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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무역과 삶의 질 사이 /유일선

세계 9번째 무역국 韓, 각종 지표는 하위권…성장·분배 구조 개선 정부가 앞장서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7-08 19:33:2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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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가 지금 우울하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그리스를 넘어 스페인, 이탈리아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기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문제는 이들 국가가 모두 우리의 주요 무역상대국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3%로 낮추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한국사회도 우울하다. 경제성장률의 문제만이 아니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에 세계 최고의 이혼율과 자살률, 세계 최고의 사교육비 등 달갑지 않은 기록을 갖고 있다. 원금 갚을 여력이 없는 주택자금이 235조 원에 이를 만큼 빚에 쪼들리는 사회이기도 하다. 국민 다수가 불행한데다가 살기도 어렵다. 그러나 무역 수치로만 보면 우리 경제가 그리 우울한 상태는 아니다. 2012년 수출은 5685억 달러, 수입은 5457억 달러로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왜 나라는 세계 9번째 규모의 무역국인데 국민의 삶은 이리 팍팍한가? 수출만이 살 길이라며 수출기업에 온갖 특혜를 몰아줬건만 왜 보답이 돌아오지 않는 걸까? 수출과 국민의 삶 사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무역(수출)이 국민 살림살이에 연결되기 위해서는 두 개의 고리가 필요하다. 첫째는 수출과 경제성장 사이의 관계. 수출이 증가하면 GDP(국내총생산)가 늘어나는 산업구조여야 한다. 두 번째는 수출과 고용 사이의 관계. 수출이 늘어날 때 고용 효과가 커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GDP는 가계의 소비지출, 기업의 투자지출, 정부지출, 그리고 순수출(수출액과 수입액의 차)로 이루어진다. 산업구조가 잘 작동되면 수출 증가 때 고용이 늘어난다. 고용의 증가는 가계 소득으로 이어지고, 소득 증가는 소비를 촉진해 내수산업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GDP 증가에도 기여한다. 소득의 증가는 저축도 늘려 기업의 이윤과 합해져 투자로 이어진다. 투자는 그 자체로 GDP에 기여할 뿐 아니라 또다시 수출증가로 이어진다. 이처럼 소비와 투자, 수출이 선순환 과정을 이룬다면 수출증가는 고용을 늘려 우리 삶의 질 향상으로 바로 연결될 수 있다.

과거 한국 경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1960년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에도 못 미쳤다. 소비지출, 투자지출과 정부지출의 여력이 있을 턱이 없었다. GDP를 늘리기 위해서는 수출만이 희망이었다. 싼 노동력으로 만들 수 있는 의류, 신발, 완구 등 노동집약적 상품이 수출되었다. 수출공업단지는 시골에서 상경한 젊은이로 넘쳐났고 그만큼 고용 효과가 컸다. 높은 저축률과 정부지원정책은 1970년대 중화학공업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재원이 되었다.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대규모 제조산업 제품이 주력 수출품이 되었다. 경공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경제성장 효과도 컸고 또한 대규모 장치산업이어서 고용 효과도 컸다. 국민 실질소득은 빠르게 상승하였다. 수출이 소비와 투자를 견인해 경제성장을 이끄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던 시기였다.

1990년 후반 이후 상황이 변화하였다.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수출의 GDP 기여도가 하락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수출 증가에도 고용 효과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출 10억 원당 1990년 32.9명이던 고용계수가 2009년 9.8명으로 떨어졌다. 수출이 증가해도 삶이 나아질 것 없는 '고리 끊긴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오히려 소비나 투자 쪽이 수출보다 고용 효과가 더 크다. 그러나 빚에 쪼들리고 소득 양극화로 시달리는 가계는 소비의 여력이 없다. 투자는 어떤가? 중소기업은 재벌 독점 착취구조에서 투자 여력이 없다. 재벌은 세계경제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주요 무역상대국의 경기침체로 수출까지 불안하다. 이제 희망은 정부(지출)만 남았다. 정부가 나서서 생산·고용효과가 큰 수출중소기업을 발굴·육성하고, 새로운 부가가치산업에 재벌의 투자를 유도해 끊어진 고리를 복원해야 한다. 다시 수출을 고용으로 연결하여 세계 9번째 규모의 무역국 국민에 합당한 삶의 질을 누려보자. 한국해양대 교수 국제무역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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