군도 뿔났다…오규석 군수, 일본 영사관 앞 시위
  10. 10창원월영 마린애시앙, 4298세대 분양 완판
  1. 1롯데 김진욱-KIA 이의리 ‘슈퍼루키’ 맞대결
  2. 2벼랑 끝 kt…외국인 에이스 부재 실감
  3. 3괴물 류현진, 양키스 제물로 MLB 통산 60승
  4. 4“20년 체육행정 경험 살려 선수 물심양면 도울 것”
  5. 5류현진 19일 캔자스시티전 등판...4일 휴식 후 선발
  6. 6감 좋은 지시완 잇단 기용 제외…롯데 팬들 허문회 감독에 발끈
  7. 7유격수 출격 김하성 안타 재개…샌디에이고 4연승
  8. 81년 더 기다렸다…도쿄행 티켓 향한 막판 질주
  9. 9아이파크·경남 시즌 첫 ‘낙동강 더비’
  10. 10KBO 롯데, KIA 발야구에 무릎...연장서 2 대 3 패
시장 후보 선거운동 24시
국민의힘 박형준
시장 후보 선거운동 24시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기고 [전체보기]
학교를 못 가 잃어버린 것들 /이미선
한국형 경항모 도입 위한 민간기술 /서정관
기자수첩 [전체보기]
체계적인 ‘동백전 행정’ 쫌! /김진룡
지역대 ‘벚꽃엔딩’ 없도록 내실 다져야 /김화영
김갑수 칼럼 [전체보기]
목소리를 낮출 때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디지털 리더십’의 부산시장 보고 싶다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캐릭터 변수와 ‘어쩌다 정치인’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한국음악의 떼루아를 찾아서
옛것에서 발견하는 변용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로또 1등의 가치
‘고상한 척’ 영국인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확충 절실한 공공의료 /안경숙
역행하는 장애인 활동제도 /이성심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한국식 돈가스의 탄생
믹스커피라는 전통음료
사설 [전체보기]
저출산·고령화 극복 다양한 제언 기대 큰 부산 콘퍼런스
지역대 위기 타개 4-WIN 전략 적극 시행 절실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기본소득’ 용납해선 안 되는 이유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동북아 공존의 길을 닦는 외교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제명 칼럼 [전체보기]
탄소중립 어젠다의 가치와 미래
이홍 칼럼 [전체보기]
반기업정서 극복을 위한 싹이 텄다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성장이냐, 생존이냐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사활 걸린 백신전쟁
변죽만 울리는 LH 후속책
정책 제언 [전체보기]
지역 항공사 육성과 가덕신공항의 성공 /김광일
입학생 급감시대 대학체제를 리셋하자 /초의수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봄날의 상념
강 건너 봄이 오듯
차재원 칼럼 [전체보기]
시장 보선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어게인
그 날을 기다리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민주화·민족자존에 바친 삶, 편히 쉬소서 /허운영
‘보다 섬세한 스승’을 떠나보내며 /장현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나비 그림의 명인, 남계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 저출산 고령화 대응,부산 콘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2021부산하프마라톤
  • 바다식목일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