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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어도가 수상하다 /조준현

정부·언론 호들갑에 분쟁지역으로 부각, 해군기지 정당화 꼼수는 아닌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3-19 20:03:4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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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사나'는 제주도 해녀들이 물질하러 배를 타고 나가면서 불렀다는 노래다. 노랫말에 나오는 이어도는 옛 제주사람들이 이상향으로 그렸다는 전설의 섬이다. 어느 어부가 표류하다 한 섬에 내렸는데, 바로 그곳이 지상의 낙원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부는 가족을 데리고 다시 그 섬을 찾아 나섰지만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하기야 이룰 수 없으니 꿈인 것이고, 찾을 수 없으니 낙원인 것 아니겠는가.

몇 해 전 노무현 정부 시절 우연찮게 이어도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배를 타고 가면서 우리 정부가 이어도에 설치해 놓은 부표와 해양과학기지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았다고 해야 옳겠다. 전설에 나오는 이어도가 지금 우리가 아는 이어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이름 때문에 이어도를 섬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많은 듯하지만, 이어도는 섬이 아니라 해중 암초다. 바다 속 바위라는 뜻이다. 당연히 사람이 살 수 있는 곳도 아니고, 누구의 땅이라고 주장할 만한 곳도 아니다. 우리 영토는 아니더라도 우리 영해는 맞지 않느냐고 반문할 이도 있을 듯하지만, 이어도는 우리 영해도 아니다. 굳이 말하면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포함될 뿐이다.

배타적 경제수역이란 영해 기선으로부터 200해리 범위 내에서 연안국의 경제주권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1해리가 1852m이니 200해리는 대략 370㎞가 된다. 문제는 여러 나라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경우이다. 바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이 그렇다. 일본은 독도가 자신의 EEZ 안에 있다고 하고, 중국은 이어도가 자신의 EEZ 안에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어디까지를 어느 나라의 EEZ로 인정할지는 당사국 간의 외교적 협의가 필요하고, 또 실제로 중국과도 여러 차례 협상이 진행돼 온 것으로 안다. 이어도는 우리 마라도로부터는 149㎞이고 중국으로부터는 287㎞, 일본으로부터는 276㎞ 떨어져 있으니 누가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EEZ에 포함되는 것이 옳다.

내가 궁금한 것은 중국 측의 주장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특히 이어도는 독도와 달라 영토 문제도 아닌데 난데없이 중국이 이어도를 자기 영토라고 주장한다느니 어쩌니 하는 얼토당토 않는 보도가 나오느냐는 것이다. 한술 더 떠 정부는 중국 대사관 책임자를 불러 진상조사를 벌이는 호들갑을 떨었다. 오히려 중국 측에서 왜 이러나 하고 어이없어 했을 법도 하다.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정부와 보수 언론의 의도가 혹시 다른 곳에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바로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설치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이다.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와 일부 언론이 해군기지를 세워야 한다는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중국 위협론을 제기하는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지금까지 제주 부근 해역에서는 단 한 번도 군사적 충돌이나 위기가 있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외국 관광객들이 제주도를 찾고, 더 나아가 외국 기업들이 한국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제주 해역이 군사적 위험지역이고 분쟁지역이라면 과연 누가 편안한 마음으로 제주를 찾겠는가. 설령 위험요인이 있다 해도 없는 척 감추어야 옳을 텐데, 굳이 없는 위협까지 우리가 떠들고 나설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이어도 문제도 외교적 협의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누가 보아도 우리 바다가 맞는데, 굳이 분쟁 지역인 양 만들어서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오히려 중국으로 하여금 자기 바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근거를 만들어 줄 뿐 아닌가. 굳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자면, 괜히 중국 위협론을 떠들다가, 정말 중국이 그렇다면 하는 마음으로 무력시위라도 벌인다면 그때는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초등학생도 알 만한 이런 이치를 모르는 정부와 일부 언론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는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정치란 바로 외교를 의미한다. 만약 외교와 전쟁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외교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는 외교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무엇을 선택하겠다는 말인가.

참사회경제교육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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