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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중매인'의 책무 /유일선

국가와 국민을 잇는 중매인 맡을 대통령, 양측의 이익 높여줄 참일꾼 골라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9-23 19:42:4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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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중요한 사건이다. 그리고 그 성패의 대강은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달려있다. 주변을 보면 배우자를 만나는 방식이 두 가지쯤 되는 것 같다. 하나는 두 사람이 직접 사귀는 방법이다. 이의 장점이라면 직접 상대를 알아가고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친밀함, 혹은 애정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어려움도 있다. 두 사람의 마음이 맞아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그냥 '친구'로 지내자느니, 아직 때가 아니라느니 하면 결혼에 이를 수 없다. 이른바 '이중 욕망의 일치'가 필요하다. 거기에 서로를 알아가는 탐색의 시간,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소모, 연애과정의 시간과 비용 등 지불해야 할 '거래비용'도 만만치 않다.

또 하나 방법은 중매쟁이를 통하는 것이다. 결혼하려는 쌍방의 저간 사정과 형편을 잘 아는 믿을 만한 중매쟁이가 개입하면 거래비용은 획기적으로 감소한다. 결혼이 성사되면 중매쟁이는 감소한 거래비용 일부를 수수료로 챙기고, 결국 삼자는 모두 이익을 얻게 된다. 여기에도 위험은 따른다. 중매쟁이가 신뢰를 저버릴 경우이다. 즉 무조건 결혼을 성사시켜 중매비만 얻자고 들 때이다. 가장 흔한 방법이 결혼을 유도하려 당사자들에게 사실을 왜곡하여 전달하는 것이다. 필경은 파경에 이르거나 불행한 여생을 보내거나, 상처는 고스란히 결혼당사자들에게 남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중매쟁이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사회에는 수많은 '중매인'들이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상인,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사제나 승려, 학문과 배우는 이를 연결하는 교사, 국민이익과 국가이익을 조정·통합하는 정치인 등. 사람만이 아니다. 상품 교환의 매개체인 화폐,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인 시장, 활자 신문 방송 등의 모든 미디어. 이들은 거래비용을 줄이고, 미처 발굴하지 못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사회에 막대한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중매인이 아무리 중요한 존재라 해도 당사자는 아니다. 당사자가 있어야만 생겨나는 '파생적'인 제3의 존재이다. 즉 중매인의 존재는 당사자가 결정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당사자의 이익에 봉사해야 할 책무가 있다.

대선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나라 헌법 1조를 보면 1항은 나라를 이야기(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하고, 2항은 국민을 이야기(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한다. 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두 당사자가 국가와 국민임을 선언하고 있는 셈이다. 대선은 이 두 당사자인 국가와 국민 사이의 중매인, 즉 국민 이익과 국가 이익을 모두 증진시킬 수 있는 '최고의 중매인'을 뽑는 일이다.

지난 7월의 한일군사협정, 8월의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방문을 보자. 그동안 우리가 독도에 대해 일관되게 취해온 '조용한 외교'는 일본이 원하는 '분쟁지역화'를 피하자는 취지였다. 느닷없이 독도에 가고, 친필 비석을 세우며, 일왕의 사과를 요구하며 일본 우익을 자극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의 이익이 되는 일인가. 그러면서 국민도 모르게, 국회 동의도 없이 한일 간 군사협정을 추진한 것은 중매인의 가장 중요한 자격인 신뢰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국민의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강행한 4대강 사업이 심각한 녹조현상을 보여 그간의 우려를 현실화하더니 이제는 보들이 패어 보강공사로도 위험하다는 진단이다. 22조의 사업비 말고도 해마다 보강공사에 쏟아 부어야 할 예산을 생각해 보면 '대통령'이라는 중매인을 제대로 뽑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헤아릴 수 있다.

현재 대통령 후보 모두 자신이 가장 적합한 중매인이라 주장한다. 두 당사자인 국가이익을 헤아리고 국민의 이익에 봉사하겠다고 수많은 언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래서 더 어렵다. 이 시대를 사는 당사자로서 더는 피해를 방지하고 다음 세대의 이익을 보존하기 위해서 '참중매인'을 선택하자. 공약도 살피고, 토론회도 지켜보고, 측근 면면도 잘 뜯어보는 등 제대로 된 중매인을 뽑는데 들어가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그게 당사자의 권리요 의무 아니겠는가.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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