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금융감독원의 저축은행 경영공시 관련 브리핑에서 저축은행들의 부실 정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에 앞서 지난 주말 부산에 본점을 둔 토마토2저축은행을 비롯한 세 곳이 부실기관으로 지정됐었다. 2011 회계연도 장부를 들여다본 결과는 심각한 상태를 넘어 저축은행권의 근간이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그 피해를 돈을 맡긴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한다는 점에서 금융 비상사태나 다름없다.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저축은행들의 연간 경영장부는 적자 투성이로, 이들 기관에 은행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과연 온당한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전체 93개 저축은행 중에서 제대로 영업실적을 낸 곳이 거의 없었다. 10곳은 자기자본을 완전히 까먹었다. 자기자본비율이 기준에 못미치는 저축은행도 11곳에 달했고, 기준을 겨우 넘겨 언제 부실화될 지 모를 위태위태한 곳도 무려 22곳이나 됐다.
이들 부실 저축은행이 기록한 순손실이 1조1000억 원을 훌쩍 넘었다. 금감원은 전해에 비해 적자폭이 줄었다고 변명했지만 '눈가리고 아웅식'에 다름 아니다. 퇴출당한 뒤 손실을 털어낸 곳을 제외한 86개 저축은행을 따지면 적자 규모는 1년 만에 3배 가까이 폭증했다. 더욱이 저축은행들은 시장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자본 수혈이 거의 불가능하다. 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등 각종 약발이 먹히지 않을 정도로 악화돼, 언제 터질 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또다시 대대적인 구조조정 태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해 5월까지 세 차례의 구조조정으로 20개 저축은행을 퇴출시킨 뒤 당국은 일단락됐다고 밝혔지만, 결국 겉으로 튀어나온 썩은 부위를 도려낸 정도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미봉책으로만 일관할 것인가. 저축은행들의 몸집 불리기에 앞장서 예금자들을 피눈물 흘리게 하고서도 정신을 못 차렸다면 이 정부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킬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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