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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친노(親盧)는 무엇인가 /김갑수

아픔 딛고 부활한 노무현의 사람들…그가 가고자 했던 길 잊지 말고 정치하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1-30 20:22:4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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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일반국민 참여율을 통해 선발된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대표가 한명숙이고 2위자가 문성근이다. 야당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대권주자는 문재인이다. 본인은 부정할지 모르나 민주통합당의 막후 설계자로 이해찬을 빼놓을 수 없고, 다른 야당인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로 유시민이 있다. 차차기 대권주자를 거명할 때 단골로 나오는 인물로 김두관 경남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있다. 이들보다 덜 할지 모르나 끈끈한 유대감으로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이름을 수십 명, 수백 명 더 거론할 수 있다. 모두가 노무현이라는 우산 아래 모이는 인물들이다.

친노(親盧)란 무엇인가. 동교동계, 상도동계 같은 가신그룹인가. 친이계, 친박계 같은 계파인가. 혹은 이명박 정부의 6인회 같은 권력실세이거나 영포라인 같은 지연 카르텔인가. 하지만 가신 계파 실세 같은 단어와 노무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소박하게 정의해 보자. 친노란 노무현이라는 무명 정치인이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이 됐을 때 국정에 참여한 인사를 광범위하게 일컫는 말이다. 잠깐 장관직을 역임했던 강금실 이창동 조기숙 김창호 등이 모두 친노인사 대열을 명예롭게 여기며 따른다. 이상하지 않은가. 여러 대통령이 있었고 그 아래 헬 수 없는 인물들이 스쳐갔지만 친노 같은 성격의 인물군은 존재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 친노는 부정적 함의를 띠고 만들어진 언론용어다. 민주당 혹은 열린우리당 내 김대중 세력과의 갈등관계를 부각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때문에 정작 친노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노무현의 사람이라는 점은 자랑스러워 하나 친노라는 명명은 달갑지 않아 한다. 스스로 '김대중의 아들이자 노무현의 동생'이라는 문성근의 언명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규정하기 애매하면서도 실체가 뚜렷한 집단의 성격을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까.

일단 친노는 가치공유 집단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익집단이나 이념 결사체와는 매우 다른 성격의 철학 공동체라고나 할까.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민중지향적 슬로건이 이들을 엮는다. 요즘 말로 하면 1% 대 99%의 대립항에서 다수의 약자 편에 선다는 지향점을 갖는다. 하지만 친노의 결속과 유대는 애초에 기획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우 특별한, 청천벽력 같은 사건을 계기로 해서 형성된다. 우리 모두가 아는 비통한 죽음의 과정을 통해서였다. 친노는 폐족의 아픔을 딛고 부활했다. 그 죽음이 사람들을 변화시켰다. 미루어 짐작건대 그것은 정치관의 변화라기보다 근원적인 인생관 세계관의 변화를 뜻한다. 나는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이나 명망가들이 그토록 오래 아프게 울고 또 우는 것을 일찍이 보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최초의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친노는 누구인가. 한 정권을 쥐락펴락한 정치인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과연 그들이 친노의 전부일까. 그들만이 친노를 전유할 수 있는 것일까.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당신의 국민이어서 행복했습니다'. 이 말을 되뇌이며 500만 명의 장삼이사가 넋놓고  오열했다. 폭우가 몰아치는 길거리 분향소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고 머나먼 봉하마을을 제 발로 찾아간다. 1주기 추모식 때 그 야산에서 수만 명의 군중이 어느 한순간 완벽하게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던 그 감동을 평생의 기억으로 간직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았고 다만 미안하고 죄송해 했고 미칠 듯이 억울해 한다. 그들은 한 인간을 사랑하고 존경한 일을 생의 보람으로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정치인과 국민이 친노로서 하나가 되는 지점이 있다. 함께 울었던 사람이라는 경험이다. 울음을 통해 공유하는 정서가 순수함이다. 더러운 정치판, 때 묻은 세상살이라지만 함께 울면서 다짐했던 순수한 마음가짐이 있다. '사람 사는 세상,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위해 인간 노무현이 있었고 바로 그것이 살아남은 자들의 할 일이라고.

다시 정치의 계절이 다가왔다. 친노를 자임하는 출마자들에게 당부한다. 당신들은 이미 한 번 죽었던 사람이다. 자기를 위했던 삶은 이미 살았으니 덤으로 주어진 인생이라 여기고 정치를 하라.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떤 정치를 해야 하는지 노무현의 가치가 길을 가리키고 있지 않은가.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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