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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유명 상표가 뭐길래 /염창현

뒷산 가는 어른들도 최고급으로 입는데, 학생들의 상표 경쟁 어찌 훈계할 수 있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2-28 20:32:4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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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경험담 하나.

십여년 전 마라톤을 접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하지 못하다 보니 체중이 느는 데다 일상의 느슨함을 깨줄 취미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더 결정적인 입문동기는 따로 있었다. '달리기는 팬티 한 장과 운동화 한 켤레만 있어도 된다'는 주위의 말에 그만 넘어가버렸다. 처음엔 그랬다. 운동용 반바지에다 이리저리 집안에 굴러다니던 신발로도 뜀박질을 할 수 있었다.

근데 웬걸 조금씩 재미가 붙으면서 실력이 늘어 대회 참가를 기웃거릴 정도가 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햇볕을 막아줄 모자 하나는 있어야 했고, 땀 흡수가 잘되고 피부 마찰이 없는 운동복이 필요했다. 가벼우면서도 발을 보호해줄 수 있는 마라톤화도 염두에 둬야 했다. 더 나아가 좀 그럴싸하게 멋을 부리려면 스포츠용 고글 착용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이리저리 변통을 해 딴에는 단단히 일습을 챙긴 뒤 대회에 나갔지만 '조금 있어 보이는 복장'을 한 사람들과 비교해보니 새 발의 피. 기 죽을 것 까지야 없었지만 앞서 달리는 사람의 고급 마라톤화를 향해 부러움의 눈이 저절로 가는 것은 막기가 힘들었다.

산을 좋아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도 비슷했다. 멋모르고 산에 오를 때는 주위를 의식하지 않았지만 날이 갈수록 겉모습에 신경이 쓰이더라는 것. 나중에는 자신도 누가 어떤 유명 상표의 옷이나 장비를 가졌나를 두고 사람을 판단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더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압권. "히말라야 등정에나 필요할 최첨단 등산복을 왜 동네 뒷산을 오르면서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얼마 전 골프에 입문한 또 다른 지인은 처음으로 필드에 나가는 이른바 '머리 올리는 날'을 위해 이것저것 챙기다보니 생각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며 하소연을 했다.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이런 것을 입어야 한다는 업주의 말을 다 받아들였다가는 몇 달치 봉급이 날아갈 것 같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말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일을 하든 기왕이면 더 좋은 장비와 복장을 갖추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또 생초보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오르면 그에 걸맞은 장비가 있어야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도 당연하다. 굳이 시비를 걸 일은 아닐 터. 다만 생각해볼 것은 우리나라의 '과시욕'이 다소 비정상적으로 흐르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내용보다 외부에 보이는 것에 몰두를 할라치면 제대로 즐겨야 할 것을 정작 놓치는 결과가 나오게 마련이다.

요즘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성적 외에 또 다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다. 이른바 '제2의 교복'이라 불리는 유명 상표의 재킷 때문이다. 너도나도 이 재킷을 입는 바람에 그렇지 않으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고 하니 자녀의 요구를 묵살하기는 힘들 듯하다. 게다가 어느 단계의 재킷을 입었냐에 따라 서열마저 정해진다니, 자식들 일에 만사를 제쳐놓는 우리나라 부모들로서는 팔짱을 낀 채 그냥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 그러나 "옷 한 벌 못 사줄 게 뭐냐"고 큰 맘을 먹었다가도 웬만한 성인복 보다 비싼 가격대를 감안하면 쉽게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 나중에 부모와 자식 간에 언성이 높아지기라도 하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등골 브레이커'라는 자조적인 말로 이 옷을 사달라는 아이들을 빗대겠는가.

이 재킷은 사회적으로도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 자신보다 좋은 것을 입었다고 힘센 학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도 있고, 고가 제품이다 보니 자칫 한눈을 팔게 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일도 허다하다. 옷값을 마련하려 공부는 제쳐두고 아르바이트에 목숨을 거는 학생들도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 존재하는 이런 그릇된 풍조는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꾸짖을 일은 정색을 하고 임해야 한다. 그런데 부모 세대들부터 유명 상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딱히 자식들에게 뭐라고 말할 처지도 못 되는 게 현실이다. 쯧쯧하고 혀는 차보지만 속 시원한 해결책은 없으니 더욱 맘이 쓰린 요즘이다.

생활레저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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