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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익 추구 세력을 막는 일이 선거다 /김갑수

4대강·언론장악 등 MB정권 향한 분노…그 핵심은 사익정치, 더는 되풀이 안돼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4-10 19:38:1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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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하루 전날에 이 글을 쓴다. 점쟁이도 아닌데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고 투표독려의 글을 쓸 시점도 지났다. 그저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치하를 지나쳐 온 소회랄까. 마치 긴 터널을 통과해 온 듯한 지난 세월을 되짚어 본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을 때 나는 이 시론 지면에 이렇게 썼다.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실용의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고 싶다고. 방관자적 태도였지만 소극적 수용의 자세를 다졌었다. 실용노선에 대한 기대감이 실제로 있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내 생각은 대통령에 대해, 여당에 대해 극렬한 반대와 비판으로 점철돼야 했다. 그 숱한 사건과 납득할 수 없는 정책들을 어찌 일일이 언급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한마디로 요약할 수는 있다. 내가 이 대통령과 그 휘하에게 느꼈던 분노의 핵심은 사익 추구였다. 어떻게 국가권력을 장악한 세력이 눈에 빤히 보이게 사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군사 정권기에 가졌던 소박한 정의감과는 달리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인간에 대한 환멸이 더 크게 다가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럴 수는 없다고 한탄을 금치 못할 일들이 무시로 벌어져 왔다.

박근혜 위원장은 오랫동안 박 전 대표라는 호칭으로 불려 왔다. 평의원 신분이어도 당 대표 시절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반면 정동영 의원을 전 대통령 후보라고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통령 후보로서의 존재감이 약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한 사람의 생애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행적으로 그를 부른다. 머지않아 퇴임할 이 대통령은 물론 공식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불릴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온당할까. 내게 각인된 그의 언행은 현대건설 사장직에 멈춰서 있다. 국회의원이어도 시장이어도 심지어 대통령이 돼서도 그의 태도와 언행은 건설사 사장에 머물러 있는 듯이 보였다. 퇴임 후 혹시라도 그를 언급할 기회가 있다면 나는 이명박 전 사장이라고 부르고 싶다.

다시 태어나겠다며 새누리당으로 의상을 갈아입은 여당 의원들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 바로 이 점이다. 정치는 돈벌이를 위해서 하는 행위가 아니다. 반론을 제기해 보라. 4대강이, 천안함 소동이, 부당한 언론장악과 괴이한 자원외교 행각이 궁극적으로 자기 일족의 부의 증식과 관련이 없는지. 지난 18대 국회가 들어서고 제1호 법안으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것이 종부세 수정안이었다. 종부세를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그 법안으로 당장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바로 집권세력이었다. 돈벌이와 그리 상관없어 보이는 정책들도 복잡한 퍼즐을 꿰어보면 결국 사익추구에 닿아 있는 것이 확인되고는 했다. 그런 식의 정치로는 더는 국민저항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깨닫기 바란다.

최근에 소위 7대 재벌의 2세 경영자 한 사람과 차를 마시며 한담할 기회가 있었다. 매우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그는 차기에 들어설 정부에 대해 극단적으로 어두운 전망을 내렸다. 누가 집권하든 최악의 정부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경제형편이 속으로 썩어 있다는 뜻이다. 세계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넘겼다고 자랑하는 이명박 정부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가. 모든 것이 빚잔치였다. 겁 없이 정부부채를 마구 늘려 재정문제를 해결했고 서민 가계에게는 빚을 낼 통로를 무한 확장시켰다. 빚으로 돈을 풀어 경제를 살렸다고 주장한 것이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이다. 도대체 이 빚더미를 누구더러 갚으란 말인가.

새로 구성될 19대 국회의 과제는 단연 청문회에 달려 있다. 이명박 정부 집권기의 모든 의혹이 낱낱이 국민 앞에 드러나고 밝혀져야 한다. 5공 청문회를 통해 군부 세력의 정치참여 여지가 말소됐듯이 전면적인 이명박 정부 청문회를 통해 다시는 사익추구를 위한 통치가 발붙일 수 없도록 단속해야만 한다. 그 과제는 야당은 물론이지만 새누리당에게도 함께 부여된 사명이다. 어떻게 일궈온 나라인가. 멕시코, 아르헨티나, 그리스의 비극을 우리도 겪을 수는 없다. 보수와 진보로, 영남과 호남으로 맞서 싸우는 것 같지만 한발만 물러서서 성찰하면 우리 모두가 한 공동체다. 선거란 이 공동체를 허물려 하는 사익 집단의 기도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하고 합법적인 절차다. 앞으로 대선이 남았다.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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