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학습을 갔던 고교 2학년 딸이 죽었다는 비보를 들었다면 부모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더구나 사인이불가피한 사고가 아니라 학교폭력이었다면 그 원통함이야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도 학교와 교육청은 사건을 숨기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2009년 12월 부산 G여고 현장체험학습 도중 발생한 정다금 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이 그저께 부산시교육청 국감에서 제기한 의혹이다.

김 의원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 사건은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저런 경로로 확보된 당시 동급생들의 증언만 봐도 학교 측의 답변은 물론 '자살'이라는 경찰 수사 결과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동급생들의 증언은 "현장체험학습 때 숙소에서 모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술을 제공하기까지 했다" "(가해학생들이) 다금이의 머리채를 잡고 방으로 끌고 다니는 동안 교사와 전혀 마주치지 않았다"는 등 소름이 끼칠 정도로 생생하다. 심지어 체험학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산 사람도 중요하니 부산 가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는 내용까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여고생들이 거짓 증언을 했다고 믿기는 어렵다. 이런 증언들이 사실이라면 무엇보다 학교와 교사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기는커녕 함께 술을 마신 자체부터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다금 양의 부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부산지방법원이 "교사들의 과실로 다금 양이 사망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부모에게 6355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도 교사들의 학생 지도관리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제2의 다금이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금 양의 아버지는 현직 의사라고 한다. 사회적 지위가 상당한 의사조차도 이럴 지경이라면 얼마나 많은 학교폭력 피해자의 부모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수사기관의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한다.