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잘못을 알면 반드시 고쳐라 /정상도

학습선택권 조례안 폐기한 부산시의회…졸속·무책임 반성 후 재표결 방법 찾아야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8-01 19:28:20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잘못을 알면 반드시 고쳐라(知過必改·지과필개)'. '명심보감'에 나오는 이 말은 "군자의 허물은 마치 일식이나 월식과 같다. 허물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보고, 허물을 고치면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우러러본다(君子之過也 如日月之蝕焉 過也 人皆見之 更也 人皆仰之)"는 '논어' 자장(子張)편의 구절에서 유래한다.

적어도 부산시의회는 이 여름, 내팽개치듯 폐기한 '부산시 학생의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안 재의의 건'(이하 '학습선택권 조례안')을 붙들고 씨름해야 한다. 그리고 가을에는 이 문제를 두고 고민한 결과를 시민에게 내보여야 한다.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을 받은 지난달 24일 부산시의회의 '학습선택권 조례안' 표결 과정에서 세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째, 스스로 저버린 시의회의 위상이다. 이날 학생과 학부모가 방과후수업과 야간 자율학습 참여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학습선택권 조례안은 찬성 27명, 반대 6명, 기권 18명으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지난 5월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던 조례안이다.

시의회를 통과한 사안이 재의 절차를 거치는 점도 이례적이지만 무더기 기권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는 지방자치단체 입법기관이라기엔 너무나 미흡한 시의회의 속살을 봤다. 우선 조례안을 발의한 교육위원회. 11명의 소속 시의원이 모두 모여 조례안을 놓고 의견을 나눈 적이 없는 가운데 본회의에 상정됐다. 본회의에서도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이 조례안은 사교육과 공교육이 충돌하는 첨예한 문제를 담고 있다. 이를 상임위는 물론 본회의에서조차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고, 학부모나 교육단체 공청회 한 번 갖지 않고 처리하려는 시의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둘째, 전체 투표의 35%가 기권표였다는 점이다. 일부 시의원이 부산시교육청과 일부 관련 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찬성도 반대도 아닌 기권이라는 무책임한 방법으로 꼬리를 내린 것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일부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했음이 드러났다.

이날 시의회 본회의장은 본말이 전도된 '대의정치의 도가니'를 보는 듯했다. 본회의장 방청석을 양분해 가득 메운 보수와 진보 교육단체 회원들은 시의원들의 찬반 토론에 박수와 야유를 번갈아 보내며 기 싸움을 벌였다. 제대로 의견을 수렴했다면 조례안 논의 과정에서 이뤄졌을 일들이 본회장에서, 그것도 조례안을 시행해야 할 시교육청이 재의를 요청한 표결 현장에서 분출한 것이다. 앞서 임혜경 교육감은 지난 5월 시의회를 통과한 조례안이 상위법과 충돌하고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재의를 요구했다. 행정기관이 입법부가 제정한 조례안을 대놓고 반대한 것이다.

셋째, 사태를 수습하려는 진지한 태도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조례안이 시행되면 학생과 학부모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시의원들이 이들은 안중에도 없이 졸속으로 조례안을 폐기해 놓고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이 문제가 이대로 끝날 일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례안이 부결된 직후 "찬성도 27표나 됐다는 점은 방과후학교 등 교육행정의 문제점을 개선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특히 시의회 관계자는 "(조례안은)재상정이 가능하지만, 의원들이 부결된 조례를 곧바로 재상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의회는 새로운 각도에서 이왕 나온 문제점을 차근차근 재검토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해 다시 한 번 표결에 부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산시의회는 350만 시민을 대변한다. 시의회가 폐기한 조례안은 부산시의 꿈나무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이를 통해 거듭나야 한다.

공자가 '논어' 학이(學而)편에서 강조한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過則勿憚改)"는 말을 곱씹어 볼 일이다.

정치부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좌동~송정 연결 옛길 복원, 시민에 열린다
  2. 2부산경남 레미콘 파업 장기화 조짐
  3. 3정부 잘못 vs 김도읍 탓…하단 ~ 녹산선 예타 탈락에 ‘시끌’
  4. 4변성완, ‘오거돈 임명’ 공공기관장 옥석가린다
  5. 521년간 웃음보따리 ‘개콘’ 장기 휴식?…사실상 폐지 수순
  6. 6오늘의 운세- 2020년 5월 26일(음 4월 4일)
  7. 7부의장 자리 놓고 거래 제안…선 넘은 민주당 부산시의회
  8. 8상수도본부 “물금취수장 다이옥산, 특정업체가 계획적으로 대량 방류한 듯”
  9. 9주민번호 뒷자리 지역표시번호 10월부터 폐지
  10. 10윤산터널 컬러레인 도입해 혼란 막는다
  1. 1문대통령 “경제 전시 상황…재정역량 총동원”
  2. 2文 대통령, 오늘(25일) 국가재정전략회의…재정지출 관련 논의 주목
  3. 3하태경 “민경욱, 주술정치 말고 당 떠나라”
  4. 4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5. 5울산 경제 활성화·교통안전 강화…‘청와대 저격’ 예고도
  6. 6부의장 자리 놓고 거래 제안…선 넘은 민주당 부산시의회
  7. 7조경태 “통합당, 외부에 의존 버릇 돼…중진들 비겁”
  8. 8“법사위 내놔라”…여야 원구성 협상 시작부터 진통
  9. 9
  10. 10
  1. 1응원팀 우승하면 우대금리 쑥쑥…야구 예금상품 ‘홈런’
  2. 2혁신기업 발굴·지원, 기보·우리은행 협약
  3. 3금융·증시 동향
  4. 4 미수령 환급금 돌려드립니다
  5. 5부산 임대아파트 승강기 대폭 확충
  6. 6주가지수- 2020년 5월 25일
  7. 7 기술보증기금, 중기 공동구매 보증 지원
  8. 8
  9. 9
  10. 10
  1. 1서울 강서구 미술학원 강사 확진…'인근 초등학교 25일 긴급 등교중지'
  2. 2서울 강서구 미술학원 강사 확진…'인근 초등학교 25일 긴급 등교중지'
  3. 3부산상의 “레미콘 노사 한발씩 양보해 조속한 협상해 달라”
  4. 4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16명…나흘만에 10명대로 줄어
  5. 5안철수 “일반인 대상 무작위 항체검사 시행해야…대구가 먼저”
  6. 6오거돈 전 시장 강제추행 적용되나? 경찰 고민
  7. 7부산예술회관 주차장서 차량 급발진 추정 사고
  8. 8버스 ·택시 내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비행기는 모레부터
  9. 9부산 12일째 코로나19 신규환자 없어…자가 격리자 2450명
  10. 10해운대 신시가지 온수관 파열 11일 만에 복구 완료
  1. 1KBO, ‘음주운전’ 강정호 1년 유기실격+봉사활동 300시간 징계
  2. 2KBO, 국내 복귀 타진 강정호에 자격정지 1년
  3. 3벤투 앞에서…이정협, 승격팀 부산에 첫 승점 선물
  4. 4우즈, 미컬슨 맞대결서 1홀 차 승…1년 반 만에 설욕
  5. 5장발 클로저 김원중 ‘삼손(前 투수 이상훈 별명)’ 계보 잇는다
  6. 6
  7. 7
  8. 8
  9. 9
  10. 10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부산 18명의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그럼에도 봄은 오고 있다
기고 [전체보기]
재난의 비선형성, 미디어 그리고 감정 /임인재
‘바리데기’ 청소년, 그들이 시민이다 /이진숙
기자수첩 [전체보기]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동학개미’ 2030의 절박한 초상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단절은 또 다른 생성을 낳는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수도권 일극체제와 관문공항 /송진영
전성기의 부산시장을 갖고싶다 /정유선
도청도설 [전체보기]
한우 특수
스웨덴의 자율 방역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갱(羹)도 아니고 죽(粥)도 아닌 ‘갱죽’
사설 [전체보기]
21대 지역 국회의원 ‘인생 입법’ 초심 잊지 말길
내일 초등 저학년 등 등교…학교 방역 빈틈 없어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여야 모두에 경고장 보낸 부산 민심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거리두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소치 허련이 그린 도깨비 그림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