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부산타워 /강영조

파리의 에펠탑처럼 시내 어디서나 보여…고대 신전처럼 엄숙, 특별 존재 아닌 자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4-25 19:54:52
  •  |   본지 2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용두산 공원에서 순수한 자연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무성한 수목조차 대화재 이후 인간의 손으로 식재한 것이다. 용두산 공원에서 자연이라고는 태고 이래로 융기한 흙덩이뿐이다. 용두산 공원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다. 숲을 벌채하고 길을 사방으로 뚫고 또 산을 잘라내어 거기에다 건물을 세우고 광장을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용두산 공원은 건축이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인공도 아니다. 철학자 게오르그 짐멜처럼 말하면 용두산 공원은 인간의 정신과 자연의 필연성이 극적인 합의로 이루어진 장소다. 자연과 인간, 서로의 의지가 균형을 이루는 곳에서 용두산 공원은 성립한다.

왜관이 설치된 이후 용두산 공원에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용두산 공원을 둘러싼 칼날 같은 긴장감은 몇 번이나 와해되었다. 공원의 파탄, 신사의 소실, 피란민촌의 대화재, 녹화가 그것이다. 이후 공원은 다시 건축을 시작한다. 위인의 동상과 기념탑의 배치, 직립 타워와 꽃시계의 건설이 그 긴장감을 되돌려 놓았다. 용두산 공원에서 느끼는 긴장감의 정점에 부산타워가 있다. 부산타워는 용두산의 깊은 땅 속에서 융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산 정상부의 암반을 깎아 세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파리의 에펠탑이 그러하듯 부산에 살고 있는 당신은 어디서든 부산타워를 본다. 감천 바닷가에서 까치고개를 넘었을 때, 송도 바닷가를 감싸는 산자락 모롱이에서도 갯바람을 맞고 있는 영도 비탈길에서도 직립의 자세로 서 있는 부산타워가 보인다. 사상에서 구덕산 중턱을 관통하는 터널을 지나 대신동 언덕길을 내려올 때 복병산 능선 너머로 부산타워의 얼굴이 보인다. 동서고가로를 달릴 때에도 차창 저 너머로 항구를 포근하게 감싸는 구덕산 수정산과 함께 부산타워가 보인다. 서면 고층호텔 객실 창 너머로도 황령산 봉수대에서도, 해운대 달맞이고개 해월정 위에서도 부산항의 해무 위에 둥둥 떠 있는 부산타워가 보인다.

국제시장을 배회하다 일순간 지리 감각을 잃었을 때 눈을 들어 주위를 살피면 골목 그 끝에 부산타워의 하얀색 원통 기둥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마치 항구의 등대처럼 흘립(屹立)하고 있다. 만약 그때가 늦은 밤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부산타워는 칠흑의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색 몸 위에 무지개 불빛을 한껏 맞으며 여전히 그 골목 끝에 서 있다. 그때 부산타워는 고대의 신전처럼 엄숙하다.

원양에서 부산으로 돌아올 때에도 부산타워는 북극성처럼 우리를 부산으로 이끈다.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고 해도 검은 수평선 위로 한 점의 불빛으로 나타나 거기가 고향 부산이라고 알려준다. 부관페리를 타고 부산으로 올 때다. 온 밤을 꼬박 새워 현해탄을 건너는 페리선의 엔진 기관음은 여행자의 밤잠을 설치게 한다. 밖이 보이지 않는 선실에서는 엔진 소음만이 항해의 알리바이를 준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엔진이 멈춘다. 순간 칠흑의 바다는 심해에 가라앉은 납덩이처럼 무거운 정적이 된다. 눈을 들어 시계를 본다. 새벽 3시. 그때 우리는 부산의 외해에 도착해 있다. 갑판에 나가면 짙은 산그늘을 배경으로 한 줄기의 불빛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부산타워의 전망대 불빛이다. 그때 부산타워는 부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하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때서야 우리는 비로소 따뜻한 침소에 양말을 벗고 깊은 잠에 든다. 배에서 내려 지상에서 120m 위로 솟구친 부산타워를 고속엘리베이터로 올라 전망대에 들어서면 부산이 발아래에 펼쳐진다. 손을 뻗으면 손끝에 닿을 듯 부산항이 가까이 보인다. 먼 바다 수평선 위에는 일본 대마도가 신기루처럼 둥둥 떠 있는 광경이 보인다. 부산타워는 부산의 시선이다. 롤랑 바르트가 파리의 에펠탑을 '보는 대상이면서 보이는 시선'이며 '오브제이면서 시선', '능동적이면서 수동적인 완전동사', '시선의 양성(兩性)'을 지닌 '완전한 대상'이라고 했다. 부산타워야말로 그렇다.

부산에서 부산타워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봄이나 여름, 가을이나 겨울이든, 계절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바다나 강, 산처럼 용두산 위에 서 있다. 부산에서 부산타워는 해가 뜨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부산타워는 이미 자연이다.

동아대 조경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8. 8“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9. 9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10. 10“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1. 1[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2. 2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3. 3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4. 4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5. 5민주·혁신 합당론 재부상…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6. 6‘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7. 7국회 최다선 국힘 조경태 의원, 국제신문 회생 노력 지지하고 지광 스님에게 회생 동의 촉구
  8. 8李대통령 “경제 뚜렷한 회복세…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9. 9北 해커, 비트코인만 1만8270개(약 1조8701억원 ) 훔쳤다
  10. 10“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5월에 놓친 근로·자녀장려금, 다음 달 1일까지 신청 가능
  6. 6김장철 앞두고 배추 등 원산지 속이면 7년 이하 징역
  7. 7[뭐라노] 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
  8. 8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9. 9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10. 10에어부산, 부산~광저우 신규 취항 특가… 편도 14만9900원부터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6. 6“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7. 7광주 ‘통합’·부산 ‘연합’…영호남 시민단체, 초광역 상생 대안 모색
  8. 8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9. 9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10. 10[속보] 철원 육군 전방부대서 20대 하사 숨진 채 발견
  1. 1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호감과 비호감 사이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내년 확장예산, 지방 성장동력 확보 마중물 돼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