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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통합진보당을 보면서 볼테르를 생각한다 /조준현

종북성향 있다거나 북한에 이로운 행위 우려된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안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6-06 19:28:5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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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의 폭력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이 이른바 '머리끄덩이녀'의 신상을 밝혔다고 해서 화제다. 이따금 인터넷에서 '○○녀'니 '××녀' 하는 이야기가 떠돌 때마다 마음이 그리 개운치 않다. 그네들에게 잘못이 있다손 치더라도, 문제의 본질은 둔 채 말초적인 흥미를 유발한다거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튼 통합진보당 사태가 쉬이 정리될 것 같지 않다. 당의 쇄신을 주장하는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두 명의 비례대표 당선자를 출당하는 극단의 결정을 내렸지만, 이른바 구당권파는 끝내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구당권파의 주장처럼 처음 사건의 발단이 된 선거 부정 사례들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당의 진로를 걱정할 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닐 수도 있었다. 문제는 그 이후 구당권파의 행위가 진보정당이 마땅히 해야 할 처신에 걸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땅히 소아를 버리고 진보의 대의와 명분을 지켰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소란 속에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검찰이 통합진보당을 수색해 당원명부를 압수한 일이다. 검찰은 어느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가 고발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에 하자가 있다면 그것은 통합진보당 스스로 수습할 문제지 당 밖의 사람이 고발하고 어쩌고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검찰의 이번 행태는 통합진보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틈을 타서 진보정당의 활동을 제한하고 당원들에게 압박감을 주려는 의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미 검찰이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에 당비를 낸 공무원과 교사들을 무더기로 기소하여 일자리를 잃게 한 전례가 있거늘, 아무리 검찰이 아니라고 우긴대도 의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국방부는 검찰로부터 당원명부를 받아서 진보정당에 가입한 전력이 있는 사병들을 색출하여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조만간 기업체와 경제단체들도 그 명단을 달라고 나서지 않을까 모르겠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거대 여당이 된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의 두 비례대표 당선자를 국회에서 제명 처리하겠다고 나선다. 성추행 의혹과 논문 표절한 사람을 공천했던 새누리당이 무슨 염치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도 궁금하지만, 국가관을 검증해 국회의원의 자격을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유신 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이야기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향한 연설에서 "북한보다 종북 세력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한 것도 제대로 된 처신이 아니다. 하도 터무니없는 일이어서 혹시나 5공 시절을 극화한 라디오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대통령이라고 정치적 견해가 없을 리 없고, 때로는 정책을 둘러싸고 야당이나 언론과 논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양심의 자유를 부인하는 듯이 오해받을 수도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얼마 전 한 TV 토론 프로그램에 나온 어느 변호사는 "김정일 ×새끼"라는 말을 해 논란이 됐다. 자신이 종북 좌파인지 아닌지 밝히기 위해 "김정일 ×새끼"라고 말해 보라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정말 대한민국이 민주국가이고 헌법이 살아 있는 국가라면, 그 사람이 종북이든 종미든 좌파든 우파든 과연 누가 다른 사람에게 사상고백을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떤 이는 종북 성향이 있는 자가 국회의원이 돼 우리나라의 기밀을 북한에 전달하면 어쩔 것인가 하고 묻는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당연히 그 행위에 대해서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이는 친미 성향의 국회의원이 국가 기밀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행위는 똑같이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성향이 있다거나 또 어떤 사상을 가졌다거나, 그래서 어떤 행위를 할 수도 있다고 우려된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나 검찰이, 또 언론과 지식인들이 그 자리에 있는 이유는 바로 그런 부당한 압력과 억압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어쩌면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나는 당신의 견해에 반대하지만, 당신이 당신의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당신의 편에서 싸우겠다"고 말한 볼테르의 톨레랑스가 아닌가 싶다.

참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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