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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남북관계, 말 한마디에도 책임 있는 자세를 /조준현

정부·여당 인사들 '카더라' 발언 난무…美·中의 논평처럼 비용·편익 따져봐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1-02 20:02:4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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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자 대한민국의 역술인이라는 역술인은 모두 나서 자신이 '김일성 사망'을 예언했다고 주장했던 일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틀린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몇 십 년 동안 똑같은 틀린 예언을 했지만, 결국 김일성 주석도 돌아갔기 때문이다. 지금 보면 많이 우스운 이야기지만, 시절이 하 수상하던 1980년대만 하더라도 새해가 되면 일간지나 TV방송에서조차 역술인들을 모아 놓고 새해 운수를 점치고는 했다. 세상살이가 얼마나 갑갑했으면 역술인 이야기라도 들어보고 싶었겠는가. 새해 아침부터 난데없이 점쟁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바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둘러싼 이런저런 해프닝 때문이다.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 방송의 발표가 있는 그 순간까지도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무명소졸인 나와 국정원장이나 대통령의 정보수준이 똑같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작 더 잘못된 일은 그 다음이다. 국회에 나온 원세훈 국정원장은 열차가 움직였느니 서 있었느니 하면서 '카더라'식의 설을 피워댔다. 미국의 첩보위성으로부터 그런 정보를 받았다고 나름 근거를 대기는 했다. 정보력 부재의 책임을 면피해 보고자 하는 궁색한 마음에서 나온 실수였을 테지만, 명색이 정보기관의 책임자라는 양반이 우리나라의 정보수집체계를 그냥 까발려서야 어쩌는가. 그런데 한 발 더 나가 국정원장은 훈련 중인 부대에 즉시 복귀를 지시했다는 '김정은 대장 명령 1호'를 입수했느니 어쨌느니 하는 이야기도 떠벌렸다. 바로 그 직후에 북한군은 교신 주파수와 암호체계를 모두 바꿨다고 한다. 북한군의 정보를 감청하기 위해서는 분명 수년간의 노력과 비용이 들었을 텐데, 국정원장의 과시용 한마디에 그 모두가 무효가 되고 만 것이다. 이제 몇 년이 걸릴지 얼마의 비용이 들지 모를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판이다.

국정원장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타살설 어쩌고 하면서 삼류 주간지 수준의 선정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한마디가 국민들을 얼마나 혼란스럽게 할 것이며, 남북관계에는 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해 보고 말해야 옳다. 정부와 여당의 고위인사들이 이 모양이니 언론도 '카더라'에 춤추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언론이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하다느니, 심지어는 군부의 쿠데타 가능성이 있다느니 하고 근거도 없고 확인되지도 않은 보도들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김일성 주석 아래서 오랫동안 후계자 준비를 해 온 김정일 위원장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전 신문을 한 번 찾아 보시라. 김 주석이 사망했을 때도 우리 언론들은 똑같은 보도를 내놓았었다.

정부도 언론도 도대체 누구 하나 사실에 기초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남북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면 이건 놀랍고 당혹스러운 정도를 넘어 마치 한 편의 허무 개그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어쩌면 그 이유가 정부나 보수언론들이 보이는 것을 보려 하지 않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령 쿠데타 어쩌고 하는 식의 주장 뒤에는 사실이 어떻든 간에 북한체제가 그렇게 붕괴하기를 바라는 보수언론의 희망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타살설 어쩌고 하는 그 발언의 뒤에도 북한의 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증오심이 있기 때문은 아닌가 말이다.

북한의 체제나 정권에 대한 의견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사망이 확인되자 중국은 물론 미국조차도 북한의 후계체제가 조속히 안정되기를 바란다는 논평을 내놓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생각해 보자. 북한체제의 동요가 과연 남북관계의 안정에 무슨 이익이 될 것인가. 북한에 비상사태가 일어나고 북한체제가 붕괴한다고 저절로 통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오히려 그러한 혼란의 비용조차도 우리가 떠맡아야 하는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점쟁이는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 어차피 믿거나 말거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든 언론이든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은 제발 말 한마디를 할 때도 그 말에 따르는 비용과 편익을 따져 보고 해야 할 것이다. 국정원장이 점쟁이 노릇을 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참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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