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실업률이 서울과 인천을 제외한 14개 시·도 중 가장 높다고 한다.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이는 고령화와 저출산 추세에다 실업률까지 이러니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인체로 치면 합병증이 진행돼 치료가 매우 까다로운 지경에 처한 것이나 다름없다. 암울한 고용 상황은 결국 지역경제의 활력을 빼앗고, 나아가 삶의 질까지 곤두박질치게 하는 등 악순환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부산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생계수단이 바로 고용이다. 가구소득 중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92%에 달한다. 거의 전적으로 고용이나 자영업 소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고용 사정이 소득 분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실업률은 매우 중요한 지표라 하겠다. 그런데 부산 실업률이 썩 좋지 않다. 지난달 실업률이 3.7%로 전국 평균을 훨씬 상회한다. 실업자 수만 6만2000명에 달했다. 반면 경남과 울산의 고용률이 꾸준히 상승한 것은 그만큼 부산이 경기 불황과 내수 침체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은 노령층 실업이라는 또 다른 심각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근로소득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은퇴기를 맞게 되면 소득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부산은 전국에서 베이비부머 비중이 가장 높아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여타 지역에 비해 중산층이 급격히 쪼그라들어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재취업이 힘든 은퇴층은 자영업으로 뛰어들게 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무작정 시작했다가 좁은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보니 3년도 안 돼 큰 손해를 본 채 문을 닫는 경우가 절반에 달한다.

이래서는 부산의 미래가 없다. 은퇴 후 급격히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현상을 예방하고,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하려면 근로소득을 보장해 주는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도 청년층과 노령층의 눈높이에 맞춘 세분화된 일자리 대책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