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넋두리 예술 /김광수

산은 말할 것이다, 성공·실패를 가르고 빈부를 가르는 것이 참으로 부질없음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1-27 20:30:09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넋두리, 강신 상태에서 무당이 죽은 자를 대신해서 하는 말이다. 그 상태를 벗어나면 무당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모른다 한다. 그것이 일반화되어, 원통한 일이나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그 불만을 길게 늘여 하소연하는 말이 되니 의미의 확대다. 어떤 뜻으로 쓰이든 선택된 소수의 것이 아니고, 가진 것 없거나 적은 백성의 것이다.

금력과 권력 등속 가진 것 많은 사람은 부정적 언행 따위가 필요없다. 돈과 배경이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과묵하고 점잖다. 그런 것들이 없어서 항상 피해자이거나 피해의식으로 살 수밖에 없는 백성은 넋두리로나마 스스로의 한(恨)을 표출할 수밖에 없다.

전임대통령 한 분은 한풀이란 말을 즐겨 썼는데 오류다. 풀 수 없는 것이기에 한 아니던가. 소월의 진달래꽃 사랑이 곡진한 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평생을 아쉬워하고 슬퍼하는 가난한 마음이 한이다. 풀 수 있는 한은 이미 한이 아니다. 오히려 복수에 가깝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한 바를 쟁취한 자에게 한은 없다. 후회가 따를 뿐.

나이 들어갈수록 절실해지는 느낌과 생각이 문학은 넋두리 예술이라는 것이다. 예술의 시발점으로 공인된 미술도, 청각예술인 음악도, 종합예술인 무용도, 그 형상화와 표현이 당당하다. 시각적 형태로, 소리로, 온몸으로 연출하고 호소한다. 화려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말과 글을 통한 간접예술인 문학은 전혀 아니다.

말글의 노래라는 시도, 인생의 서사시라는 소설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왠지 슬프다. 소설은 더욱더 그렇다. 진실 솔직하다는 말로 치장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초라하기까지 하다. 태어나는 순간 노(老)·병(病)·사(死)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 인간고라면, 오를수록 힘들고 무거워지는 저마다의 십자가가 인생고 아니겠는가. 그 한과 고통을 넋두리로 푸는 것이 소설이라면 소설과 소설가에 대한 모독일까?

유명무명 소설가들의 문학적 편력이다. 소설을 배우는 시기, 패기만만한 도제시절의 것은 사실주의에서 자연주의를 거쳐 실존소설에 이르기까지 제법 도전적이다. 예술적 형식과 철학적 내용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완숙기의 소설들은 저마다 당신들의 고달프고 신산한 삶을 풀어내고 있다. 영락없이 넋두리다. 독자들의 독서편력 역시 작자와 흡사한 과정을 거치는 듯싶다.

백성들의 한과 아픔을 대신해주는 작품을 쓰고 싶다면, 그런 글을 위하여 작가로서의 나머지 인생을 걸어보고 싶다면, 발상부터 건방진가? 그래도 어쩌겠나, 주어진 업이 그것이라면. 그 밖에 다른 길이 없다면.

이 글 마저 쓰고, 배산임수 누옥의 배산 격인 금정산으로 가려한다. 가서 안기려 한다. 온갖 것 다 주고도 아까워하지 않고, 오히려 앗아가는 자인 사람을 포근히 감싸주는 산 아닌가. 봄이면 되살아나는 흙과 생명수로, 여름이면 녹음방초로, 가을이면 풀잎 마르는 냄새로, 겨울이면 적설보다 포근하게 쌓인 낙엽으로.

그 산에 안겨 일개 백성인 나도 넋두리 할 것이다. 발가벗고 태어나 4등 없는 3등으로 끝난 적빈한 청춘을, 덧없이 보낸 세월과 늙고 병든 오늘을, 하루계획 세우기도 벅차서 자주자주 죽음을 생각하는 나날을, 그것이 인간의 숙명임을 속삭임으로 얘기할 것이다.

산은 지겨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 끝날 때까지 침묵과 미소로 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가르쳐 줄 것이다. 우주란 무한공간에서 지구는 점 하나고, 사람이란 보이지도 않은 티끌에 불과한 것을. 티끌끼리 가지고 가지지 못함을 따지고, 강약 여부를 비교하고,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이 얼마나 치졸하고 부질없는 짓인가를, 역시 침묵과 미소로 가르쳐 줄 것이다. 물의 근원인 산, 진짜 힘센 분이므로.

사족이다. 백성(百姓), 백 가지 성씨를 가진 보통사람이다. 아름다운 우리말 한자어다. 요즈음 국적불명의 외국어와 일그러진 알파벳글자 등으로 우리말글을 이두시대로 되돌리고 있다. 자칭세칭 식자들이 앞장서서 그러니, 걱정이다.

소설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2. 2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3. 3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4. 4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5. 5[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6. 6‘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7. 7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8. 8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9. 9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10. 10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3. 3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4. 4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5. 5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6. 6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7. 7여도 야도 농지 전수조사 질타…임대수탁 부작용 등 지적
  8. 8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9. 9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10. 10선관위 특검, 중앙선관위 등 7곳 압수수색…투표자수 허위입력 확인”
  1. 1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2. 2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3. 3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4. 4삼전닉스 급락에 코스피 5600선까지 추락…매도사이드카 발동
  5. 5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6. 6친환경에너지·AI기술 각축…업계 트렌드 읽고 미래로 항해
  7. 7현대차, 인도에 20조 통 큰 투자…생산·연구개발 거점 강화
  8. 8고리 3·4호기, 오늘 계속운전 심의…의결 땐 2035년까지 전력 더 생산
  9. 916, 17일 ‘부산금융주간’…청년교육·세미나 등 다채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4일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4. 4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5. 5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6. 6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7. 7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8. 8부산중수청장 “지방청 중심 수사…기존 검찰 구조와 다를 것”
  9. 9사하구 장림동 아파트 주차장서 화재…승용차 엔진룸서 불길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5일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3. 3[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4. 4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5. 5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6. 6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7. 7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8. 8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9. 9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10. 10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다시 영화의 시간
사형 생중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퐁피두 중단·라 스칼라 보류, 새 문화 대안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산은 부산 이전 강력한 의지 보여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